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스닥 상장사 비덴트와 버킷스튜디오가 또다시 상장폐지 기로에 섰다. 횡령·배임 사태 이후 3년 넘게 거래가 정지된 가운데, 상장 유지의 핵심 조건이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권 매각이 무산되면서다. 1650억 원이 묶인 비덴트 소액주주들이 거래 재개와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거래소가 기업 정상화 가능성과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6월 2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비덴트의 상장폐지를 심의·의결했다. 이어 10일 기업심사위원회는 버킷스튜디오의 상장폐지를 심의했다. 비덴트는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6월 24일까지 거래소에 이의신청을 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위원회에 이의신청과 개선 기간 부여를 요청하려 한다”며 “매각 실패의 귀책 사유가 매수자 측에 있었고, 매각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폐지 의결에 임정근 비덴트 대표는 “지난 수년간 경영정상화와 기업가치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회사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대부분 해소했다. 그럼에도 최대주주 변경을 완료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위원회 결정에 즉시 이의신청 절차를 진행하고 2차 심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눈에 띄는 건 이번 상장폐지 결정에 소액주주가 직접 반대에 나섰다는 점이다. 비덴트 소액주주는 2025년 말 기준 약 9만 명으로, 지분율은 64.4%다. 비덴트 주식은 2023년 3월 말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됐는데, 소액주주 연대에 따르면 묶인 자금은 1650억 원에 달한다. 비덴트 소액주주들은 거래정지 해제와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국회 청원을 진행하거나, 기관·의원실에 탄원서를 보내는 등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한 주주는 여의도 일대에서 거래 재개를 요구하는 트럭 시위를 벌였다.
비덴트 소액주주연대 측은 “비덴트가 지속적으로 감사보고서 적정 의견을 받았다는 것은 회사로서의 기업가치가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횡령·배임 의혹은 외부 세력으로 인한 경제 범죄임에도 피해는 소액주주에게 돌아왔다. 실질적인 책임 소재를 따지지 않는 기계적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임직원 횡령·배임, 공시의무 위반, 중대 회계 위반 등 비재무적 사유로도 진행된다.
비덴트와 버킷스튜디오가 나란히 상장폐지 대상이 된 건 지배구조를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의 지배구조는 이니셜1호투자조합→버킷스튜디오→인바이오젠→비덴트→빗썸홀딩스 순으로, 비덴트가 다시 버킷스튜디오의 지분 4.23%를 보유한 순환출자 구조다. 지난 4월 버킷스튜디오는 경영권 매각에 실패했는데, 매각에 성공하면 비덴트 지분이 모두 정리될 예정이었다(관련 기사 빗썸홀딩스 지분 얽힌 버킷스튜디오, 경영권 매각 다시 원점으로).
두 회사는 2023년 3월 강지연 버킷스튜디오 대표의 친오빠인 강종현 씨의 횡령·배임 혐의 여파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강 씨는 ‘빗썸 실소유주’로 지목됐던 인물로, 검찰은 강 씨와 관계사 임원들이 비덴트·인바이오젠·버킷스튜디오 등 빗썸 관계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수사했다. 상장사 자금이 외부 세력의 사익 추구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심사로 이어졌고, 그 결과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소액주주들이 실질적인 피해자로 남게 됐다.
2025년 7월 비덴트와 버킷스튜디오는 각각 코스닥시장위원회와 기업심사위원회에 개선계획서를 제출하고 9개월의 개선 기간을 받았다. 개선계획서의 핵심은 지분 매각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었다.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이니셜1호투자조합이 보유한 버킷스튜디오 지분과, 비덴트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특수목적법인을 만들어 버킷스튜디오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스위치원이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매각은 무산됐다.
비덴트와 버킷스튜디오는 개선 기간 추가 부여와 새 인수자 확보를 목표로 대응하고 있다. 지분 매각 계획과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공개 지분 매각은 절차상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상장폐지 결정으로 사실상 어려워져, 비공개 매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인수예정자에 대한 적격성 평가 등 검증 절차는 공개 매각과 동일한 수준으로 할 것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인수 의향이 있고 적격성을 갖춘 곳을 찾고 있다. 1차 매각에 참여하지 않았던 곳으로 선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양 사는 오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법조계 출신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면서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최대주주 변경에 대비해 체제 재정비 차원에서 선임하는 것”이라며 “매각에 성공하면 다시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상장폐지 제도 개편으로 증권 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소액주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코스닥시장본부를 중심으로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오는 7월부터는 상장폐지 요건을 더욱 강화해 시가총액 기준이 15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상향되고, 일정 거래일 동안 주가 1000원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는 ‘동전주’는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코스닥시장본부는 버킷스튜디오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지분 매각 실패를 공시번복(최대 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 사유로 보면서다. 버킷스튜디오는 벌점 8.5점과 제재금 3400만 원을 부과받아 총 벌점이 16점으로 급증했다. 1년간 누적 벌점이 15점 이상일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다. 버킷스튜디오의 소액주주는 약 6만 명으로, 지분율은 51.1%다. 버킷스튜디오 관계자는 “경위서를 제출하며 대응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다만 이미 거래정지 상태로 추가 영향은 없다”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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