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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트럼프와 김정은, 협상의 '클라스'

협상은 주고받는 게임…원하는 걸 얻으려면 상대에게도 보상을 줘야

2018.06.11(Mon) 10:38:00

[비즈한국] 전 세계의 시선이 싱가포르로 쏠렸다. 세기의 협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1987년에 쓴 책이 ‘거래의 기술(Trump: The Art of the Deal)’이다. 세상 모든 것이 거래이고, 세상 모든 것이 비즈니스라고 말했던 트럼프는 그동안 비즈니스를 하건, 정치를 하건 거칠지만 결과적으론 탁월한 협상력을 보였다. 성공한 기업가에서 미국 대통령까지 올랐고, 세계가 주목하는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끌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악동 이미지가 강했다. 다양한 이슈에서 거침없는 언사나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가 얻을 명분과 실리가 명확히 있는 만큼 이번 협상은 긍정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미 물밑 단계에서 주고받을 것들에 대한 계산이 다 이뤄졌을 것이고, 정상회담은 그걸 공표하는 자리다. 성공적인 협상 결과가 공표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희망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에 세계의 시선이 쏠렸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한국공동사진기자단


세계 최고의 MBA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와튼스쿨에서 20여 년간 협상(Negotiation) 강의를 한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 그의 협상 강의는 20여 년 연속 최고 인기 강의로 꼽혔다. “협상이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협상을 잘하거나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뿐.” 그의 저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Getting More)’에 나오는 내용이다. 

 

협상력은 연봉협상뿐만 아니라 호텔 투숙이나 비행기 탈 때, 심지어 맥도날드에서 주문할 때도 필요하다. 재미있게도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가 한국에 왔을 때, 호텔의 디럭스룸을 예약하고 왔는데 실제로는 스위트룸에 머물렀다고 한다. 탁월한 협상능력은 거창한 것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이득을 준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자신의 협상 전략은,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단순하고 당연한 얘기지만 협상에 임하는 사람들이 실제 상황에서 가장 많이 놓치는 것이기도 하다. 대개 협상에 임하면서 자신의 최선책, 차선책만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협상은 혼자서 하는 일방적 게임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게임이다. 아예 판 자체를 깨려는 게 아니라면 상대의 대안을 미리 고민하고 상대를 만족시킬 준비를 하는 게 최선의 전략이다.

 

협상력 하면 고려 서희 장군 얘길 빼놓을 수 없다. 서희는 성종 12년인 993년에 거란의 침략에 맞서 적장 소손녕과 담판을 벌여 강동 6주를 되찾았다. 서희가 소손녕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고려-거란-송-거란의 역학관계를 소상하게 파악하고 당시의 전황과 소손녕의 심중을 정확하게 읽었기 때문이다. 강동 6주를 고려에 주면, 고려가 송과의 관계를 끊고 거란에 복속할 수 있다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사대’와 ‘영토’의 교환이라는 실리외교의 전형이다. 

 

서희 장군이 협상에 임한 기개와 용기, 치밀한 논리도 높이 사야겠지만, 이 협상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명분을 만들어줘서 모두가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전쟁 상황에서도 서로의 이해를 제대로 분석하여 윈윈할 수 있는 협상안을 도출해냈기에 협상이 성사된 것이다. 

 

협상은 서로 주고받는 게임이다. 내가 원하는 걸 얻으려면 상대에게도 뭔가 상응하는 보상을 줘야 한다.


협상은 강탈이나 강요가 아니다. 일방적으로 나에게만 유리한 것은 결코 협상이 아니다. 협상은 협상하는 순간이 아니라, 협상 이후의 관계도 포함한다. 내가 원하는 걸 얻으려면 상대에게도 뭔가 상응하는 보상을 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명분이다. 그럴듯한 명분만 있다면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 상대에게 무조건 양보하라는 것은 협상을 이기겠다는 접근이 아니다. 이건 협상을 깨뜨리려는 접근이다. 

 

또 협상은 서로의 자존심을 내건 기싸움이기도 하다. 일방적으로 밀리면 상대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번 협상에서는 유리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적이 될 소지가 높다. 따라서 상대의 자존심을 살려두면서 나에게 유리한 협상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줄 명분과 실리를 찾아봐야 한다. 

 

협상은 소통이고,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일이기도 하다. 협상이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협상력의 수준이 그 사람이 가질 지위나 기회를 가늠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의 ‘클라스’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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