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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경제학자의 장기 전망을 믿지 마라?

전문기관·경제학자 모두 경기침체 정확히 예측 못해…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2017.12.26(Tue) 11:32:24


[비즈한국] 사람들은 종종 먼 미래를 예측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예측은 항상 빗나갔다. 예를 들어 1960년대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에는 ADB 본부를 마닐라에 두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던 게, 필리핀 경제가 동남아시아 어떤 나라보다 선진적이었고 또 미래도 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의 장기 집권 이후 필리핀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ADB가 마닐라에 자리잡고 있는 게 ‘일종의 역설’처럼 보일 지경이 되었다. ​

 

2001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붐 역시 마찬가지다. 상품시장의 슈퍼사이클과 고성장 덕분에 이들 네 나라에 대한 열정이 불길처럼 타올랐지만, 2008년 이후 중국 정도만 고성장세를 유지할 뿐 브라질과 러시아 경제는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제 BRICs라는 말을 만들어 냈던 골드만삭스마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브릭(BRIC) 펀드 상품을 폐쇄할 지경에 이르렀다.*

 

주식시장의 분석가들만 장기 전망이 부정확할까?​ 

 

한국, 중국, 필리핀 1인당 GDP 비교. 출처: 세계은행

 

중국, 브라질, 러시아의 경제성장률 추이. 출처: 세계은행


슬프게도 경제학자의 전망마저 비슷하다.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 ‘애프터 크라이시스’의 작가 루치르 샤르마는 미국 경제학자들의 경제 예측도 믿을 게 못 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투자연구소인 네드 데이비스는 2014년 발표한 글에서 경제학자들의 예측력을 점검했다. (중략) 네드 데이비스는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에 참가하는 전문 예측가들이 내놓은 예측 결과를 확인해본 결과, 주류 경제학자들은 1970년 이후 일어난 지난 일곱 번의 경기침체를 “단 한 번도 정확하게 예측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미국에서는 전미경제분석국(NBER)이 경기침체를 공식 선언하는데, 이곳은 평균적으로 경기침체가 일어난 지 8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침체의 시작을 선언했다. -책 41쪽

 

경제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미래 전망의 부정확성은 세계경제포럼(WEF) 같은 전문적인 예측기관 역시 마찬가지라고 하니 조금 위안은 된다. 

 

WEF에서 발표하는 〈세계경쟁력보고서〉는 12가지 기본 영역에 집중하지만, 많은 영역들이 제도와 교육처럼 더디게 움직이는 요소들이다. 

 

예를 들어 WEF는 핀란드를 항상 최상위권으로 꼽았다. 2015년 핀란드의 순위는 4위였고, 초등교육에서 반독점 정책까지 12개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핀란드는 2008년 불어 닥친 경제 위기로부터 가장 늦게 회복된 나라 중의 하나였다. 회복 속도는 미국, 독일, 스웨덴보다 훨씬 더 더뎠다. 또한 핀란드가 받은 경제적 타격은 가장 강한 타격을 받았던 남부 유럽국가들과 맞먹었다. 핀란드는 부채와 임금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전 세계적으로 가격이 폭락하고 있던 목재와 원자재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한 대가를 치렀다. 더 중요한 변화의 힘이 가해지고 있을 때, 좋은 초등학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핀란드를 경제위기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 -책 46~47쪽

 

2000년 이후 핀란드 경제성장률 추이. 출처: IMF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루치르 샤르마의 대안은 다음과 같다. 

 

내가 말하는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일방적 예측과 다가올 세대에 대한 모호한 논의를 피하다.

2. 정치적이건 문화적이든 모든 편향을 억눌러라.

3. 최근 경험한 일이 먼 미래의 서막이라는 가정에 빠지지 말라.

4. 변동성과 위기는 일반적인 것임을 기억하라.

5. 아무리 성공했건 망가졌건, 어떤 경제든 (중략) 평균적인 성장률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라.

6. (중략) 관리 가능한 역동적 지표에 초점을 맞추라. -책 42쪽

 

즉 미래는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며, 어떻게든 편향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인상적인 항목은 5번으로, 추문으로 망가지고 저성장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는 나라일수록 더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매우 타당하다. 최근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한 나라가 BRICs에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던 베트남인 것처럼, 투자자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대상이 오히려 더 나은 성과를 기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직업이 이코노미스트인 만큼, 매번 틀린 전망을 제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루치르 샤르마의 지적처럼,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최대한 추적 가능한 역동적 지표에 초점을 맞춘다면 또 한 번의 실수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매일경제(2015.11.9), “브릭스 만들었던 골드만삭스… 브릭스 버렸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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