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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덕일기] 스타가 종말할 거라 생각한 세 가지 순간 그리고 반전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오뚜기' 같은 매력에 빠지다

2017.11.23(Thu) 11:25:47

[비즈한국] 스타리그와 게이머에게 열렬히 환호하면서도 스타크래프트가 망할 것이라 생각했던 순간이 세 번 있었다. 첫 번째는 마재윤의 등장이었다. 임요환의 팬으로 스타리그에 입문해 자연스레 최연성의 팬이 됐다. 최연성이 MSL(MBCgame Star League)을 세 번 우승하고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두 번 우승하자 많은 팬은 최연성을 막을 수 있는 게이머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테란 맵을 걷는 구세주’라는 별명을 가진 마재윤이 최연성을 찢었다. 

 

CYON배 MBC게임 스타리그에서 최연성을 두 번 만나 총 5:0으로 압도한 마재윤은 뒤이어 이윤열과 강민 등 내로라하는 고수들을 물리쳤다. MBC게임 스타리그에서 3번 우승한 마재윤은 저그에게 불리한 맵을 극복하고 신한은행 스타리그 시즌3 결승전에서 커맨드 센터를 감염시키는 세리모니를 펼치며 이윤열을 물리쳤다. 압도적인 경기력 앞에 모든 팬이 좌절했다. 

 

꽃은 10일을 가지 못한다고 했나. 마재윤의 천하는 고작 1주일밖에 가지 못했다. 1주일 뒤 치러진 곰TV MSL 시즌1에서 김택용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마재윤을 3:0으로 꺾었기 때문. 마재윤은 그 후 개인리그 결승전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으며 임요환과 이윤열 그리고 최연성과 마재윤을 잇는 당대 최고수 라인은 택뱅리쌍(김택용 송병구 이영호 이제동)으로 이어졌다. 

 

마재윤의 양대 리그 우승이 더 이상의 최강자를 볼 수 없다는 신호였다면 MBC게임의 폐국은 문자 그대로 더 이상 스타리그를 볼 수 없을 것이란 절망에 빠지게 했다. 연이은 결승전의 흥행 실패로 인해 침체됐지만 당시 MSL은 명백한 양대 리그였다. MBC게임의 폐국은 MSL의 취소였고 양대 리그 중 한 축이 무너진다는 신호였다. 

 

MBC게임 종영 특별 프로그램이었던 ‘아듀! MBC게임’. 사진=유튜브 채널 Last.C 캡처


MBC게임의 폐국은 충격적이었고 과정은 참담했다. 한때 임요환을 잇는 새로운 아이콘이 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던 마재윤이 승부조작을 알선해 리그 이미지가 추락했고, 이로 인해 스폰서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MBC플러스 미디어 경영진이 MBC게임의 외부 행사를 금했고 이로 인해 재정난이 가속화됐다. 2012년 초 MBC게임이 폐국된 지 세 달 이후 브루드 워로 진행되는 온게임넷 스타리그도 중단됐다. 아프리카TV와 트위치 등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스트리밍 사이트가 성장한 덕에 다시 스타리그가 재개됐지만, 진짜 끝나는 줄 알았다. 

 

마지막 순간은 이영호의 3연속 아프리카 스타리그 우승이었다. 아프리카TV로 복귀한 이후 치러진 모든 아프리카 스타리그를 우승한 이영호였다. 이번 ASL(AfreecaTV Star League) 시즌4에서도 압도적 경기력으로 결승에 진출했고, 결승전에서도 3:1이라는 일방적 스코어를 보였다. 이영호의 경기력에 환호하는 팬들도 많았지만, 압도적 경기력으로 인해 리그가 재미 없어졌다는 팬들도 보였다. 어린아이 손목 비틀듯 너무나 완벽한 경기력이었기 때문이다. 

 

각본 없는 드라마가 스포츠의 매력이라고 해야 할까. 결승전이 치러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 지스타에서 열린 WEGL(World Esports Games & Leagues) 2017에서 철벽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민철이 ‘알파고’라 불리는 테란 강자 김성현과 최강자 이영호를 모두 2:0으로 잡는 이변을 일으켰다. 연이어 치러진 결승전에서 변수가 많은 동족전임에도 불구하고 임홍규를 3:0으로 꺾으며 우승했다. 

 

더 이상 새로운 강자가 없을 거라고 예상한 순간에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 김성현과 이영호 그리고 임홍규라는 아프리카TV 스타크래프트1 강자를 연이어 꺾은 김민철은 아이러니하게도 ASL 시즌4 준우승자인 조일장에게 8강에서 2:3으로 패배해 탈락했다. 

 

이영호를 압살한 김민철. 사진=유튜브 채널 두두TV 캡처


스타크래프트를 왜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많고 많은 이유를 댈 수 있지만,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오뚜기 같은 매력을 꼽을 수 있겠다. 새로운 최강자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 시점에 변혁이 일어나고, 스타리그를 추억에 묻어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리그가 시작됐다. 어차피 우승은 이영호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김민철이 새로운 우승자가 되었듯, 스타리그는 예상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고인 물이라 비아냥거림을 받고 민속놀이라 놀림 받는 스타리그지만 너무나 생생하고 활기차고 젊다. 다음 시즌도 화이팅이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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