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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달러에 팔렸다는 '블록체인 디지털 사진'의 진실

로즈 토큰 구입해도 소유·사용권 없어…케빈 아보쉬 "위대한 예술은 논쟁적인 것"

2018.02.23(Fri) 16:23:22

[비즈한국] 최근 세계적인 사직작가 케빈 아보쉬의 디지털 사진이 100만 달러(약 10억 8000만 원)에 팔렸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단지 ‘로즈’라는 이름의 이더리움 기반 토큰이 100만 달러에 거래됐을 뿐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상거래 개념에서 보면 그렇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상화폐) ‘기프토’​와 모바일 방송 플랫폼 ‘업라이브’를 서비스하고 있는 아시아 이노베이션 그룹은 23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 호텔에서 케빈 아보쉬 작가를 초청해 ‘포에버로즈 프로젝트’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케빈 아보쉬는 인물 사진으로 잘 알려진 아일랜드 출신의 사진작가.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배우 조니 뎁,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 등의 인물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에 촬영한 감자 사진 작품 ‘Potato 345#’이 100만 유로(약 13억 2732만 원)에 팔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블록체인과 디지털 사진 기술이 결합된 포에버로즈 프로젝트 기자간담회를 주최한 앤디 티앤 아시아 이노베이션스 그룹 CEO(왼쪽)와 케빈 아보쉬 사진작가(오른쪽). 사진=봉성창 기자

 

앞서 CNN 등 국내외 언론들은 케빈 아보쉬가 촬영한 디지털 사진에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돼 100만 달러에 팔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마치 무형의 디지털 파일이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를 통해 원본임을 입증함으로써, 거액에 팔린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원본이라는 개념이 확실히 존재하는 회화나 조각과 달리 사진은 인화 혹은 인쇄를 통해 얼마든지 복제가 가능하다. 그래서 과거에는 일부러 인화하는 숫자를 정해놓아 희소성을 부여하거나 필름 자체가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포에버로즈 프로젝트는 이러한 디지털 무형자산의 원본 입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100만 달러 지불해도 사진에 대한 권리는 없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케빈 아보쉬 작가와 앤디 티앤 아시아 이노베이션 그룹 대표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정확히 말해 사진 자체가 팔린 것은 아니다. 이들이 추진한 ‘포에버로즈 프로젝트’는 사진작가 케빈 아보쉬가 유형의 장미 사진을 촬영했고, 이와 더불어 로즈라는 이름의 이더리움 기술 기반 토큰을 만든 것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디지털 사진 파일과 로즈 토큰 사이에는 기술적으로는 어떠한 연관도 없다. 단지 케빈 아보쉬 작가가 둘 다 만들었다는 것 정도의 연관성만 갖는다. 토큰 안에 사진 파일 데이터가 포함된 것도 아니다. 심지어 로즈 토큰 소유자는 해당 디지털 사진의 소유권은 물론 배포, 사용 등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

 

포에버로즈 사진에는 이해를 돕기 위해 로즈 토큰 지갑주소가 적혀있다. 토큰은 단 한 개만 발행했다. 사진=봉성창 기자

 

로즈 토큰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내에 데이터가 존재하는 암호화폐다. 이더리움은 기술 특성상 누구나 블록체인 내에서 새로운 이름을 붙인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사고팔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다른 암호화폐와 구분하기 위해 편의상 ‘토큰’이라고 부른다.

 

즉 ‘포에버로즈 프로젝트’는 유형의 예술작품과 무형의 암호화폐 사이에 의미를 부여해서,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거액에 판매하는 과정을 담은 일종의 예술 퍼포먼스로 해석된다. 블록체인이라는 첨단기술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의미의 ‘클립토아트(Crytoart)’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날 케빈 아보쉬 작가는 “사진 원본 파일은 집에 있는 컴퓨터에 있으며 로즈 토큰 구매자에게 줄 수는 없다. 또 사진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도 없다”며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역사적인 ​과정에 참여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봐 달라. 그 의미를 감안하면 100만 달러는 오히려 저평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 위대한 예술은 언제나 논쟁을 부른다

 

‘포에버로즈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중국계 스타트업 아시아 이노베이션 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구매의사를 밝힌 신청자가 150명이 넘었다고 밝혔다. 그중 10명을 선정해 자사가 발행한 암호화폐 기프토를 받고 팔았다. 가격은 2월 14일 11시 기프토 시세로 100만 달러어치다. 현재 기프토는 바이낸스 등 몇몇 해외 거래소와 국내에는 코인네스트에 상장돼 있다.

 

암호화폐 로즈의 발행량은 1토큰(코인)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소도 단 한 개만 존재한다. 다만 이더리움 기술 특성상 소수점으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10명의 구매자가 각자 10만 달러를 내고 0.1토큰씩 나눠가졌다. 다수의 블록체인 기업과 중국계로 추정되는 멍주(Meng Zu) 씨, 익명을 요구한 구매자 2인이 로즈 코인 구매에 참여했다.

 

이들은 디지털 사진에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없는 로즈 토큰을 왜 구매했을까. 더욱이 암호화폐 로즈는 발행량이 1토큰에 불과해 일반적인 암호화폐와 달리 거래소에 상장하기도 어렵다. 물론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더라도 다른 구매자가 더 비싼 값을 부르면 시세가 오를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다.

 

앤디 티앤 아시아 이노베이션스 그룹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한국은 암호화폐 거래가 활발하고 다른 나라보다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아시아이노베이션 그룹 제공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구매자 대부분이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된 기업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결제에 사용한 것 역시 현금이 아닌 아시아 이노베이션 그룹이 발행한 암호화폐 기프토다. 아직까지 금융 시장에서 완벽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암호화폐가 다양한 분야에서 거래가 이뤄질 수록 이들에게는 유리하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아시아 이노베이션 그룹 역시 기프토가 더욱 주목받을수록 사업에 유리할 뿐 아니라 시세가 오를 수도 있다. 암호화폐 거래가 활발한 한국과 싱가포르에서만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기프토는 현재 국내 거래소 중에는 코인네스트에 상장돼 23일 현재 400원 중반에 거래되고 있다.

 

물론 예술의 가치를 대중의 눈높이이나 기술적 잣대로만 평가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예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보다 더 모호한 암호화폐를 통해 예술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역시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케빈 아보쉬 작가는 “과거 디지털 사진 파일을 팔 때도 구매자가 소유권이나 배포권을 주장하지 않았다”며 “예술에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는 소유하는 것 이외에도 과정에 참여하거나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하기도 한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고 혼란스러워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흥분된다. 과거 디지털 사진이 거래될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위대한 예술은 많은 대화와 논쟁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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