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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K11 복합소총의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실용화 성공하고도 신뢰성 극복 실패…투자와 검증 통한 진화적 획득 전략 필요

2019.12.16(Mon) 16:24:10

[비즈한국] 지난 12월 4일 방위사업청은 제 124회 방위사업 추진위원회를 개최하여 몇 가지 결정사항을 보도자료로 알렸다. 보도자료 말미에 다음과 같은 짤막한 문장이 있었다.

 

“‘K11복합형소총 사업’은 감사원 감사결과, 사업추진 간 식별된 품질 및 장병 안전문제, 국회 시정요구 등을 고려하여 사업을 중단하는 것으로 심의·의결하였습니다.”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무기체계 양산과 연구 개발 사업이 중단되는 것이 엄청나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K11 사업을 중단했다는 것은 결코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우선 K11 복합소총은 개발 성공의 의미가 매우 큰 사업이었다. 기존의 40mm 유탄보다 작지만 더 먼거리의 적을 정확하게 사살할 수 있는 20mm 공중폭발 유탄을 소총에 결합하고, 컴퓨터와 적외선 카메라, 레이저 거리 측정기가 들어간 첨단 조준장비를 결합하는 개념을 일명 ‘복합형 소총’이라고 부른다.

 

K-11 복합소총의 실용화 성공은 주변 국가들에게 큰 자극이 될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각종 문제로 인해 결국 도입 사업은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사진=김민석 제공

 

미국의 경우 XM29라는 복합형 소총 사업을 십여 년간 추진하다가 포기하고 XM25라는 소총이 없는 유탄발사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미국조차 포기한 복합소총을 한국이 세계 최초로 실용화에 성공한 결과물이 바로 K11이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K11 복합형소총을 실용화하자 주변국인 중국, 북한, 일본이 앞다퉈 복합형 소총의 연구와 생산에 뛰어들었다. 특히 중국은 QTS-11이라는 이름으로 실용화에 성공했고, 북한 역시 실용화 여부는 의심스럽지만 북한판 K11 소총을 만들어서 퍼레이드에서 공개했다. 이는 복합형 소총이 제대로 활용만 된다면 지상 작전의 가장 말단인 분대의 화력과 정밀도, 사거리가 기존 소총부대에 비해서 몇 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K11은 복합소총의 주요 구성요소인 공중폭발 유탄, 유탄발사 모듈, 사격 통제장비 모두가 파손, 작동불량, 기능고장을 일으켰고 심지어는 폭발사고까지 났다. 성능 측면에서도 유탄 파편 수량 부족에 따른 논란, 사정거리 논란 등  무기의 필수 요소인 신뢰성, 안정성, 치명성이 모두 문제가 생겼다. 수년에 걸친 보완 조치로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사업 중단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K11 복합형소총 BLOCK-Ⅱ라는 이름으로 2020년까지 기존 K11보다 무게는 더 줄이고 사격통제장비의 성능을 더욱 높인 개량형을 준비 중이었지만, 그동안 제기된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군과 연구기관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담당자를 감옥에 보내고 구속시키고 제작업체를 퇴출시켜 이 ‘총체적 방산비리’에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어딘가 있을 수 있다. 무언가 잘못된 사업 결과에 대해서 감옥을 보내는 것으로는 세계에서 북한이 최고지만, 아무도 북한의 사업관리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하지 않는다. 방위사업 실패사례에서 누가 잘못했는지 따져보고 벌을 주는 것은 복수와 분풀이가 아니라 더욱 발전된 무기를 얻기 위한 교훈과 방법론을 찾는 것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K11 복합소총사업의 실패사례는 대한민국 방위사업의 절대명제인 완벽한 사업진행과 방산비리 배척이 오히려 사업을 실패하게 만드는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안타까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K11의 사업 진행에서 보여준 여러 문제점, 그리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응이 실패한 것은 완벽한 사업진행과 방산비리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대책에 급급하다보니 생긴 사고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구 개발 과정에서 K11 복합소총은 북한군의 엄폐물이 아닌 다른 타입의 엄폐물로 레이저 거리 측정을 했다가 정확도가 낮아지거나, 파괴력 측정 시험에서 잘못된 기준으로 공중폭발 유탄에 대한 파괴력을 측정했다. 뿐만 아니라 장전된 유탄이 갑자기 폭발하는 악작용 사고가 나자 신관과 총기 오류로만 파악하여 급하게 수정한 뒤 다시 사고가 재발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모두 실패했다.

 

이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에만 집중하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시간과 예산을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필연적 실패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개발 도중 문제가 생긴 것도 괘씸한데, 문제 해결에 대한 시간과 예산도 더 달라고 하면 사업은 바로 중단되고 방산비리로 지탄받는 것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운 털이 더 박히기 전에 제한된 예산과 일정으로 문제를 땜질하다보니 근본적인 해결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개발 과정에서 경험이 없다보니 생긴 문제들도 많았다. K11은 한국군 개인화기 최초로 적외선 카메라와 조준경, 사격통제 컴퓨터를 장착했다. 당연히 조준경 안에 배터리를 집어넣었지만, 정작 만들고 보니 폭발사고가 났을 땐 사수의 얼굴과 머리 근처에 배터리가 있어 큰 상처가 날 수밖에 없는 설계가 됐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발견한 시점에서는 이미 기본적인 틀이 잡힌 뒤라 수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K11 복합소총에 적용된 공중폭발유탄 역시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총과 같이 개발하다 보니 폭발 유탄이 발사할 때 생길 반동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워 소총 반동 기준으로 모든 전자장비 충격 안정성을 설계하는 우를 범했다. 새로운 개념의 무기를 만들다 보니 생긴 미숙함에서 비롯된 실수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우리의 개발문화와 대한 대책과, 전력화 실패에 따른 보병 화력부족문제에 대한 대책을 구분지어 생각해 봐야 한다. 먼저 우리의 연구 개발 과정에서 실패와 오류에 대한 정확하고 정밀한 판단이 개발 중간에도 수시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 국내 방위사업에서 개발 도중 사업 재검토는 사실상 사형선고와 같은 형벌이나 처벌을 전제로 한 것이나 다름없다.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면 이것을 연구기관과 제작업체가 숨기기보다는 명확하게 설명하고 정확한 대책을 찾는 것이 장려되어야 하며, 연구기관과 업체에게 개발 실패에 대한 엄한 질책과 함께 개발 성공을 위한 인내와 이해, 예산도 같이 여유를 쥐어줘야 K11 개발실패와 같은 참패를 오히려 막는 길이 된다.

 

개발 주체 역시 거짓말과 단기적 처방보다는, 사업의 전체적인 성공을 위해 솔직하고 정확하게 문제를 공표하고, 사실대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원과 방향성을 설정해야 할 무거운 책임이 있다.

 

또한 K11과 같이 세계 최초로 체계개발이 진행될 경우 해외 사례를 참고하기 어려운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이고, 신개념 무기체계일수록 사업의 진행 과정은 오히려 보수적, 단계적으로 전력화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K11의 경우 20mm 공중폭발탄과 30mm 공중폭발탄을 동시에 개발하거나, 가볍지만 반동이 센 볼트액션(수동식)과 무겁지만 반동을 줄일 수 있는 반자동식을 동시에 개발, 야전에서의 충분한 시험평가를 거쳤다면 당장의 개발예산과 비용은 늘어나겠지만 전체 사업 예산을 아끼고 소중한 노하우를 얻는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다.

 

K11 전력화 실패로 발생하는 보병 화력부족문제는 어떨까. 안타깝지만 기존 분대화력인 40mm 유탄과 5.56mm 소총/분대지원화기를 대체할 뚜렷한 답을 찾은 국가는 현재 없다.

 

미국 차세대 소총 및 기관총 NGSW 후보 모델. 사진=Sig Sauer 제공

 

미 육군의 경우 25mm 공중폭발 유탄인 XM25 포기 후, NGSW(Next Generation Squad Weapons)라는 이름으로 신형 6.8mm 구경 소총과 기관총을 도입했다. 기존의 보병분대보다 훨씬 더 먼 거리에서 적과 교전하고, 방탄복을 무력화시키는 위력의 화기를  도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를 진짜 채택할 것인지는 미군조차도 모른다.

 

미 해병대의 경우 M249 분대지원화기 대신 HK416 소총을 개량한 M27 소총을 채택했는데, 기관총보다 훨씬 정밀한 사격이 가능하지만 지속 사격능력이 떨어져서 실제로 우리 군이 무작정 따라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필자가 하고 싶은 제안은 우선 우리 육군이 진행 중인 워리어 플랫폼 사업 1단계에 집중하는 것이다. 개인장비와 총기 부착물을 집중적으로 개선하는 워리어플랫폼 사업은 낙후된 육군의 보병전력을 세계 기준에 턱걸이라도 하는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절실히 필요한 사업이다.

 

일단 워리어플랫폼 1단계 사업으로 장착되는 조준경과 개선형 소총의 도입 후, 수입에 의존하는 장비나 고가 장비들 중 국내 기술로 개선이 가능한 부분을 식별하고, 현재 논의 중인 여러 미래무기 중 어떤 것이 정말 필요한지 철저히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K11의 실패 이후 연구기관과 국내외 업체들은 84mm 휴대용 무반동포부터 시작해서, 80mm 대 보병용 로켓화기, 다연장 유탄발사기, 40mm 구경 초 소형 개인용 미사일 및 팔뚝 장착형 스마트 무장 등 다양한 무기를 제안 중이다. 하지만 각각의 무기가 기술적 난이도, 위력, 무거운 중량, 신뢰성 등 장단점이 뚜렷하여 하나를 선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요한 것은 K11이 해결하고자 했던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하기 위한 무기체계가 무엇인지 철저히 분석하고 연구해야 한다. 유개진지에 숨은 보병과 적 저격수에 대처하기 위해 K11이 개발된 만큼, ‘어떤 무기’를 만들어야 하는 공고 이전에 ‘어떤 표적’을 타격하는 무기가 적합한지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K11이 시도한 전기식 방아쇠, 통합형 조준경 등은 미래 전투에서도 신뢰성만 확보된다면 충분히 필요한 기술임이 증명되고 있다. K11의 실패를 그저 잊어버리려고 하지 말고, 실패요인을 철저히 분석하여 기반 기술 향상에 더욱 매진하는 것 만이 미래 전장을 대비하는 길이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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