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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덕일기] 한국e스포츠협회가 없으면 한국 e스포츠는 망할까?

선수의 땀과 팬들의 열정이 만든 e스포츠 펀더멘탈 튼튼해 우려할 필요 없어

2017.11.30(Thu) 18:12:21

[비즈한국]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하자. 한국e스포츠협회가 없으면 한국 e스포츠는 어떻게 될까? 뜬금없는 질문이 아니다. 한국e스포츠협회장을 지냈던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뇌물수수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협회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협회 간부와 전병헌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역시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기업에 e스포츠 대회를 후원하고 게임단을 창단하라고 압박했으며 그 과정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다.

 

협회장이던 시절 전병헌 전 수석. 사진=전병헌 트위터·한국e스포츠협회


참 많이들 걱정했다. 많은 풍파를 겪고 지금의 위치에 올라선 e스포츠인데, 협회장의 비리 혐의로 인해 다시 한 번 추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e스포츠협회가 비리의 온상이었고 수많은 로비가 오갔다고 밝혀지면 현재의 e스포츠 리그는 어떻게 될까?

 

걱정하지 마시라. 별일 없을 거다. IMF 외환위기를 앞두고 김영삼 대통령의 한국은 펀더멘탈이 강하니 걱정하지 말라는 식의근거 없는 위안이 아니다. 2007년이었다면 모를까 2017년 한국의 e스포츠에서 협회의 스캔들은 큰 이슈가 아니다. e스포츠 업계의 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지적재산권 소동과 중계권 파동이 일어났을 때 한국e스포츠협회는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리그가 멈췄다. 발언권이 강했고 파급력이 셌다. 지금은 아니다. 협회가 e스포츠의 한 축인 건 사실이지만, 협회와 방송국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제작사가 주도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치러지는 주요 e스포츠 대회는 대부분 게임 제작사 혹은 인터넷 방송사가 진행한다. 아프리카 스타크래프트 시즌4는 아프리카TV가 주도했으며 온게임넷과 스포티비가 공동으로 중계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는 라이엇 게임즈가 이끌고 있다. 심지어 라이엇 게임즈는 차후 직접 리그를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오버워치 대회 역시 블리자드가 직접 주도해 지역 연고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리에 연루된 KeSPA 컵 같은 경우, 주요 대회로 취급받지 못한다. 1등급 대회는 아니라는 뜻이다. 협회의 이름을 건 대회가 1등급 대회가 아니라는 점에서 협회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네티즌이 기록한 협회의 문제점. 대부분 2013년 이전의 이야기다. 사진=나무위키 캡처


당연한 순서다. 현재의 e스포츠는 게임제작사가 본인들이 제작한 게임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수명을 늘리기 위한 주요 전략이다.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와 블루홀 게임즈의 배틀그라운드 모두 e스포츠화를 고려했다고 제작사가 밝혔다. 이 지점에서 방송국과 e스포츠협회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군 역시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구단이 자체적으로 선발한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은 튼튼하지 않았지만 현재 e스포츠 펀더멘탈은 튼튼하다. 사진=구글 검색 캡처


제작사가 주도하고 방송국과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이 뒷받침하는 지금의 구도에서 e스포츠협회의 비리는 생각보다 큰 위험요소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게임업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수 있으며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줄 수 있다. 새로운 대회 개최가 힘들어질 수 있으며, 게임업체와 방송국이 오프라인 대회를 열 때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다가오지 않은, 혹은 다가올지도 모르는 어려움 때문에 겁먹을 필요 없다. e스포츠 업계의 펀더멘탈은 튼튼하고 과거와 달리 대중적 기반도 탄탄하다. e스포츠협회와 협회장이 비리를 저질렀을지언정 e스포츠는 선수의 땀과 눈물 그리고 팬들의 열정으로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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