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가입한 ‘과반 노조’ 탄생을 눈앞에 뒀다. 2020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지 6년 만이다. 특히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성과급 산정 방식과 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난항을 겪으면서, 쟁의 국면 가능성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복수노조 체제 속에서 개별 교섭을 이어온 삼성전자 노사 관계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는 평가다.
#8차 본교섭서도 성과급 충돌…쟁의 가능성 첫 언급
삼성전자의 첫 ‘과반노조’ 탄생에는 성과급 체계 등 임금 구조 갈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삼성전자 노사 간 2026년도 임단협 교섭은 지난 3일 열린 8차 본교섭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측은 디바이스 경험(DX) 부문 실적 악화 등 전사적인 경영 여건을 고려해 베이스업 3.0%를 포함한 총액 평균 5.1%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고정급 비중이 낮다는 점을 들어 베이스업 7.0%를 최소 요구 수준으로 제시하며 맞섰다. 특히 성과급 산정 방식에 대한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교섭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노조는 “성과급 기준을 ‘영업이익의 20%’로 단순화하고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준은 구조가 복잡해 현장 수용성이 낮다는 문제제기다. 반면 회사는 사업부별 실적 편차와 기존 성과급 체계를 고려할 때 즉각적인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행 연봉 50% 상한제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상한을 초과하는 성과 보상 등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은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급 체계는 핵심 쟁점이다. 반도체 호황에도 경쟁사 대비 낮은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면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과반 노조가 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 5개 노동조합 중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삼성전자 동행노조 등 3개 노조는 공동교섭단을 꾸려 임금교섭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노조는 교섭 결렬 시 쟁의 국면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드러냈다. 노조 측은 “집중 교섭에서도 회사 제안이 조합원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공동투쟁본부 체제 전환을 준비하고 있으며, 쟁의 국면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은 “집중 교섭 진행 여부는 내부 검토 후 회신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초기업노조 과반 초읽기…검증 절차 착수
과반 노조 결성을 위한 실무 작업도 이미 돌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초기업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4일 비공개로 만나 과반 노조 성립 여부를 공식화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근로자대표 지위 확인을 위한 조합원 수 산정과 검증을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을 통해 진행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과반 수 노동조합 근로자대표 지위와 관련해 차주 월요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노사 공동 질의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초기업노조는 지난달 30일 사측에 ‘근로자대표 지위 확인을 위한 조합원 수 산정 절차 진행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회사는 “해당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으며 세부 사항은 별도로 협의하겠다”고 회신했다. 노조는 지난달 30일 기준 조합원 수가 약 6만 40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과반으로 추산되는 6만 2500명을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5만853명에서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1만 4000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노조의 목소리에 무게감이 실리는 배경에는 급격히 불어난 조직력이 있다는 평가다. 초기업노조 가입자 대부분은 반도체(DS) 부문과 스마트폰, 가전 등이 있는 디바이스 경험(DX) 부문 근로자로 파악된다. 향후 노동부의 검증 절차에서 중복 가입자 확인 등이 마무리되면 삼성전자는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 과반 노조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다만 정확한 과반 노조 성립 여부는 향후 검증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국가기관 또는 법무법인 등 제3자 검증 방식이 진행된다. 조합원 수 산정 과정에서 중복 가입자 정리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이 같은 확인 작업에는 일정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단일 과반 노조 출범은 삼성전자 노사 협상 구도 전반을 바꿀 변수로 꼽힌다. 지금까지는 과반 노조가 부재해 복수 노조별 개별 교섭이 이뤄졌지만, 과반 노조가 성립하면 교섭 대표 노조가 단독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하게 된다. 사측은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고, 취업규칙 변경 등 주요 노무 사안에서도 과반 노조의 동의가 필요해진다.
특히 노조 가입 급증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성과급 제도의 변화가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성과급은 개인 연봉의 최대 50% 한도로, 영업이익이 아닌 EVA의 20%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반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성과급 산정 기준 자체가 낮을 뿐 아니라 EVA 산출 근거도 투명하지 않다”는 게 노조의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호조 속 실적 개선 국면에서 노사 긴장도가 동시에 높아지는 상황에 놓였다. 성장 국면에서 경영 안정성과 노사 리스크 관리 역량을 함께 시험받는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초기업노조는 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예측 가능한 보상 체계가 장기적인 연구개발 경쟁력의 토대가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일 과반 노조 출범 이후에도 반도체와 세트 사업 간 실적 격차가 큰 상황에서 일률적인 보상 체계가 사업부 간 이해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호황기 기준으로 높아진 보상 기대가 중장기적으로 회사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 노사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향후 협상 결과가 경영 전략과 인사·보상 체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근로자대표 지위와 관련해 회사는 정해진 절차와 일정에 맞춰 회신을 진행해 왔다”며 “임금 협상과 관련해서도 노조와 최대한 소통하며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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