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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삼성 출신이 만드는 '심장 반지'는 돌연사를 줄일 수 있을까

초기 심장질환 진단기기 '카트'로 유럽 심장학회 1위 스타트업, 스카이랩스 이병환 대표

2018.09.28(Fri) 17:45:26

[비즈한국] 9월 29일은 세계심장연맹(WHF)가 제정한 세계 심장의 날. 한국인에게 심장질환은 암에 이어 사망원인 2위인 질병이다. 특히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떨리는 부정맥은 전체 돌연사 원인의 90%를 차지할 정도다. 심장의 이상 신호를 미리 알아차릴 순 없을까?

 

심방세동은 심장질환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심방 근육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부정맥의 한 종류로 심장이 위험하다는 초기 알람인 셈이다. 건강에 이상이 없는 30~40대에도 곧잘 나타나며 이를 방치하면 뇌졸중, 심정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심방세동 환자의 30%가 뇌졸중을 한 번 이상 겪을 정도다. 진단받았을 때부터라도 스트레스, 음주, 흡연 등 건강관리를 시작하면 심장질환 예방이 가능하다. 문제는 진단율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스카이랩스는 심방세동 모니터링이 가능한 웨어러블 심장 진단기기를 만들었다. 반지 형태여서 언제 어디서든 심전도 측정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저도 심장이 안 좋아요. 가끔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거나 움켜쥐는 느낌이 날 때가 있어요. 심방세동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그냥 넘기는데, 만성으로 이어지죠. 불규칙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병원에 가도 진단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는 삼성전자 DMC연구소 출신으로 2015년 9월부터 개발을 시작해 심방세동 모니터링이 가능한 웨어러블 심장 진단기기를 만들었다. ‘카트’로 불리는 이 기기는 반지 형태로 24시간 착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카트가 생체신호를 감지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보내면 사용자는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심장이 수축 운동으로 손가락에 피를 흘려보낼 때, 피의 양을 관측해서 심장의 기능을 진단하는 원리다.

 

이 대표가 심장 진단기기를 반지 형태로 만든 이유는 두 가지다. 손목보다 손가락의 혈류를 측정하는 것이 정확도가 높고, 휴대성이 높아야 진단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미국 식약청(FDA) 인증을 받은 손목 측정형 밴드(95.3%)보다 카트의 진단 정확도(98%)가 높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 스카이랩스가 서울대병원과 협력해 150명을 상대로 임상 실험한 결과다.

 

자신도 심장이 좋지 않아 카트 개발을 시작했다는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 1호 완제품은 자신이 사용할 생각이라고 한다.  사진=이종현 기자

 

“심방세동 환자라고 하더라도 증상이 지속되지 않아요. 의심돼서 병원에 가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진단되지 않는 거죠. 병원은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이잖아요? 결국 시간 쓰고 돈 쓰는 거죠. 운동하거나 자거나 평소 생활할 때 심장 상태를 측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카트는 그걸 가능케 하죠.”

 

스카이랩스는 ‘심장질환 학계의 만성 숙제를 풀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지난 8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1위 스타트업으로 선정됐다. 이 학술대회는 세계의 심장전문의와 헬스케어 전문가가 참가하는 심장과 관련된 가장 권위 있는 자리로 꼽힌다.

 

“유럽에서는 상당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계속해서 연락 오고 소통하는 의사도 상당수 돼요. 병원, 제약사, 보험사 등과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어요. 이번 학술대회에서 1위 한 것을 가장 큰 업적으로 꼽고 있죠.”

 

카트를 눈여겨본 유럽 최대 병원인 독일의 ‘샤리테 병원’은 이 대표에게 먼저 연락을 취해왔다고. 지난해 5월부터는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으로 심장질환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아스피린’을 비롯한 심장질환약으로 유명한 세계적 제약사 ‘바이엘’의 투자를 받아 협력 사업을 구상 중이다.

 

심장질환뿐 아니라 모든 질병에 관심 있다는 이병환 대표. 환자와 의사를 이어줘 질병을 사전에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싶다고. 사진=이종현 기자

 

유럽에서는 반응이 뜨겁지만 국내에서는 현재 상용화가 불가능하다. 스카이랩스는 카트를 통해 환자 생체 정보를 의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원격의료 행위로 국내에서는 아직 불법이다. 이 대표는 ‘카트’ 앱을 처음부터 영문 버전으로만 만들 만큼 국내 시장 진출을 고려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단 해외 시장을 공략할 생각이에요. 국내 심방세동 환자가 약 100만 명, 전 세계에 1억 5000만 명으로 추정되거든요. 진단율이 절반밖에 되지 않고, 증상을 무시하는 사람까지 감안하면 더 많다고 봅니다. 심방세동 진단기기 시장은 초기 단계지만 2020년쯤 세계 시장이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해요.”

 

이 대표는 현재 프로토타입인 카트의 디자인과 성능을 다듬는 중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의료기기 인허가 승인이 떨어지면 양산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심장질환에 국한하지 않고 수면무호흡, 심부전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지금은 심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모든 질병에 관심 있어요. 수면무호흡, 고혈압, 당뇨 등등. 환자와 의사를 이어줘서 병을 미리, 그리고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돕는 예방의학 스타트업이 되고 싶어요. 스카이랩스는 단순한 기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닌 거죠.”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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