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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빌보드는 지금 '여가수 이별노래' 전성시대

할시·아리아나 그란데·카디비 등 전 애인 실명 거론에 이혼 이야기까지 담아 '히트'

2019.02.11(Mon) 10:58:36

[비즈한국] ‘힙합(Hip Hop)’​이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지는 꽤 됐습니다. 차트의 최소 절반 이상, 많은 경우 70~80%를 채우고 있습니다. 최상위권에 랭크된 곡들에선 재미있는 패턴이 발견됩니다. 여성 아티스트들의 실제 연애사가 음악에 녹아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곡들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11일 기준 빌보드차트 1위를 기록한 음악은 할시(Halsey)의 ‘​위드아웃 미(Without Me)’​입니다. 할시는 2015년부터 활동한 팝스타입니다. 그는 2017년부터 1년간 래퍼 지 이지(G-Eazy)와 교제하다 헤어진 바 있는데요. 이 곡에 결별 내용을 담았습니다.

 

G-이지(왼쪽)와  할시가 지난해 3월 4일 미국 LA에서 열린 배너티 페어 오스카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곡에서 할시는 힘들 때 자신이 도왔던 연인이 바람을 피우고 떠난 것에 대해 원망합니다. 뮤직비디오의 남자 주인공은 누가 봐도 지 이지와 닮았습니다. 할시는 나중에 이 가사가 이지의 이야기라고 고백했습니다. 트렌디한 팝 음악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중요했던 건 자신의 실제 결별을 토로하는 가사의 ‘​기획’​이었습니다. 대중은 이 음악에 열광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할시 이야기에 몰입했기 때문일 겁니다.

  

할시(Halsey)의 ‘위드아웃 미(Without Me)’.

 

할시 이전 빌보드 1위를 하던 곡은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생큐, 넥스트(Thank you, next)’​입니다. 이 곡에선 전 남자친구들의 실명이 거론되기까지 합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수년째 최고의 팝스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사이 그는 수많은 열애와 이별을 맛보았습니다. 소모되는 느낌을 적지 않게 느낀 그는, 음원 차트 성적과 별개로 새로운 계기가 필요했습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정면돌파’​를 선택합니다. 유명을 달리한 맥 밀러부터 코미디언 피트 데이비슨까지, 자신이 사귄 수많은 셀럽의 실명을 거론한 가사를 쓴 거죠. 그는 숱한 이별에서 배운 점이 있고, 앞으로 더 성장하겠다고 말합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뮤직비디오 초반 복잡한 연애사 등을 거론하며 이를 가십으로 소비하는 대중을 보여주기까지 하는데요, 자신의 가십 이슈를 정면으로 돌파한 셈입니다.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생큐, 넥스트(thank u, next)’.

 

자신의 이혼까지 거론한 음악도 있습니다. 현재 가장 뜨거운 여성 래퍼, 카디비(Cardi B)의 새 싱글 ‘​머니(Money)’​입니다. 카디비는 가장 인기 있는 힙합 그룹, 미고스(Migos)의 멤버 오프셋(Offset)과 결혼했습니다. 둘은 대표적인 ‘힙합 커플’​로 널리 알려졌지요. 둘은 지난해 7월경에 아이를 낳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카디비는 그해 12월 급작스럽게 이혼을 발표합니다. 남편인 오프셋이 모델, 여성 래퍼 등 최소 두 명과 바람을 피우는 내용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들과 함께 말입니다. 오프셋은 SNS를 통해 카디비에게 영상편지를 보내는 등,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카디비의 ‘​머니’​를 통해 이혼 후 자신의 심경을 솔직하게 담습니다. ‘​아이가 있으니 돈이 필요하다’​거나 ‘​지금은 남자보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본인의 현재 상황을 담은 거죠. 거친 힙합 가사는 그의 현재 맥락과 합쳐져 더욱 더 큰 감흥을 전했습니다. 현재 카디비의 ‘머니’는 빌보드 차트 13위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카디비(Cardi B), ‘머니(Money)’.

 

이들 음악은 음악성 그 자체보다 맥락을 알아야 하는 음악일지 모릅니다. 타블로이드 가십에 가까운 내용은 담을 것일지도 모르죠. 음악성이 뛰어나다거나 역사에 남을 걸작이라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들 음악은 현재 팝음악이 어디로 향하며, 왜 힙합이 팝을 점령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자신의 진심을 거침없이 담기엔 힙합만큼 좋은 형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제는 무엇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힙합의 주제는 너무나도 넓게 확장됐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불행인 이별을 예술로 표현하는 음악은 언제나 대중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주제이기 때문이죠. 에미넴(Eminem) 등 래퍼들은 자신의 인생 실패, 사랑 실패를 가감 없이 랩으로 드러냈습니다. 알앤비와 힙합을 섞어 자신의 이별을 드러내 성공한 로린 힐(Lauryn Noelle Hill) 등의 흑인음악 스타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한때 이별을 주제로 한 ‘발라드 랩’이 유행하기도 했죠.

 

여성 본인의 입장에서 이별에 대해 과감하게 드러내는 힙합적 태도의 팝 음악이 빌보드에서 사랑 받는 건 어쩌면 다시 과거 유행이 복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힙합의 솔직함과 거친 태도, 당당함 등을 갖춘 채로 말이죠. 빌보드를 점령하고 있는, 여가수의 이별 노래들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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