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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정리해고 쟁점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대한 판례의 변천

법원, 사용자의 경영상 이유 갈수록 폭넓게 판단…해고 정당화한다는 지적도

2019.11.01(Fri) 13:37:27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인수·합병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본다(근로기준법 제24조 제1항).

 

일반적으로 경영상 필요에 의해 실시되는 해고는 ‘정리해고’라고 지칭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근로자를 정리(整理) 대상인 상품으로 보는 시각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고, 법문에 따라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해고’ 또는 ‘경영 해고’라고 지칭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해고는 근로자에게 잘못이 전혀 없음에도 사용자의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해고다. 많은 경우 집단적으로 실시되어 사회문제로 비화한다. 그 때문에 근로기준법은 그 요건으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을 것,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할 것,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대표에게 해고 시행일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시위에 참여한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비즈한국 DB


여기서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대한 판단은 자주 논란이 된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가장 엄격히 판단하는 견해로 도산회피설과 재정위기설이 있다. 도산회피설이나 재정위기설은 해고를 하지 않으면 기업경영이 위태로울 정도로 급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거나, 기업이 일정 수의 근로자를 경영 해고하지 않으면 경영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거나 적어도 기업 재정상 심히 곤란한 처지에 놓일 개연성이 있을 것을 요구하는 견해다. 이는 90년대 이전까지 법원의 입장이었다(대법원, 88다카34094).

 

합리성 필요설, 감량 경영설 혹은 장래 대비설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폭넓게 판단된다. 합리성 필요설이란 영업성적의 악화라는 기업의 경제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경쟁력 회복에 대처하기 위한 작업 형태의 변경·​신기술의 도입 등 기술적 이유와 그러한 기술혁신에 따라 생기는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이유로 인원 삭감 조치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또 그럴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것에 한정할 필요는 없고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다. 90년대 법원의 주된 입장이었다(91다8647 판결 등).

 

감량 경영설 또는 장래 대비설은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로, 2000년대 이후 법원의 판결에서 자주 확인되는 해석론이다(2001다29452 판결 등).

 

최근 법원은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해당하는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긴박한 경영상 필요라는 법문에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해 인원삭감이 필요한 경우까지 포섭하는 것은 문리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거나(김선수 ‘외주화와 경영해고 요건으로서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 ‘(법원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에 대한 적용과 해석은 사용자의 경영판단에 의존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박수근 ‘복수의 사업부문에서 정리해고를 위한 긴박한 경영상 필요’).

 

콜텍은 2007년까지 지속해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고, 콜트·PT콜트·콜텍 대련 등 관련 회사들도 상당한 매출과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논란이 일었다. 콜트와 콜텍 해고노동자들이 10년째 이어오는 천막농성장 사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최근 언론을 통해 자주 보도되었던 콜텍 사건을 보자. 대법원은 2012년 2월 콜텍 근로자의 해고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하는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했고(2010다3629), 이는 서울고법의 2014년 1월 10일자 파기환송심 판결과 대법원의 2014년 6월 12자 재상고심 판결을 거쳐 확정됐다. 

 

콜텍(모회사 콜트)은 국내 생산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생산시설을 인도네시아(PT콜트), 중국 대련(콜텍 대련) 등으로 이전했다. 그리고 2007년 4월 대전공장을 더 운영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휴업 및 폐업공고를 한 후 대전공장 소속 근로자를 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대전공장은 폐업처리 됐다. 그러나 콜텍은 2007년까지 지속해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고, 콜트·PT콜트·콜텍 대련 등 관련 회사들도 상당한 매출과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논란이 일었다. 이때까지의 판례에 따르면 대전공장이 폐업처리 됐다고 하더라도 콜텍 또는 관련 회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었기 때문에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그간 법원은 기업 전체의 경영 사정을 기준으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99두202 판결), 한 법인의 사업 부문이 재무·회계가 분리된 독립된 사업부문으로 인정될 때에만 그 사업 부문만을 따로 떼어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2005다30580). ​

 

그러나 대법원은 2012년 2월 23일 ‘장래 위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면, 해당 사업 부문을 축소 또는 폐지하고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잉여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불합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2010다3629 판결​). ​기업의 전체 경영실적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더라도 일부 사업 부문이 경영악화를 겪고 있거나, 그러한 경영악화가 구조적인 문제 등에 기인한 것으로 쉽게 개선될 가능성이 없고 해당 사업 부문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결국 기업 전체의 경영상황이 악화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을 고려한 것이다.

 

대법원은2012년 장래 위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면, 해당 사업 부문을 축소 또는 폐지하고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잉여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아 불합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위 판결에 대해, 노동계를 중심으로 ‘대규모 흑자를 내는 회사가 물량을 해외로 이전시킨 후 국내 생산 공장을 폐쇄하고 소속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을 정당화한 면죄부 판결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필자가 정리해고 사안으로 굳이 콜텍 해고 사건을 언급하는 이유가 있다. 과거에는 동호회, 인터넷 게시판에서 국산품 애용 차원에서 입문용 기타로 콜트 브랜드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필자도 그러한 경향에 편승하여 학생 시절 G시리즈 기타를 샀다. 그러나 해당 사건 이후 콜트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모습은 상당히 줄었다. 사건의 경과를 들으면 들을수록 기타를 볼 때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고는 했다.

 

악기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인 스펙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역사, 스토리텔링도 중요하다. 인건비 등이 부담되어 생산기반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만큼은 국내에 생산기반을 남기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특히, 콜트 브랜드는 펜더, 깁슨과 같이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했다는 점에서 더욱더 안타깝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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