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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달 착륙 50주년, 그러나 우린 아직 달을 모른달

기원 정확히 안 밝혀져…작은 위성에는 태양계 탄생의 역사가 담겨 있다

2019.07.15(Mon) 11:14:55

[비즈한국] 2019년 올해로 지난 1969년 7월 최초로 인류가 달에 발자국을 남겼던 역사적인 아폴로 11호 미션의 50주년을 맞이한다. 오래전부터 지구의 밤하늘에 커다랗게 떠 있는 달은 인류의 탐험 정신을 이끌어내는 열쇠가 되었다. 

가끔씩 낮에 갑자기 태양이 달 뒤로 숨어버리는 일식은 국가와 부족의 운명을 점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마침 우연히 지구의 하늘에서 보이는 달과 태양의 겉보기 크기가 비슷한 덕분에 태양이 달에 의해 완벽히 가려지는 개기일식은 더욱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그래서 고대 학자들은 목숨을 걸고 달의 움직임을 예측해야 했다. 일식과 월식 같은 달에서 벌어지는 인상적인 천문 현상을 잘못 예측하면 처벌 받을 정도였다. 

50년 전 1969년 7월 16일 아폴로 11호 우주인들은 지구를 떠나 달로 향했다. 그로부터 약 5일이 지난 7월 21일 인류는 처음으로 지구의 자연 위성 달 표면 위에 발자국을 남겼다. 사진=NASA


# 우리에겐 너무나 특별한 달 

아이작 뉴턴은 밤하늘에 덩그러니 떠 있는 달을 보며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를 던졌다. 나무에 걸려 있는 작은 사과도 지구 중력 때문에 땅으로 떨어지는데 사과보다 훨씬 거대한 달은 어떻게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떠 있을까? 

이 위대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시작된 뉴턴의 연구는 결국 달이 둥근 지구 주변으로 영원히 낙하하며 궤도를 도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날 뉴턴의 이 해답을 이용해 지구의 달처럼 지구 곁을 계속 맴도는 인공위성을 띄우고 있다. 

이후 1919년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일대에 벌어졌던 역사적인 개기일식은 태양에 의해 그 주변 시공간이 휘어져 있을 것이란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생각을 직접 관측, 검증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지구의 하늘에서 보이는 달과 태양의 겉보기 크기가 달랐거나 지구의 하늘에 달이 없었다면, 그래서 개기일식이라는 이벤트를 볼 수 없었다면, 어쩌면 인류는 상대성 이론을 검증하는 데 더 긴 세월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특히 달은 약 38만 km 거리에서 ​지구를 맴돌아, 언젠가 한 번쯤은 방문해보고 싶다는 우주여행의 도전 정신을 끌어내는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인류는 달을 우주여행의 첫 번째 기점으로 삼아 먼저 깃발을 꽂으려 기술 경쟁을 벌였다. 끝내 인류는 로봇이 아닌 사람이 직접 달 표면에 착륙해 발을 디디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1] 

이처럼 지구의 달, 문(Moon)은 오랜 세월 인류가 우주를 계속 올려다볼 수 있도록 해주는 ‘우주 탐험의 문(Gate)’ 역할을 했다. 설화 속 늑대인간이 밝은 보름달을 보면 흥분하는 것처럼, 달은 우주를 더 제대로 알고 더 제대로 여행하고 싶다는 인간의 본능적인 탐험 욕구를 발현시키는 자극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감히 추정해보건대, 오늘날 인류가 이 정도로 진보된 과학 기술을 향유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달의 덕이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 어떤 외계행성에 외계 문명이 있다면 지구의 달처럼 그 외계행성 곁을 맴도는 큼직한 자연 위성이 있는지 없는지가 그 외계 문명의 기술적 수준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주 어딘가에서 우리 인류 문명처럼 천체의 질량에 의해 우주의 시공간이 휘어질 수 있음을 알고 자기네 행성 주변에 인공 물체를 띄워 우주여행을 하는 고등 지적 문명을 찾으려 한다면, 지구처럼 주변에 큼직한 자연 위성을 거느린 외계행성에서 발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지구의 달은 꽤 흥미로운 스펙을 갖고 있다. 태양계 안에서만 하더라도 지구의 달처럼 중심의 모행성에 비해 이렇게나 덩치가 큰 경우는 드물다. 지구의 절반 크기인 화성 곁에는 정말 작은 수십 km 크기의 돌멩이 위성이 있을 뿐이다. 목성처럼 지구의 열 배 가까이 큰 가스 행성 곁에나 가야 지구의 달 정도로 큼직한 위성을 찾을 수 있다. 지구의 달은 무려 지구 크기의 4분의 1에 버금간다. 지구처럼 이렇게 작은 암석 행성 곁에 이렇게나 큼직한 위성이 돌고 있는 상황은 사실 꽤 어색하다. 

게다가 지구의 하늘에서 보면 정말 우연히 달과 태양이 거의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지구의 달은 태양보다 400배 더 작지만 지구에서 태양보다 400배 더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그렇다. 사실 지구의 하늘에서 태양과 달이 꼭 비슷한 크기로 보여야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건 순전히 우연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놀라운 우연 덕분에 오래전부터 인류는 지구와 달이 보여주는 엄청난 우주 공연(월식, 일식)에 사로잡혔다. 이 현상을 예측하기 위해 수학과 천문학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또 지구의 달은 지구와 함께 중력적으로 아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달이 지구 주변을 도는 데 걸리는 약 한 달에 해당하는 공전 주기와 달이 자신의 중심축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 자전 주기가 거의 비슷하다. 이렇게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일치하는 현상을 동주기 자전(Synchronous rotation)이라고 한다. 덕분에 지구에서 보면 달은 항상 같은 면만 보여준다. 달이 지구 주변을 공전하는 동안 똑같은 속도로 달 자체도 방향을 틀기 때문이다. 항상 지구를 향하는 달의 반쪽을 달의 앞면, 지구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달의 등짝을 달의 뒷면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지구에 비해 덩치도 그리 작지 않고, 지구의 하늘에서 딱 태양과 똑같은 크기로 보이고, 매순간 지구에게 같은 면만 보여주는 이러한 달의 모습을 보며 어떤 사람들은 어쩌면 달이 오래전부터 지구를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외계인들의 인공 물체일지도 모른다는 재밌는 상상을 던지기도 했다. 이런 상상력 위에 아폴로호의 달 착륙이 사실 조작된 것이라는 (이제는 너무 오래돼서 케케묵은) 고전적인 음모론까지 더해지면서 달에 대한 우리의 막연한 두려움과 호기심은 더 커져갔다. 

# 어린 지구와 원시 행성의 충돌로 만들어진 달 

그렇다면 대체 어쩌다 지구는 이런 달을 곁에 두게 되었을까? 천문학자들은 달의 기원에 관한 가장 유력한 가설로 오래전 갓 형성된 어린 지구가 또 다른 원시 행성과 충돌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 가설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약 40억 년 전 지구의 절반 정도로 화성과 비슷한 덩치를 가진 원시 행성 하나가 우연히 지구와 충돌했다. 천문학자들은 지구와 충돌했을 이 원시 행성에게 달의 여신 셀레네의 어머니 테이아(Theia)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어린 지구와 테이아는 격렬하게 부딪히면서 많은 파편을 지구 주변에 남겼다. 이후 수백만 년에 걸쳐 지구 주변을 맴도는 파편들이 모여 오늘날의 달이 되었다고 추측한다. 

기존의 고전적인 대충돌 가설에 따른 지구-달 시스템의 형성 과정을 구현한 시뮬레이션의 장면. 지구의 절반 정도 크기를 갖고 있는 테이아가 지구와 부딪히면서 남긴 파편이 이후 모이면서 달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미지=Canup(2004) Simulation of a Late Lunar-Forming Impact, Icarus, 168, 433-456.


하지만 기존의 이 대충돌(Giant Impact) 가설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큰 문제가 하나 있다. 1971년 아폴로 15호 우주인들은 달 표면에서 월석 샘플 400kg을 가져왔다. 월석 분석 결과, 달과 지구의 암석은 놀라울 정도로 ​화학 조성이 ​유사했다. 특히 달의 월석은 지구 표면보다는 지구 내부에 있는 맨틀과 성분이 비슷하다. 대충돌 가설에 따르면 달과 지구와 굳이 화학적으로 비슷한 성분일 이유가 없다. 지구와 충돌했을 테이아가 지구와 비슷한 성분으로 구성된 원시 행성이었다고 가정해야 지구와 달의 암석의 유사성을 설명할 수 있다.[2] 

아직 해결되지 않은 달의 기원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현재가 아닌 과거의 지구를 상상해야 한다. 현재 지구는 하루 24시간마다 한 바퀴씩 돌고 있다. 이 자전 속도는 긴 세월에 걸쳐 달이 점점 멀어지면서 지구의 자전이 서서히 느려진 결과다. 대충돌의 결과 만들어진 어린 달이 지금보다 훨씬 더 지구 가까이 있던 시절에는 지구가 더 빠르게 자전했다. 하루의 길이가 거의 5시간이 될 정도였다. 

이렇게 높은 에너지를 품은 채 빠르게 돌던 지구가 테이아와 충돌했다면 충돌의 결과는 훨씬 더 격렬했을 것이다. 단순히 지구와 테이아에서 파편들이 떨어져 나가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지구와 테이아의 일부가 기체로 승화하면서 두 원시 행성의 성분이 뒤섞였을 수 있다. 원시 지구와 테이아가 거의 정면으로 충돌하면 그 순간 충돌 지역의 온도는 4000도까지 올라 암석이 승화하는 끓는점을 넘는다. 말 그대로 지구와 테이아의 암석이 기체로 끓어버리는 셈이다.[3][4] 

기존의 고전적인 대충돌 가설에 따른 달의 형성 과정. 테이아가 원시 지구와 충돌하면서 남긴 파편이 지구 주변을 돌면서 모여 달이 형성됐다고 설명한다. 현재 달과 지구의 암석의 유사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지구와 비슷한 조성을 가진 테이아가 찾아왔어야 한다는 가정해야 한다. (그림에서 가장 첫 번째 단계 테이아와 지구가 동일한 화학 조성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동일하게 보라색으로 표현했다.) 이미지=위키미디어 코먼스


새로운 시네스티아 가설에 따른 달의 형성 과정. 테이아와 지구가 충돌하는 그 순간 두 천체의 대부분은 증발·승화하면서 거대한 기체 구름을 형성한다. 이후 기체 구름 속에서 두 천체의 물질이 뒤섞이고 다시 지구와 달이 반죽되기 때문에 굳이 처음부터 테이아가 지구와 동일한 조성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림 첫 번째 단계에서 테이아와 지구가 화학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색을 달리했다.) 이미지=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렇게 기체로 승화한 두 원시 행성의 성분들은 함께 뒤섞여 혼합된다. 기존의 대충돌 가설에서는 지구가 강하게 얻어맞기는 하지만 지구 자체의 형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지구는 계속 둥근 행성으로서 형체를 유지하고 그 주변에 파편들이 맴돌 뿐이다. 

하지만 최근 거론되는 더욱 격렬한 이 가설에 따르면 지구는 온전하게 둥근 행성의 형체를 유지하지 못한다. 지구와 테이아의 암석이 함께 혼합되어 하나의 거대한 기체 도넛 구름을 만든다. 이후 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기체 도넛 구름의 온도가 식기 시작하면 중심에서 다시 지구가 굳게 되고 그 외곽에서는 지구 주변을 맴도는 달이 만들어진다. 

원시 지구와 테이아의 성분이 뒤섞여 만들어지는 거대한 암석 기체 도넛 구름을 천문학자들은 시네스티아(Synestia)라고 부른다. 불의 여신 헤스티아(Hestia)에 공조·협력을 의미하는 시너지(Synergy)를 합친 이름이다. 어린 지구와 테이아가 함께 뒤섞여 아주 뜨겁게 증발한 암석 기체 구름이 되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뜨거운 기체 구름 속에서 10~100년 정도에 걸쳐 구름 내부와 외부 물질이 함께 혼합되는 시기를 겪었다. 

시네스티아에 의한 달의 형성 과정을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해보면 지금까지 관측되는 달의 화학적 성분과 달의 궤도 등 다양한 달의 스펙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다. 현재 천문학자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뜨거운 시네스티아 기체 구름 속에서 반죽되며 달이 ‘구워졌다(baked)’고 추측한다.[5]

갓 충돌한 어린 지구와 테이아의 물질이 뒤섞이면서 거대한 도넛 형태로 승화한 기체 암석 구름이 형성된다. 달의 기원으로 추측되는 시네스티아 구조의 형성 과정을 구현한 시뮬레이션이다.


# 먼지 속에서 빚어지는 새로운 외계 위성

그렇다면 실제로 이런 시네스티아와 같은 거대한 기체 암석 구름 속에서 새로운 달이 빚어지는 장면을 확인할 수 없을까? 최근에는 다양한 전파 망원경의 활약 덕분에 태양계 바깥 다른 별 주변에 형성된 먼지 구름 속에서 새롭게 어린 외계행성이 빚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행성에 비해 크기가 작은 위성은 직접 관측하기가 아주 까다롭다. 

그런데 최근 천문학자들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전파 망원경이 66개 모여 있는 거대 어레이 알마(ALMA)를 동원해 처음으로 먼지 구름 속에서 새로운 외계 위성(exo-moon)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미 앞서 지구에서 약 370광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별 PDS 70 주변에서 소용돌이치는 먼지 구름 속에서 새로운 행성 PDS 70b와 PDS 70c가 만들어지는 모습이 관측되었다. 이 두 아기 외계행성은 중심 별에서 태양~천왕성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이 중 어린 외계행성 PDS 70c는 목성 정도로 덩치가 큰 행성으로 한참 성장 중이다. 이번에는 바로 이 어린 행성 곁에서 또 다른 작은 먼지 원반의 모습이 발견되었다. 

2018년 ALMA 관측을 통해 확인한 별 PDS 70 주변에 소용돌이치는 먼지 원반 속 새로운 외계행성의 탄생 현장. 행성이 만들어지면서 별 주변 먼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보통 행성은 먼지가 사라진 어두운 간극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이번에 새롭게 확인된 PDS 70c 외계행성 주변 먼지 원반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미지=ESO/A. Müller, MPIA


ALMA 관측을 통해 확인한 다양한 별 주변 먼지 원반의 모습. 나선 형태로 소용돌이치는 먼지 원반 속에서 어둡게 보이는 끊긴 간극 사이에서 행성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지=ALMA(ESO/NAOJ/NRAO), S. Andrews et al.; N. Lira


외계행성 PDS 70c는 현재 주변에 새로운 큰 위성이 태어나는 거대한 먼지 원반으로 둘러싸인 목성 정도 크기의 행성으로 추정된다. 일러스트레이션=S. DAGNELLO, NRAO/AUI/NSF


하지만 이렇게 어린 위성들이 태어나는 과정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별 곁에서 많은 행성과 위성이 먼지 구름 속에서 한꺼번에 반죽되고 빚어지면서 복잡한 중력적 상호작용이 벌어진다. 천문학자들은 최근 여러 행성들이 한꺼번에 태어나는 환경을 구현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처럼 갓 태어난 어린 별 주변에서 어린 아기 행성들이 반죽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행성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하는 아기 위성들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항성계 형성 초기 단계에서 별 주변에 태어난 아기 행성들은 처음 태어난 궤도를 꾸준히 유지하지 않는다. 별과 다른 행성들과의 중력적 상호작용으로 인해서 별에 더 가깝게 궤도가 작아지거나 별에서 더 멀어지며 궤도가 더 커지기도 한다. 행성들이 원래 궤도에서 벗어나 이주(migration)를 하는 셈이다.[6][7] 

이 과정에서 행성 곁을 돌고 있던 작은 위성들도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복잡한 중력적 상호작용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이번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전체 아기 위성들의 약 44%는 중심의 모행성 속으로 충돌했고 다른 6%의 위성들은 행성이 아닌 중심 별에 잡아먹혀버렸다. 아주 소수이기는 하지만 약 2%의 위성들은 아예 별의 중력 영향권에서 벗어나 탈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남은 48%의 위성들은 이런 복잡한 행성 간 힘겨루기 과정에서 아주 흥미로운 신세가 되었다. 행성의 중력 영향권에서는 벗어나 자유로워졌지만 여전히 항성계 중심 별의 중력 영향권에는 붙잡혀 있는 애매한 상태다. 원래는 어떤 행성의 곁을 도는 위성으로 삶을 시작했지만 의도치 않게 벌어진 복잡한 힘겨루기 과정에서 행성을 떠나 홀로 외롭게 중심 별 곁을 도는 ‘유사 행성’이 되어버린 셈이다. 

천문학자들은 이렇게 의도치 않게 원래 행성에서 쫓겨나와 혼자 살게 된 위성들을 따로 구분하기 위해 행성을 의미하는 플래닛(Planet)과 위성을 의미하는 문(Moon)을 합한 플루닛(Ploonet)이라는 별명을 제안했다. 어쩌면 우리 태양계에서 수성과 같은 덩치가 작은 행성들이 사실은 다른 더 거대한 행성의 위성이었지만 태양계 형성 초기 과정에서 행성을 떠나 홀로 독립하면서 위성이 아닌 행성인양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8] 

# 우리가 다시 달에 가야 하는 이유

보통 달, 위성이라고 하면 행성의 꼽사리, 행성 옆에 있는 작은 돌멩이 정도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밝게 빛나는 별이나 외계생명체의 터전이 될지도 모르는 행성에 비해 위성은 별로 관심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태양계에만 하더라도 가지각색, 아니 각‘달’각색의 다양한 모습과 역사를 품은 크고 작은 위성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자그마한 돌멩이, 위성들에는 우리 태양계가 어떻게 완성될 수 있었는지 그 세세한 역사가 고스란히 화석처럼 기록되어 있다. 어떤 위성들은 각 행성이 태어난 직후 일어난 격렬한 충돌의 추억을 담고 있고, 또 태양계가 갓 태어난 직후 겪었던 다사다난했던 중력 힘겨루기 현장의 추억을 품고 있다. (태양계 다양한 행성 곁을 지키고 있는 다양한 크기, 다양한 모습의 위성들은 다음 링크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THE ATLAS OF MOONS)

오늘밤에도 우리 머리 위에 둥글게 떠 있을 밝은 달. 바로 그 달은 지난 40억 년의 긴 시간 동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빚어지고 또 지구 위에서 우리가 태어나기까지의 모든 역사를 전부 지켜본 유일한 목격자다. 

인류가 달에 다시 가고 싶어하는 것은 단순히 아폴로 시대의 영광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 또는 지구 바깥 우주에 깃발을 꽂고 놀러가고 싶어서가 아니다. 바로 우리 지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봐준 이 유일한 목격자 달에게 찾아가 달이 간직한 월석 등 다양한 목격담을 직접 듣기 위해 가는 것이다. 

달을 향해 날아가는 여정은 우리가 이 우주에 존재하고 태양계가 만들어지기까지 벌어졌던 태양계 레시피를 추적해가는 첫 번째 관문이다. 

태양계 다양한 행성 곁을 지키고 있는 다양한 크기, 다양한 모습의 위성들을 더 자세하게 보고 싶다면 다음 링크를 통해 직접 태양계 위성들을 돌아다니며 여행해보자. 출처=https://on.natgeo.com/2Ggs1iW


[2]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38/6110/1052.abstract
[4]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b18fb
[5] https://agupubs.onlinelibrary.wiley.com/doi/abs/10.1002/2017JE005333
[6]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af744/meta
[7]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b2a12
[8] https://ui.adsabs.harvard.edu/abs/2019arXiv190611400S/abstract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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