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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서] '발암 성분 위장약' 라니티딘 사태 총정리

라니티딘 사용 의약품에서 발암물질 검출…인체 암 유발에 대해서는 더 연구해야

2019.09.27(Fri) 11:52:41

[비즈한국] 라니티딘(Ranitidine)은 제산제로 널리 쓰이던 약이다. 1977년 개발되어 1981년부터 상업화되었고 1987년에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 대열에 들어섰다. -tidine이라고 명명된 (cimetidine, famotidine 등) 약들은 H2 차단제(blocker)라고 불리며, 히스타민2(‘H’istamine) 채널을 차단해 위 점막 세포에서 산 분비를 억제한다. 위산 분비가 줄어들면 자극이 줄어들어 당연히 속이 덜 쓰리다. 

 

그중 라니티딘은 가격이 저렴하고 다른 H2 차단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은 편이라 속쓰림 증상이 있는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부터, 속이 쓰릴 가능성이 있는 단순 진통제 복용이나 소화 불량 등에 오래도록 사용되었다.​

 

오래 사용된 만큼 다양한 부작용이 보고되어 있지만, 치명적이지 않고 드물다. 안정성까지 입증되어 미국에서는 이미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일반의약품(겔포스디엑스, 잔탁정 등 75mg 저용량)으로 구할 수 있다. 짜먹는 형태, 서방정, 근육주사, 혈관주사 등 다양하게 사용되며, 다른 제제와 섞인 혼합정으로도 많이 출시되어 있다. 

 

현재 국내에서 144만 명이나 복용 중일 정도로 보편적, 습관적으로 사용되는 약이다. 많은 의사들이 ‘약이 조금 부족’해 보이면 추가로 넣기도 한다. 가장 많이 처방하는 진통, 소염제의 가장 빈번한 부작용이 속쓰림 증상이며, 속이 덜 쓰린 게 환자에게 적어도 해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26일 식약처는 라니티딘 원료의약품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위장약 ‘잔탁’ 등 국내 유통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 269개 품목에서 발암 우려 물질(NDMA)이 검출돼 제조·수입 및 판매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발암물질 NDMA

 

N-Nitrosodimethylamie(NDMA)는 공인된 독성물질이자 발암물질이다. 중간 휘발성의 노란 액체이며, 맛과 향이 거의 없고, 물에 잘 녹는다. 동물(쥐)실험에서는 암을 일으킨다고 증명되어 있고, 간 섬유화 또한 증명되어 있다. 산업 화학 약품의 부산물에서 검출되며, 조리하거나 염장, 훈제한 식품, 자연 상태의 물이나 오염된 폐수에서도 검출된다. 자연 상태의 식품에 들어 있기 때문에 복용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고, 모든 독성 물질이 대체로 그렇듯 미량을 섭취하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NDMA를 이용한 살인사건까지 보고될 정도로 독성은 입증되어 있다. 소량이라도 알고서 음용할 필요는 없으니 음용수에서 NDMA를 분해하기 위한 연구가 있었고, 특정 주파의 자외선이나 역삼투압으로 NDMA를 줄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체 독성 기준은 FDA 기준으로 하루 96ng이 최대 용량이다. 이는 체중 50kg인 사람이 해당 용량을 평생 복용했을 경우, 동물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암 발생률이 10만 분의 1 이상 증가할 때의 용량이다. 독성 용량은 극소량이며, 인체의 암 유발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라니티딘에서 NDMA가 검출되었다

 

처음부터 라니티딘과 NDMA는 인과관계가 없었다. 순수한 라니티딘의 화학식에서는 당연히 NDMA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처음 약을 시판할 때 NDMA는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랬다면 현재처럼 처방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학계에서 오존처리(Ozonation)한 라니티딘에서 NDMA가 검출된다는 보고 등이 꾸준히 있어왔고, 미국의 사설 회사 Valisure에서 라니티딘에서 NDMA가 검출되었다는 결과를 대대적으로 발표해서 FDA에 회수 조치를 권고했다. (Valisure는 사설업체이고, 검출되었다는 양이 과하게 많고 주장이 공격적이라서 조금 신중하게 들을 필요가 있었다.) 순수한 라니티딘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NDMA는 제조과정에서 불순물로 들어간다는 설과, 특정 조건에서 라니티딘을 구성하는 아질산염과 디메틸아민기가 분해, 결합되어 생성된다는 설이 있다.

 

하여간 NDMA가 검출된다는 보고가 지속적으로 있었으므로 확인이 필요했다. 미국 FDA는 검사에 들어갔고, 올해 9월 13일 NDMA가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예비검사에서는 식품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양보다 약간 많은 정도이기에, 당장 복용이나 판매를 중단하지는 않았다. 다만 원하는 환자는 약을 교체하고 일반의약품으로는 대체약 처방을 고려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각국에서는 조사 및 조치에 들어갔고, 독일은 일부 회수, 캐나다, 스위스 등에서는 모든 라니티딘을 유통 중단을 결정했다. (작년 8월 ARB 혈압약 사태와 비슷하다.) FDA 입장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 오리지널 잔탁(라니티딘) 제조사인 프랑스의 사노피사는 자신들은 안전 기준을 지켜왔으며, 일단 계속 생산한다는 입장이다.

 

식약청에서도 검사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30년 넘게 안정적으로 사용되었고, 400개 넘는 품목에 3000억 원 규모 시장을 형성한 라니티딘을 단번에 퇴출하느냐를 결정하는 어려운 검사였다. 라니티딘은 각자 회사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재료를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원재료를 만들어 이를 약제로 다시 재가공해서 판매한다. 현재 라니티딘은 원재료처가 11개 등록되어 있고, 7개가 실제로 생산, 유통되고 있다. 인도 업체 5개, 스페인 업체 1개, 국내 1개이다. 

 

식약처는 FDA 발표 3일 뒤인 9월 16일, 긴급 검사에서는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는 급하게 라니티딘 완제품과 원료의 일부만 검사했다는 맹점이 있었다. 이후 7개 원재료 업체를 전수 검사한 결과가 26일에 발표되었다. 놀랍게도 모든 라니티딘의 원재료에서 NDMA가 기준치 이상 검출되었다.

 

앞선 기준에서 NDMA의 인체 잠정 독성 수치는 0.16ppm이다. 불검출된 시료도 있었지만, 국내 업체에서는 최대 2.78ppm, 인도 업체에서는 53.50ppm까지 측정 보고되었다. 최대 기준치의 334배까지 검출된 셈이다. 이는 NDMA가 비의도적 불순물로 포함되거나 특정 기준에서 생성되므로 제조, 유통 과정에 따라 생성량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긴급 검사에서는 불검출되었던 이유도 설명한다.

 

하지만 일단 모든 업체에서 상당량 검출되었으므로 판매 중단 및 처방 금지는 당연한 수순이 되었다. 발표 이후 라니티딘은 빠르게 퇴출조치에 들어갔다. 라니티딘이 포함되어 있는 약 목록 269개가 즉시 공개되었고, 당장 모든 의사의 컴퓨터에서 라니티딘은 더 이상 처방이 불가능하며, 판매되지도 않는다. 약의 실물이 있으면 본인 부담금 없이 대체약으로 교환되거나 환불된다.

 

이 과정에서 식약청의 대처가 미흡해 보이지는 않는다. 논란 이전, FDA에서도 승인 중인 상태에서 단독으로 NDMA 검출 실험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며, 30년간 사용하던 약의 유통을 일순간 정지하는 결정은 충분한 근거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전하다고 믿었던 약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는 점과, 1차와 2차 검사 결과가 다르고 발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조금 늦었기에, 배울 부분은 있다.

 

이번 판매 중지 품목에는 잔탁정, 가딘정을 비롯한 라니티딘 사용 완제의약품 269개 품목이 지정됐다. 사진=각 제조사 홈페이지

 

#암 유발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라니티딘이 다시 사용될 일은 없을 것 같고, 각국에서도 점차 퇴출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값싸고 비슷한 효과의 대체약이 많을뿐더러, NDMA를 생성하는 기전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보완하는 과정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어떻게 될 것인가. 이 글을 쓰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양의 라니티딘을 이미 복용했다. 이것들이 별 탈을 일으키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혹여 인류를 암의 공포로 몰아넣을 것인가? 여기서부터는 아무도 정확히 모르는 영역에 들어선다.

 

일단 식약처의 발표대로 장복하지 않으면 별일이 없을 확률이 높다. NDMA의 포함량은 같은 라니티딘 성분일지라도 약의 종류와 그 보관 상태에 따라 매우 상이하며, 기준이 상당히 엄격하게 잡혀 있기에 보편적으로 의미 있게 암 확률을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보고된 바도 전혀 없다. 허나 이론상으로 최대 용량의 라니티딘을 하필 NDMA가 많이 포함된 원재료로 꾸준히 평생 복용했다면 암 발병 확률 증가가 충분히 가능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인체의 암 유발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거의 모른다고 보는 편이 맞다. 지금 각국 식약청과 사설 기관에서는 NDMA가 어떤 기전으로 얼마나 생성되는지, 그리고 장복 시에 어떤 독성, 어떤 암을 유발하는지, 혹여나 기준치 이하여도 독성을 일으키거나 이미 암을 유발했는지 등을 연구 중이다. 후속 발표가 있을 것이고, 가슴을 졸이며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 역으로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오랜 기간, 너무나 많은 양의 라니티딘을 먹었다는 것이다. 거의 평생을 복용하면서 산 사람들이 이미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 밝혀진 한도 내에서는, 라니티딘 장복과 암 발생 확률 증가의 상관관계를 어떤 의사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는 안전의 큰 증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복용군이 많고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어서, 40년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암 발생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었다면, 이번 세기 의학계의 역대급 스캔들이 될 것이다. 하지만 확률이 매우 낮아 보일뿐더러,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인류가 이미 수많은 임상 실험으로 별다른 부작용이 없음을 증명했다는 쪽으로 더 믿고 싶다. 우리가 라니티딘을 다시 사용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지금 데이터를 뽑아 통계작업에 들어간 학자들이나, 직접적 인체 독성을 입증하려는 학자들의 작업이 무위로 돌아가기를 인류애적으로 바라본다.​

남궁인 응급의학과 의사·‘지독한 하루’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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