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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형 당뇨 환자 위한 '먹는 인슐린'은 왜 없을까

위산에 분해돼 주사 형태가 유일한 치료법…경구용 개발돼도 상업화와 대량화 높은 벽

2019.04.16(Tue) 15:57:53

[비즈한국] 제약사에게 당뇨 치료제 시장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당뇨병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해 평생 관리를 요한다. 따라서 치료제를 오랫동안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수요가 늘 꾸준하다. 게다가 당뇨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 당뇨병 재단은 전 세계 당뇨 환자 수가 2030년에는 전체 성인의 약 10% 이상인 4억 38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제약사들은 경쟁적으로 당뇨 치료제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유독 ‘먹는 인슐린’ 개발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슐린은 생체 내에서 혈당을 낮추는 유일한 호르몬으로 대표적인 당뇨 치료제 약물이다.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없는 당뇨 환자들에게는 필수. 그러나 아직 경구용 인슐린은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 1920년에 일라이 릴리(Eli Lily)사가 인슐린을 최초로 상용화한 이후 100년이 지나도록 먹는 인슐린 개발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뭘까.

 

인슐린이 최초로 상용된 후 100년이 지나도록 먹는 인슐린 개발은 더디다. 그러나 지난 2월 먹는 인슐린인 ‘인슐린 주사 캡슐’이 개발돼 제약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미국 ‘사이언스’​


# 1형 당뇨 환자, 인슐린 주사제가 유일한 치료제

 

먹는 인슐린을 원하는 이들은 당뇨 환자 중에서도 특히 1형 당뇨 환자다. 당뇨는 임상적 특징에 따라 크게 1형 당뇨와 2형 당뇨로 나뉘는데 1형 당뇨는 인슐린을 생성하고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고혈당이 유지되는 질환이다. 전체의 10%를 차지하는 1형 당뇨 환자의 치료에는 인슐린이 필요하다. 충분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거나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는 2형 당뇨 환자도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췌장이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해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문제는 1형 당뇨 환자들의 편익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인슐린을 투입하는 방법이 주사제뿐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외에 시판되는 경구용 인슐린 제품은 없다. 국내에 허가된 인슐린 치료제도 모두 주사기 제형으로,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와 한국 릴리사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 주사제를 이용하면 쉽게 인슐린이 혈관으로 흡수되지만, 바늘에 찔리거나 지속해서 주사를 놓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김은지 대한당뇨병연합 주임은 “주사를 계속 맞아야 해서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다”고 말했다.

 

먹는 인슐린에 대한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와 하버드대 의대 등으로 구성된 MIT 연구팀은 ‘인슐린 주사 캡슐’을 개발했다고 미국 ‘사이언스’​에 밝혔다. 블루베리 크기의 캡슐 속에 인슐린과 주삿바늘이 들어있는데, 몸 속에서 캡슐이 녹으면서 주사제가 위벽에 달라붙어 주사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위벽에는 통증 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환자가 주사를 느낄 수 없다”고 밝혔다.

 

국내에 허가된 인슐린 치료제는 모두 주사제형이다. 인슐린 투입을 꼭 필요로 하는 1형 당뇨 환자들의 편익이 상당히 떨어지는 지점이다. 사진=약학정보원 홈페이지 캡처


인슐린과 성장호르몬 등 주사제에 주력하는 노보 노디스크도 ‘I338(Oral insulin 338)’이라는 경구용 인슐린을 개발해 임상2상까지 거쳤다. 이 제품은 경구용 혈당강하제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아 인슐린 주사를 맞는 2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됐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용량이 더해진다면 1형 당뇨 환자의 치료제로도 이용 가능해지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 약들이 시장에 나올 수 있을지 아직 확실치 않다. 애당초 먹는 인슐린의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먹는 인슐린과 코로 흡입하는 인슐린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계속 있었다. 그런데 경구용 약의 경우 위를 통과해야만 장에서 흡수가 돼 혈중 인슐린 농도가 올라가는데 위에서 위산을 만나는 순간 분해돼 사라져버리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먹는 인슐린은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상업화와 대량화라는 높은 벽을 마주한다. 이런 이유로 지난 2월 노보 노디스크는 경구용 인슐린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용량의 인슐린이 필요한데 상업성이 없다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특히 1형 당뇨는 인슐린이 아예 분비되지 않는 질병이라 약물에 들어가는 인슐린 용량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1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한 먹는 인슐린 상용화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한편 제약사는 인슐린만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1형 당뇨 환자를 위한 경구용 보조제인 SGLT-2 억제제 개발에도 한창이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걸러진 포도당의 재흡수를 막고 배설시켜 혈당을 조절하는 비인슐린 치료제로, 2013년 시장에 나와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먹는 인슐린’은 개발이 쉽지 않을뿐더러 개발되더라도 상업화라는 높은 벽을 마주한다. 사진은 주사기 이미지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다만 이런 약물도 1형 당뇨 환자 치료제로 쓰이기는 쉽지 않다. 지난 3월 2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사노피(Sanofi)가 소타글리플로진을 1형 당뇨 환자의 인슐린 보조요법으로 허가해달라는 최종 시판허가 신청서를 불허했다. 당시 FDA 자문위원은 “당뇨병성 케톤산증이 발병할 위험이 높다. (1형 당뇨 환자들이) 인슐린만 사용했을 때보다 급성 신장 손상, 호흡 부전,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 “약물 흡수율 높이는 기술 개발 절실”

 

전문가들은 1형 당뇨 환자의 접근성이 제한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 환자의 접근성이란 환자가 의료체계 안에서 얼마만큼 치료제에 대해 접근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1형 당뇨는 소아 환자가 대부분인데, 이들도 스스로 주사를 놓아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어 새로운 약물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김대중 교수는 “당뇨 신약의 대부분은 (먹는 인슐린이 아닌) 2형 당뇨 환자들을 위한 약”이라며 “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 중에 1형 당뇨에도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이마저도 1형 당뇨에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작용한다. 1형 당뇨 환자들은 주사를 계속 맞아야 해서 불편한 점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먹는 인슐린을 개발하는 것 외에도 약물 흡수율을 높이는 기술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가령 한미약품의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기존의 알약, 물약, 주사제 등이 인체에 잘 흡수될 수 있도록 전달체를 만들어 약효 지속 시간을 길게 하는 역할을 한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조합 전무는 “1형 당뇨 환자들은 비교적 나이가 어려서 제대로 주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구용 약이나 인체 흡수율을 높여 주사를 자주 하지 않아도 되게끔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제약사들이) 생산성과 경제성을 따지는 것 외에도 환자들의 편익을 개선하는 등의 방향으로 신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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