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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타다 전쟁 최후의 승자는 우버?

기금 납부 조건 운송사업 열어놔…자금력 막강한 우버 무혈입성 하나

2019.07.19(Fri) 11:13:07

[비즈한국] “플랫폼 사업자가 수익의 일부를 기존택시 면허권 매입, 종사자 복지에 활용해 택시업계와 상생을 도모하겠습니다.” 지난 17일 김경욱 국토교통부 2차관이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밝히자 TV를 시청 중이던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는 탄식을 터트리며 혹평했다. 

 

“결국 자금력 있는 사업자만 살아남고, 중소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자리 잡지 못하게 될 것이다. 성장사다리를 걷어차는 조치다.”

 

이번 정부 정책은 모빌리티 기업들이 기존 택시업계의 손실을 보전해주며 사업자를 대체하는 방식이다. 운송사업 허가를 받을 수는 있지만, 정부가 기존 택시면허권을 사들일 수 있도록 사회적 기여금을 내야 한다. 지난 6월 택시기사들의 집회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


그의 말마따나 이번 정부 정책은 모빌리티 기업들이 기존 택시업계의 손실을 보전해주며 사업자를 대체하는 방식이다. ‘타다’ 같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들은 운송사업 허가를 받을 수는 있지만, 정부가 기존 택시면허권을 사들일 수 있도록 사회적 기여금을 내야 한다. 

 

자동차 구입비와 운영비,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한 대당 월 40만 원 수준의 기여금을 내야 제도권에서 차량을 운영할 수 있다. 연 1000대 수준 규모로 사업을 해야 하기에, 기금으로만 최소 한 달에 4억 원, 1년에 48억 원이 든다. 택시 면허권은 지역에 따라 개당 7000만~9000만 원선이며, 전국 택시 면허 총량은 25만 대. 정부가 이 면허를 모두 사들인다고 가정하면 17조 5000억~22조 5000억 원의 천문학적 자금이 든다.

 

이번 정부 조치에 남몰래 웃고 있을 법한 곳이 있다. 바로 세계 최대 공유차 업체 ‘우버’다. 우버는 2013년 한국에 차량호출 서비스인 ‘우버X’를 내놨다가 서울시의 강력한 반발에 막혀 쫓겨났다. 우버의 칼라닉 전 CEO(최고경영자)는 한국에서 청문회에 소환되는 등 수모를 당했지만, 우버는 한국 시장에 대한 집념을 꺾지 않았다.

 

지난해 음식 배달 서비스인 ‘우버이츠’를 내놓는 한편, 올해에는 우버의 한국 사무소를 설치하고 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다. 아직 시장 지배적인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하지 않아서다. 이미 중국에서는 ‘디디추싱’ 동남아시아 ‘그랩’ 인도 ‘올라’ 등 주요 지역별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등장하며 우버가 새로 뛰어들 영토는 많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택시 면허를 매입할 수 있는 기금 납부를 조건으로 내세우며 공유차 업체의 운송사업자 진출을 활짝 열었다. 아직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정은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타다 등에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우버를 막기엔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돈만 있다면 누구든 들어와 사업을 펼칠 수 있다. 우버로서는 한국 시장에 무혈입성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우버는 2013년 한국에 차량호출 서비스인 ‘우버X’를 내놨다가 서울시의 강력한 반발에 막혀 쫓겨났다. 우버의 칼라닉 전 CEO(최고경영자)는 한국에서 청문회에 소환되는 등 수모를 당했지만, 우버는 한국 시장에 대한 집념을 꺾지 않았다. 칼라닉 전 우버 CEO.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한국 사업자 중 우버와 경쟁할 수 있는 곳이 있느냐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 간에 경쟁은 마케팅과 사업 규모의 싸움이다. 결국은 자본력 싸움으로 결정 나고 만다. 국내 최대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난해 매출은 536억 3435만 원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지난 5월 미 나스닥에 상장한 우버의 지난해 매출은 113억 달러(약 13조 원), 시가총액은 745억 달러(약 87조 7237억 원)에 이른다. 

 

우버는 지난해 3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플랫폼 강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상황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4일 한국을 찾았을 때 최태원 SK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초대하지 않은 것도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SK와 카카오는 한국에서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에 나선 회사들이라 손 회장으로서는 굳이 만날 일도, 협력할 필요도 없는 셈이다. 소프트뱅크는 우버의 최대 주주다.

 

한편 정부 방침에 그간 사업 확장을 준비해 온 스타트업들은 좌절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시도가 바닥에 깔려야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는데 모빌리티 분야가 공룡들의 싸움이 됐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막대한 자본력이 필요하게 돼 새로 진입하려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없을 것”이라며 “기존의 중소 사업자들도 투자를 받기도 어려워져 결국 도태되고 말 것이다. 혁신의 장벽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간 정부의 중재 필요성을 언급해 온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이번 정부 조치에 “사전 협의 과정에서 국토부가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에 말했던 내용과는 다르다. 모빌리티 혁신의 다양성이 고사된다”고 비판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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