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명 정부가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전략의 범위를 병역 제도까지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과학기술 인재의 대체 복무를 확대하고, 국가연구자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군을 첨단 기술이 축적·활용되는 공간으로 재정의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동력을 지키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미래 과학자와의 대화’ 행사에서 군 체제 전반의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군 복무 기간이 청춘을 소모하는 시간이 아니라 첨단 무기체계와 기술을 익히는 기회가 되도록 체제를 바꾸겠다”며 기존 병력 중심의 군 구조를 기술·전문성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대체복무 확대와 군 체제 개편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병역 이행이 불가피한 남성 과학기술 인재들이 일정 기간 연구 현장에서 이탈하는 구조가 개인의 손실을 넘어 국가적 낭비로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대체복무 확대와 함께 군 내부에 연구부대를 두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됐다. 하정우 대통령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은 “실제로 병무청과 이야기하고 있고 안규백 국방부 장관도 전향적이라 정리해서 따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엔 대통령과학장학생과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수상자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군대 자체를 대대적으로 바꿔볼 생각”이라면서 “지금까지 군대가 병력 숫자, 보병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완전히 장비와 무기 경쟁 체제로 가는 상황”이라며 “군 복무가 첨단 무기 체계, 장비, 기술을 익히는 시간이 되도록 체제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향성은 전문연구요원 제도 개편 논의로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를 중심으로 대기업 연구기관에 대한 전문연구요원 배정 확대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고급 인력을 산업 현장과 분리해둘 여유가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에는 대기업 연구소에서도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가 가능했지만, 지난 2013년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인력 확보를 목적으로 대기업 신규 배정이 중단됐다. 이후 중견·중소기업 복무 중 대기업 전직까지 제한하면서 현재는 보충역을 제외하면 대기업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복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운영 방식은 병역법 시행령과 병무청 고시를 통해 조정할 수 있어, 대기업 연구기관에 대한 배정 재개 자체는 행정권만으로도 가능하다. 다만 대체복무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거나 병역 특례를 인재 정책의 한 축으로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병역법 개정 등 입법 절차가 수반된다. 정부가 당장 손댈 수 있는 정책 조정과 중장기적인 제도 개편이 분리돼 있는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서 병역 형평성과 산업 경쟁력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책 방향은 정부가 추진 중인 ‘AI 3대 강국(G3)’ 전략의 일환이다. 최근에는 AI 교육 정책도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날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 국가교육위원회는 AI 전환 시대에 맞는 중장기 인재양성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협력을 선언했다. 단순한 코딩 교육이나 단기 기술 습득을 넘어, 교육 정책과 AI 전략을 국가 차원에서 연계해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정부는 △GPU 5만 장 조기 확보를 포함한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지원 △글로벌 AI 인재 역량 5위를 위한 초격차 AI 선도기술·인재 확보 △AI 기술 기반 의료, 교육, 금융 등 사회 혁신을 내세우고 추진 중이다.
과학기술 연구 종사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국가장학금제도’를 언급하며 “앞으로는 국가연구자제도까지 도입해서 평생 과학기술 연구에 종사하면서도 자랑스럽고 명예롭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국가연구자제도는 정부가 연구자를 자산으로 관리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세계적 연구 업적을 가진 연구자를 5년 동안 20명씩 총 100명 선발해 연 1억 원의 연구 활동 지원금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임 정부에서 불거졌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논란을 염두에 둔 발언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과학기술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강조하며 “연구 환경이 예산과 정권 변화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구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조성도 재차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실패의 자산화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말로만 끝나지 않도록 연구개발 정책 전반을 달리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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