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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4:44' 거장 래퍼 제이지의 솔직한 자서전

가장 제이지스러운, 가장 솔직한, 그래서 미국을 대표하게된 음악

2018.01.11(Thu) 18:56:22

[비즈한국] 전성기는 늦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른 시기에 전성기가 오면 이후에는 그 전성기를 추억하며 살아야 합니다. 내리막이라는 느낌이야말로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특히 힙합이나 아이돌 음악처럼 트렌드에 좌우되는 ‘젊은’ 음악일수록 전성기가 빠르게 지납니다. 그 이후에 음악인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제이지는 힙합 역사상 가장 롱런한 레전드 중 하나입니다. 1969년생으로 비기 시절부터 음악을 해 현재까지 꾸준한 활동을 해오고 있지요. 최근까지도 카니예 웨스트와 함께 한 ‘니가스 인 파리스(Niggas In Paris)’ 등 히트곡을 낸 슈퍼스타입니다.

 

그도 나이가 들었습니다. 젊은 음악인 힙합에서 나이는 상당한 문제입니다. 상대를 모욕하며 랩 스킬을 겨루는 디스 배틀을 하기에 제이지는 나이 들고 성숙했습니다. 과거처럼 트렌디한 음악을 적극 받아들이기에도 본인의 이미지와 어긋나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예전에 했던 음악을 들고 오면 올드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요.

 

제이지의 ‘문라이트’. 유명 시트콤 ‘프렌즈’의 모든 캐스트가 흑인이라는 가정에서 시작된 영상은 주류가 될 수 없는 흑인 아티스트의 아이러니로 끝난다.

  

2013년 그가 발표한 앨범 ‘마그나 카르타 홀리 그레일(Magna Carta Holy Grail)’은 나름 트렌드를 반영한 음악이었습니다. 프로듀서 팀버랜드와 함께 고전적이면서도 트렌드에 앞장선 음악을 만들었지만, 제이지만의 느낌이 들어갔다기에는 애매했습니다. 트렌디한 음악으로 소비하기에는 제이지의 느낌은 최전선과는 어울리지 않았지요. 랩 역량은 뛰어나지만 트렌디한 래퍼라기에는 무리가 있었지요.

 

2014년 제이지는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이혼설 및 불화설 때문입니다. 제이지가 아내이자 슈퍼 팝스타인 비욘세의 동생, 솔란지에게 발길질 당하는 영상도 공개됐지요. 팝스타 커플의 불화에 세상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혼 위기는 사라졌고, 커플은 새로운 쌍둥이 자녀를 낳으며 사건은 일단락됐습니다.

 

비욘세는 2016년 앨범 ‘레모네이드(Lemonade)’를 공개합니다. 여기엔 정치, 음악, 그리고 제이지와의 불화 등에 대한 솔직한 감정이 들어 있었습니다. 제이지의 외도를 비난하고, 용서하는 내용 또한 들어 있었지요. 제이지는 비욘세의 음악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17년, 드디어 제이지의 새 앨범이 나옵니다. ‘4:44’입니다.

 

4:44 앨범 커버.


이 앨범은 트렌드와 동떨어져 있습니다. 커먼, 카니예 웨스트 등의 비트를 만들었고 본인의 비트도 만들었던 프로듀서 노 아이디(No I.D.)가 전 곡을 프로듀싱 했지요. 노 아이디는 음울하고 장중한 랩으로 중년의 거장에게 어울리는 품격 있는 사운드를 만들었습니다. 올드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다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제이지스러운 사운드였습니다.

 

가사 또한 달라졌습니다. 평소 재치 있고 유쾌하며 쿨한 가사로 유명했는데요. 이번 앨범의 테크닉은 여전하지만 한층 톤이 다운되었습니다. 음울하고, 무엇보다 솔직합니다. 스타이자 아이콘인 ‘제이지’보다는 본명인 숀 카터의 이야기를 하는 느낌입니다.

 

앨범의 시작부터 제이지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냅니다. 첫 번째 트랙은 ‘킬 제이지(Kill Jay Z)’입니다. 시작부터 제이지는 여지까지 자신을 참회합니다. 거리에서 마약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했던 일. 동료를 칼로 찔러서 집행유해를 받았던 일. 형제와 다름없었던 카니예와 다툰 일. 자존심을 챙기다 처제와 큰 다툼을 한 일. 무엇보다 본인의 바람기로 이혼 직전까지 간 일을 가감 없이 내뱉으며 말이죠. 제이지는 이런 본인을 ‘죽이겠다’고 말합니다.

 

제이지의 ‘킬 제이지(Kill Jay Z)’. 본인을 죽이겠다는 상징적인 말로 자신의 지나간 과오를 고백한다. 

 

이후 트랙도 여태껏 볼 수 없었던 본인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도망간 아버지 몫까지 자신을 키웠던 어머니가 레즈비언임을 고백했던 순간. 흑인을 앞세우지만 결국 흑인은 이용당하고 더 많은 돈을 챙겨가는 백인 음악 거물들을 고발하는 순간. 자신의 고통으로 가득 찬 삶을 자녀에게는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등등.

 

제이지는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전혀 다른 유형의 음반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자신의 단점을 과감하게 드러냄으로써, 너무도 많이 알려진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거지요. 그 자체가 예술작품이자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습니다. 이 앨범은 인생부터 경제, 철학, 종교, 가족, 인종 문제 등 제이지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담긴 집결체였습니다. 제이지라는 래퍼의 데뷔작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탄탄한 구성이었습니다.

 

제이지의 더 스토리 오브 오 제이(The Story Of O.J)’. 흑인으로서 본인이 겪었던 경험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아무리 성공해도 백인이 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의 제이지는 거짓말을 했던 걸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제이지도 인종차별을 비판했고, 가족에 관해 이야기 했으며, 본인의 철학, 경제, 종교관을 이야기했습니다. 다만 그는 대중과 거리를 뒀습니다. 유쾌하게 유머를 섞어 자신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제이지’라는 대중이 즐기는 캐릭터의 이야기로 만들었지요. 이번에는 누가 봐도 본인의 실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드러냈고, 그 덕분에 훨씬 더 깊고 현실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편집장 딘 밴퀫은 제이지를 초대해 인터뷰를 나누었습니다. 인종, 가족, 경제, 철학의 문제를 담은 제이지의 음악이야말로 현재 트럼프의 미국을 흑인의 입장에서 잘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의 제이지 인터뷰.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그의 음악은 현재 미국을 대표할 수 있는 음악이 되었습니다. 음악가 본인을 대표할 수 있는 음악이 되기도 했지요. 아쉬웠던 상업적 성과를 메우고도 남을 가치가 있는 대목입니다. 나이가 들어 트렌드를 추구하기보다는 가장 솔직하고, 가장 자기다워지기를 선택해 역설적으로 가장 거대하게 된 2017년의 힙합 앨범, ‘​4:44’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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