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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파리 에어쇼, F-35에 도전하는 NGF·TF-X는 날 수 있을까

유럽3국과 터키의 새로운 스텔스 전투기 발표…기술과 정치적 문제가 발목잡을 수도

2019.06.25(Tue) 08:56:21

[비즈한국] 지난 23일 폐막한 ‘제53회 파리 에어쇼’에서 향후 미래 항공산업을 결정지을 여러 중요한 소식들이 날아 들어왔다. 세계 각국의 항공우주산업은 하늘의 우버(Uber)를 노리는 신형 개인이동 수단, 친환경 전기추진 항공기, 민간용 무인 드론과 같은 수많은 차세대 이동수단이 선보이는 한편, 세계 최고의 민간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은 737max 추락사고로 위축되고, 반대로 유럽의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가 약진하는 거대한 시장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행사이기도 했다.

 

터키의 차세대 전투기 TF-X. 사진=raddit


파리 에어쇼는 민수 시장뿐만 아니라 국방 항공우주분야에서도 깜짝 놀랄 만한 빅뉴스가 공개된 현장이었다. 바로 항공우주력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신형 전투기 두 종류가 공개된 것이다. 그 주인공은 독일-프랑스-스페인 공동개발 전투기인 NGF(New Generation Fighter)와 터키의 TF-X 전투기다. 이 두 전투기는 브렉시트로 인해 곧 유럽에서 분리될 영국의 템페스트 전투기와 함께, 수십 년 만에 처음 공개되는 차세대 전투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소련이 붕괴하면서 세계의 방위산업과 항공우주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군비축소가 강조되던 유럽의 전투기 사업은 큰 정체기를 겪었다. 냉전이 끝날 무렵부터 개발 중이었던 프랑스의 라팔(Rafale), 유럽 공동개발의 유로파이터 타이푼(Eurofighter Typhoon)은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예산 축소로 개발이 지연됐고, 미국제 전투기인 F/A-18 호넷, F-16팰콘, F-15이글과 수출경쟁에서 힘겨운 경쟁을 이어가야만 했다.

 

더군다나 미국은 오직 자신들만이 사용하는 5세대 전투기인 F-22 랩터(Raptor)에 이어 수출형 5세대 전투기인 F-35 라이트닝II(Lightning II)로 전 세계 전투기 시장을 영원히 지배할 것 같은 기염을 토하는 와중에, 이에 대항하기 위한 두 도전자가 이번 에어쇼에서 등장한 것이다.

 

먼저 살펴볼 전투기는 터키 TAI의 TF-X. 2010년 처음 개발 계획이 알려진 TF-X는 한때 우리나라와도 공동개발 논의가 있었으나, 사업 배분과 절충교역 등의 조건 때문에 결국 독자개발을 시작했다. 초등훈련기 KT-1을 면허 생산한 기술력을 가진 터키는 한국처럼 기술도입 파트너와 공동으로 개발을 추진했으며, 2013년에는 JAS39 그리펜(Gripen) 전투기를 개발한 스웨덴 사브(SAAB)사와 탐색개발을, 2017년에는 영국의 BAE 시스템스와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다.

 

터키의 차세대 전투기 TF-X. 사진=ainonline


터키는 TF-X의 실물 크기 모형을 이번 파리 에어쇼에서 처음 공개한 다음, 터키 건국 100주년인 2023년에 첫 비행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개발 속도는 중국을 제외하면 유래 없이 빠른, 초스피드라고 할 수 있다. 비교 대상인 대한민국의 KF-X의 경우 2002년에 처음 개발 타당성에 대한 제안이 공개됐다. 2009년 탐색개발, 2015년 기본설계에 들어가 2021년에 시제 1호기가 완성될 예정인데, 대략적으로 비교해 봐도 터키는 한국보다 곱절의 속도로 개발을 추진 중인 셈이다.

 

놀라운 것은 속도뿐만이 아니다. TF-X의 크기와 규모는 여러 모로 KF-X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KF-X의 전장이 16m, 중량이 약 5만 6000파운드의 규모임에 비해, TF-X는 길이 19m에 6만 파운드 이상의 중량을 가진 대형 전투기다. 초음속 제트기를 아직 만들어보지도 못한 국가의 첫 전투기 치고는 엄청난 수준이다. 다만 항공전자장비의 경우 전자주사식(AESA) 레이더, 전자광학식 추정장비(IRST) 등은 4.5세대 전투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 KF-X와 대동소이하고, 스텔스 성능도 큰 차이를 가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TF-X의 미래는 결코 밝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2023년 첫 비행이라는 개발일정은 비상식적으로 2019년 현재 겨우 실물 크기 모형이 만들어진 지금, 4년 안에 상세설계를 완료하는 것조차 미국도 하기 힘든 프로세스다. 중국의 경우 J-20 및 FC-31 전투기 개발에서 이런 속도전을 보여준 적이 있지만, 그것도 실제 전투능력이 없는 ‘비행만 가능한’ 비행기를 띄우는 수준일 뿐이다. 

 

터키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3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TF-X의 개발과 양산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엄청난 장벽이다. 무엇보다도 전통적 우방이었던 미국과의 관계 악화는 TF-X 프로젝트가 순식간에 공중분해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각종 부품과 기술 도입 등 TF-X 개발에는 미국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데 러시아에서 S-400 대공미사일을 수입하여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터키에게 미국이 이를 허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제53회 파리 에어쇼’에서 선보인 NGF 풀사이즈 모델. 사진=신화/연합뉴스


다음 도전자는 NGF. 4.5세대 수준의 스텔스 성능을 가진 TF-X와 달리, 유럽 공동개발 전투기인 NGF는 그야말로 F-35에 비해 경쟁우위를 갖출 수 있는 높은 성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파리 에어쇼에서 프랑스, 독일, 스페인 세 나라의 국방장관은 NGF의 개발에 서명했다. 과거에 개발한 유럽 공동개발 전투기인 유로파이터와 다른 점은 세 나라가 동등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가 일종의 대주주로 주도권을 잡고 거기에 독일과 스페인이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라는 점이다.

 

과거 유럽 4개국이 공동개발한 전투기인 유로파이터는 각 개발 국가 간의 주도권이 미묘하게 설정돼 의사결정 문제로 골머리를 썩인 역사가 있다. 이번 NGF는 이 부분에서 프랑스가 가장 많은 개발비를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시작부터 합의를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NGF에 대해서는 많은 것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매우 뛰어난 스텔스 설계를 채용했다는 점이다. NGF는 한 쌍의 주 날개와 한 쌍의 수직 꼬리날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KF-X, F-35, F-22와 달리 수평 꼬리날개가 없는 독특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이런 모습은 과거 F-22와 함께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ATF)에서 경쟁한 노스롭의 YF-23 전투기와 비슷하다. 우수한 스텔스성을 갖출 수 있어 현존하는 5세대 전투기인 F-22와 F-35를 뛰어넘는 스텔스 성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기동성 또한 프랑스의 샤프란(Safran)과 독일의 MTU가 차세대 엔진을 개발 중이다. 기존보다 작은 사이즈에 큰 출력을 낼 수 있어 뛰어난 가속력과 많은 연료 탑재량을 갖출 뿐만 아니라, 3차원으로 배기가스의 방향을 조절하는 TVC(thrust-vectoring nozzle)라는 추진구를 갖춰 빠르게 비행기의 자세와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이에 따른 근접 전투 능력도 현존하는 전투기보다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차세대 전투기 NGF. 사진=dassault aviation


여기에 더해 NGF는 인공지능과 ‘리모트 캐리어’라 불리는 무인 비행드론의 도움을 받아 전투력을 극대화 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빠른 속도로 발전중인 AI 기술을 NGF에 적용해 마치 두 명이 조종하는 것과 같은 임무 수행능력을 한 명의 조종사로 가능하게 만든 다음, 조종사는 NGF 비행기뿐만 아니라 리모트 캐리어 무인 드론을 같이 조종하여 여러 가지 전술을 사용할 수 있다. 가령 NGF가 숨어 있는 동안 무인 드론이 적을 찾아내어 기습 공격을 하거나, 무인 드론을 미끼로 사용하여 공중전에서 적의 실수를 유발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다만 NGF의 발목을 잡는 것은 유럽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이다. 프랑스가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잡기로 결정했지만, 결국 예산이 풍부한 독일이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올 것인지가 관건이다. KF-X의 예산 18조 원의 몇 배가 넘는 40조~50조 원 규모의 초거대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유로 인권 문제를 가진 국가에 수출을 제한하는 독일 특유의 정치적 행동도 문제이다. 수십 조 원을 쏟아 부어 개발하는 NGF가 수출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비용 상승으로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 유로파이터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셈이기 때문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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