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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성탄 전야, 이태원에서 택시 잡아보니…

승차거부, 장거리콜 대기 '여전'…택시단체 "단속 강화하고 호출앱 '목적지' 없애야"

2018.12.26(Wed) 16:21:10

[비즈한국] 20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택시 단체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며 세 번째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전국에서 모인 4만여 명(경찰 추산)의 택시 운전자는 “공유경제를 운운하며 생존권을 말살하는 카풀 영업을 규탄한다”며 “국회가 상업적 카풀 앱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카풀 앱 금지가 관철되지 않으면 4차·5차 집회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택시업계가 택시 서비스는 개선하지 않고 새로운 교통 서비스만 제한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승차 거부나 불친절 영업 등이 만연하다는 것. 새로운 교통 서비스를 반대하고 나선 택시업계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까. 크리스마스 대목을 맞은 25일 새벽 서울 이태원에 나가 택시 승차 거부 실태를 점검했다.

#크리스마스 택시 대란, 표시등 끄고 ‘장거리콜 대기’까지

“지금 너무 화나요. 저 택시까지 승차 거부 6번 당했어요” 

25일 새벽 1시경 이태원역 2번 출구 앞, A 씨(20)가 먼발치의 택시를 보며 말했다. A 씨는 친구 두 명과 인근 술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벌이고 귀갓길에 올랐다. 버스·지하철 운행이 종료된 터라 택시를 타야 했지만, 어떤 택시도 A 씨 일행을 태우지 않았다. 약 6km 떨어진 목적지 강남역이 너무 가깝다는 이유였다. A 씨 일행 3명은 모두 휴대폰을 들고 ‘카카오택시’ 호출을 보내고 있었다. 

A 씨는 “돈을 더 주고서라도 가고 싶은데 강남역 얘기만 들으면 (택시가) 쌩 하고 갑니다. ​분명 서울 택시였는데 경기도 아니면 안 간다니 어이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날 새벽 이태원 일대 기온은 영하 1도, 길가에서 30분째 택시를 잡던 이들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행선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5일 새벽 1시경 서울 이태원 해밀턴 호텔 앞 길가엔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사진=차형조 기자


이태원 해밀턴호텔 앞 길가는 A 씨처럼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들은 ‘빈 차’ 표시등이 켜진 택시가 나타나면 벌떼같이 몰려들어 목적지를 알렸다. 중앙선까지 나가 택시를 가로막는가 하면, “따블(double, 운임료 두 배)”을 외치며 택시를 잡아 세우는 손님도 있었다.

승객이 되려는 이들의 노력에도 승차 거부는 더 교묘해졌다. 이태원로에는 ‘예약’ 표시등을 켜거나 아예 표시등을 끄고 장시간 정차한 차가 여럿 보였다. ‘빈 차’​ 표시등을 켜고 승객을 가려 받는 과거의 승차 거부 대신 호출 앱을 통해 ‘장거리 손님’을 찾는 방식을 택한 운전기사들이다. 이들은 여의치 않으면 차에서 나와 길가의 손님에게 호객행위를 했다. 

이태원로에는 ‘예약’ 표시등을 켜거나 아예 표시등을 끄고 정차한 차가 여럿 보였다. 사진=차형조 기자


기자에게 접근한 택시 운전사 B 씨는 “경기도·인천·서울 갑니다. 어디까지 가세요?”​라며 행선지를 물었다. 기자가 목적지로 신사역을 말하자 B 씨는 “​신사역 같이 가까운 곳 가려면 3만 원은 주셔야 돼. 거기까지 3만 원이면 외국인들은 ‘생큐’ 해요”라고 말했다. 기자가 고개를 내젓자 B 씨는 다른 이들에게 호객행위를 하다 정차해둔 택시로 돌아갔다.

이태원역에서 신사역까지 거리는 5km 남짓. 취재를 마친 기자는 ‘정상 운임’으로 영업하는 택시를 30분 동안 찾았다. 다행히 막 이태원으로 승객을 실어온 택시에 오를 수 있었다. 신사역까지 요금은 야간할증이 적용돼 6960원이 나왔다.  

25일 새벽 귀갓길에 탑승한 택시의 기사 C 씨(53)는  “이 시간에 신사동 앙드레김 건물 근처, 양화대교 입구와 합정역 사이, 강남역 지오다노, 이태원 소방서 근처엔 단거리 승차 거부 택시가 천지다. 합정동에서 상일·암사·​송파·​잠실동 가면 20분 만에 2만 원을 버는데 거기서 증산동 갔다오면 막혀서 20분 동안 6000원 번다​며 ​택시 영업 13년 하면서 돈 벌려는 심정을 모르지 않지만, 가까운 곳 가는 손님은 1~2시간 기다려도 택시를 못 타고, 자기 돈 주고도 당당하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지난 25일 자정 무렵 서울 강남역 인근에 운영 중인 ‘승차거부 없는 택시’ 임시 승차대 풍경. 사진=차형조 기자


같은 시각 ‘승차거부 없는 택시’가 운영된 강남역 일대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임시승차대엔 택시가 줄지어 서 있었고, 승객들은 안전요원 통제에 따라 차례로 택시에 탑승했다. 

서울시는 연말 심야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법인택시), 티맵택시와 협력해 ‘​승차거부 없는 택시’​를 시범 운영 중이다. 강남 125대, 홍대 125대, 종로 50대 등 택시 300대를 확보해 임시승차대에 배치했다.​ ‘​승차거부 없는 택시’​는 택시 수요가 많은 12월 21일(금), 22일(토), 24일(월), 28일(금), 29일(토), 31일(월) 등 6일간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운영한다.​

강남역 승차거부 없는 택시 임시승차대를 찾은 문충석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휴일 심야에 승차거부가 많다고 해서 서울시와 협력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사업에 참여한 택시는 가깝든 멀든 목적지에 상관없이 승객을 운송한 뒤 이곳에 다시 돌아온다. 사업에 참여한 기사들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고 전했다. 

승차난 해소를 위해 ‘​승차거부 없는 택시’​​를 투입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는 그만큼 승차거부가 심하다는 반증이다. 서울시와 같은 공공기관이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 한 승차거부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승차거부 없는 택시’​​를 위해 확보한 300대가 수요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교통지도과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11월까지 서울시에 접수된 승차거부 관련 민원은 2만 7661건이다. 올해(11월 기준) 5652건, 2017년 6909건, 2016년 7340건, 2015년 7760건으로 집계됐다.

신고 접수된 택시 중 과태료가 부과된 차량은 11%에 불과하다. 서울시의회 송아량 의원(더불어민주당·도봉4)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9월까지 승차거부 민원으로 적발된 택시 2만 6627건 중 과태료가 부과된 택시는 3100건이다. 중징계인 자격정지는 85건, 나머지 2307건은 경고 수준에 그쳤다. 

서울시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현장단속 때는 단속반이 승차거부 현장을 확인할 수 있지만, 신고민원의 경우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행정처분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택시업계​ “호출 앱 목적지 없애고, 단속 강화해야” 자성 목소리 

택시 단체는 승차거부 문제에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회 관계자는 “단거리와 장거리를 가리지 않고 승객들을 태우는 시스템을 강구하고 있다”며 “승차거부 근절 및 택시 서비스 향상을 위해 택시 단체 4개는 연말연시 강남, 홍대, 종각 일대에서 계도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도 “승차거부 행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만 단체 차원에서 계도와 교육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현재 행정처분 규정이 있기 때문에 행정당국에서 승차거부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는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카풀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택시 호출 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택시 호출 앱을 통한 ‘단거리 승차거부’를 막으려면 앱에서 ‘목적지’란을 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택시를 호출할 때 목적지를 넣으니 기사가 승객을 골라서 태우는 것”이라며 “단거리 운행은 거부하고 장거리 운행만 하는 기사를 없애려면 택시 호출 앱에서 목적지란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의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도 “카카오택시 같은 호출시스템도 목적지 노출을 과감하게 개선해 택시기사가 목적지를 보지 않고 콜에 응하도록 개선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관계자는 “목적지를 보고 가지 않는 것은 일종의 승차거부이기 때문에 승객을 골라 태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앱에서 목적지란을 없애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호출’로 ​고객에게 기사를 매칭하려 노력하지만 택시량 공급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 배차 후 호출을 취소하는 택시기사에겐 페널티를 주지만 장거리 호출만 받는 기사에게 별도의 제재를 가하지는 않는다. 현재 거리에 상관없이 ​‘비선호 호출을 잡는 기사에게 인센티브(포인트)를 줘서 최대한 호출을 다양하게 받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택시 호출 플랫폼이 등장하고서 택시기사는 합법적인 승차거부가 가능해졌고 승객들은 택시 잡기가 훨씬 힘들어졌다”며 “기사가 단거리를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단거리 요금과 장거리 요금의 차등을 둬 승객을 가리지 않도록 유인하거나, 운전 패턴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가 장거리 운행만 골라잡는 기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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