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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글로벌 마케팅] 스타트업에 '소비자 연구'가 필요한 까닭

미국 스타트업 75%가 사업 실패…'소비자 이해'로 실패 가능성 줄일 수 있어

2019.07.10(Wed) 09:22:33

[비즈한국] 얼마 전, 샌디에이고에 있는 한 이탈리안 식당에서 인상적인 경험을 했다. 식당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우리가 들어서자마자 자리를 안내해주고 너무나도 친절하고 세련된 태도로 오늘 방문한 이유가 뭔지부터 시작해서 이 식당을 어떻게 찾았는지 등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소비자 연구를 업으로 하는 나로서는 이분이 지금 나를 상대로 ‘정성조사’를 하고 있구나 싶어 성심성의껏 답변을 해드렸다. 

 

#소비자 연구, 원리를 알면 DIY도 가능하다

 

정량조사의 경우, 요즘 온라인으로 쉽게 접하는 서베이 몽키(Survey Monkey)나 구글 설문지(Google Forms)와 같은 사이트를 이용하면 간단한 데이터 수집은 쉽게 스스로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DIY(do-it-yourself) 리서치’는 조사 규모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질문을 하느냐, 어떤 질문을 하느냐 같은 소비자 연구 원리에 대한 이해다. 

 

잘못 수집된 데이터는 아예 없느니만 못하다. 따라서 DIY 리서치를 진행하고자 한다면 다음 부분을 고민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잘못 수집된 데이터는 아예 없느니만 못하다. 따라서 DIY 리서치를 진행하고자 한다면 다음 부분을 고민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사진=황지영 제공

 

① 조사 대상자(Target Criteria)를 적절히 선정했는가

 

리서치의 첫 단계는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내 제품을 구매할 소비자층을 상상하고 객관화해 ‘나의 조사 대상자는 어떠어떠한 사람들이다’ 하고 대략적으로 조사 대상자를 선정한다. 

 

이렇게 결정된 조사 대상자(Target Criteria)는 향후 연구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남녀노소 상관없이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리서치 참여자 또한 남녀노소 골고루 안배해야 한다.

 

리서치 조사 대상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으면 결국 쓰이지 못할 데이터를 수집한 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전략 대상자를 지나치게 좁게 잡으면 내 제품의 구매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소비자의 폭을 좁혀 제품의 가능성을 시작부터 스스로 제한하는 것이 되고 만다.

 

② 조사 참여자의 수는 어느 정도인가

 

정량조사에서 리서치 참여자의 규모는 표본 오차에 영향을 끼친다. 소비자 연구는 실제 시장을 최대한 모방해 진행해야 하는데, 리서치 참여자의 수가 너무 적으면 표본 오차가 커져 데이터를 쓸 수 없다. 

 

리서치 참여자를 찾는 부분은 예산에 따라, 혹은 제품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간단한 제품 반응 측정이면 SNS 광고나 본인의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데이터를 집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 고객 데이터베이스가 잘 관리되어 있다면, 기존 고객에게 설문조사 이메일을 보내 간단한 피드백을 얻을 수도 있다. 

 

반면 포커스 그룹이나 일대일 심층 인터뷰 등을 이용하는 정성조사는 다르다. 10명의 의견을 들을 수도 있고, 50명의 의견을 들을 수도 있다. 조사 목적 자체가 조사 대상자의 의견을 듣고 깊이 파고 들어가 소비자 행동과 사고의 본질을 알아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③ 적절한 질문을 하고 있는가

 

미국 업계에선 “쓰레기 질문엔 쓰레기 대답이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말이 있다. 잘못된 질문에는 잘못된 대답이 나온다는 소리다. 웃기는 표현이지만 질문의 질이 리서치의 수준과 효용성을 결정한다. 

 

‘제대로 된 질문을 하고 있는가’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와 직결되어 있다. 일단 소비자 행동이나 사고의 어떤 점을 측정하고, 누가, 어떻게 이것을 활용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 부분이 정리가 되어야, 제대로 된 질문을 만들 수 있다.

 

④ 제대로 질문하고 있는가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가가 정리되면 다음 단계는 ‘어떻게 질문을 하느냐’다. 질문을 하는 방식, 참여자가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 질문의 순서는 데이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스스로 하는 DIY 리서치의 난제는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설문조사 참여자의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타당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설문조사를 할 때는 참여자의 시각에서 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질문을 쉽게 대답할 수 있게 물어야 한다. 사진=최준필 기자

 

설문조사를 할 때는 참여자의 시각에서 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질문을 쉽게 대답할 수 있게 물어야 한다. “지난주 스마트폰으로 이메일 체크를 몇 번 했나?”라는 질문을 한다 치자. 어떻게 답변해야 할까? 어떤 사람은 며칠 전에 일어난 일조차 가물가물할 텐데, 이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따라서 이 경우에는 시간 조건을 하루로 줄여 “어제 스마트폰으로 이메일 체크를 몇 번 했나?”라고 묻는 편이 대답하기 쉽고, 데이터의 정확성도 높일 수 있다. 

 

객관식 질문에서 주어지는 보기(answer options)도 데이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보기에 모든 가능성이 들어 있지 않은 데다 ‘기타’나 ‘해당사항 없음(None)’도 없다면, 설문 참여자들에게 이 가운데서만 답을 고르라고 강요하는 셈이 된다. 이 경우 그들의 답변이 ‘진짜 답변’인지 알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설문지에 들어가는 언어다. 한 업종에 오래 근무하다 보면 그 안에서 쓰는 언어에 익숙해져 소비자의 시각으로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리고 그 단어가 업계에서 쓰는 의미와 완전히 다른 뜻으로 해석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뭔가 애매하다 싶을 때는 단순한 단어를 써라. 

 

⑤ 필요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데 적합한 연구 방식을 썼는가

 

소비자 연구 방식은 연구 목적에 따라 잘 선택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두 가지 버전의 광고를 비교하여 하나를 고르는 A/B 테스팅을 한다면, 정량조사를 통해 되도록 많은 설문 참여자를 확보하여 표본 오차를 줄이는 것이 맞다. 반대로 다소 개인적인 성격이 강한 건강이나 금융 같은 주제에 관해 감성적인 반응을 알아보는 것이 목적이라면 일대일 심층 인터뷰로 정성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 한철 장사에도 소비자 연구는 필요하다

 

지금까지 이 칼럼에서 다룬 소비자 연구는 대부분 미국 굴지의 기업들이 의뢰한 것이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진행한 소비자 연구를 되돌아보면 소비자 연구에 몇십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는 안정된 기업들이 많았다. 자본 여유도 여유지만, 회사 규모가 큰 만큼 리스크 규모도 크기 때문에 소비자 연구에 제대로 투자해 전략의 성공을 높이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기업이나, 자본 여유가 없는 스타트업이라도, 하다못해 동네 골목에 레모네이드 가판대를 내는 여름 한철 장사라도 소비자 연구의 핵심을 알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나 막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에게는 전문적인 리서치를 할 시간이나 자본, 혹은 리서치 필요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한 것을 종종 본다. ‘물론 교과서적으로 소비자 연구를 해서 전략을 세우면 좋겠지, 하지만 우리 사업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니까 “하던 대로,” “내 느낌대로” 하자’ 하는 마인드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혹은 ‘이 정도 결정쯤은 내가 알아서 해야지’ 하는 자세로 스스로 제품 라인업도 정하고, 이름도, 가격도, 광고도, 이 모든 것을 사업자의 관점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안일한 자세는 프로젝트 혹은 사업의 실패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비즈니스 잡지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 기사에 따르면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가운데 75%가 사업에 실패한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치명적이면서도 예방 가능한 오류는 소비자에 대한 이해였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이렇게 말했다. 

 

“마케팅의 목표는 소비자를 깊이 이해해 제품이나 서비스가 스스로 팔리도록 하는 데 있다(The aim of marketing is to know and understand the customer so well, the product or service sells itself).” 

 

그래서 소비자 연구가 중요하다. 아무리 작은 기업이나, 자본 여유가 없는 스타트업이라도, 하다못해 동네 골목에 레모네이드 가판대를 내는 여름 한철 장사라도 소비자 연구의 핵심을 알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지난 3개월간 이 칼럼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소비자 연구들을 소개했다. 사업을 통해 꿈을 펼쳐보고자 하는 야심 찬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 황지영은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엔터테인먼트 경영 석사를 마치고 Fox Television, Warner Bros. Television 리서치 부서에서 일했다. 글로벌 소비자 마케팅 리서치 회사 Hall & Partners, Kelton Global에서 경력을 쌓고 2015년 소비자 마케팅 연구 회사 마인엠알(MineMR)을 설립, 현재 미국 LA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클라이언트로 소비자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황지영 MineMR 대표·마케팅전문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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