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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일기] '신화를 신화라 부르지 못하고…' 상표권은 누구 겁니까

그룹명 둘러싸고 가수-소속사 분쟁…공정위 "활동 8년 후에는 가수에게 이전돼야"

2018.03.19(Mon) 18:20:14

[비즈한국] 신화, MC THE MAX, 티아라, 비스트. 각기 다른 시기에 데뷔했고, 다른 장르의 음악을 선보였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이름과 관련해 소속사와 큰 갈등을 빚었다는 점이다. 

 

신화는 신화라는 이름 없이 앨범을 내야만 했고, MC THE MAX는 졸지에 MC THE MAX 2기라는 후배를 만나야 했다. 비스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비스트 멤버들은 장현승을 제외한 채 하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다시 데뷔했다. 데뷔 8년 차 신인이 데뷔한 셈. 이 모든 게 상표권 갈등이다. 

 

아이돌 기획사의 경쟁력은 기획력이다. 어떤 그룹을 기획해 데뷔시키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소위 소속사의 ‘그릇’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3대 기획사라고 불리는 YG, SM 그리고 JYP는 시대 트렌드에 맞는 그룹을 기획했고 이에 따라 멤버를 발굴하고 데뷔시켰다. 소녀시대, 원더걸스, 빅뱅, 트와이스 모두 소속사의 기획력과 이에 걸맞은 연습생 발굴시스템 그리고 사업 포트폴리오가 있기에 가능한 성과다. 

 

그래픽=이세윤 PD


지적 재산권의 시대에 핵심은 상표권이다. 그리고 그 상표권은 가수가 아닌 기획사에 있기 마련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가수를 기획하고 데뷔시키기 때문이다.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부 기획사가 진행하기에 제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당연한 일이다. 본인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가수가 기껏 성공하니 갑자기 떠나버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그런지 여태껏 불거진 그룹의 상표권 갈등은 대부분 재계약 시기와 겹쳤다. 

 

하지만 아무리 기획사가 기획했을지언정 가수의 기여를 잊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비스트라는 이름이 경제적으로 큰 가치를 갖게 되는 과정엔 기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손동운, 이기광, 양요섭 등 멤버 개개인의 기여가 크다. 한국의 대통령제와 미국의 대통령제가 다르듯이 같은 제도여도 누가 실행하기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같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도 멤버가 다르면 다르게 느껴진다. 해당 멤버의 노력 없이 노래와 춤이 유명해질 수 없다는 점에서 상표권에 대한 가수의 기여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요즘처럼 아이돌의 이름을 활용한 굿즈, 게임 등 다양한 인접 저작물이 나오는 시대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쉽게 말해, 이름을 가지고 하는 장사가 다각화됐기 때문이다. 아이돌의 브랜드 가치가 무궁무진하게 커질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과거엔 콘서트 굿즈가 상표권과 관련된 제품의 거의 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식품, 화장품, 게임, 공산품, 오디오 콘텐츠 등 다양해졌다. 음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결국,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업을 다각화하다 보니 상표권이 중요해졌고 이 때문에 갈등이 빈번해진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특정 기간 이후엔 상표권이 가수에게 이전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데뷔 초기엔 기획사의 진행하에 아이돌 그룹의 브랜드가 성장했지만, 이후엔 기획사가 아닌 멤버들의 역량에 따라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그 기간을 8년으로 보았다. 

 

기획사와 아이돌 모두 브랜드명을 지키는 게 최선이다. 가수 입장에선 그동안 활동한 이름을 버릴 수 없다. 상표권에 대한 권리를 얻지 못하면, 콘서트 등에서 해당 이름으로 활동한 노래도 쉽게 부르지 못한다. 

 

기획사 역시 마찬가지다.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서 기획사로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선 가수들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하다못해 자사 소속의 연습생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상표권을 둘러싸고 악명 높은 기획사에 누가 자신의 미래를 맡기고 데뷔하겠는가. 가수와 기획사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상표권에 고민해보아야 할 때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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