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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거세게 휘몰아치는 동양고주파와 슈톨렌

칼을 휘두르는 검객 같은 양금…타악기와 베이스 합쳐져 풍성해져

2019.12.24(Tue) 18:15:57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사진=동양고주파 프로필


이제 곧 성탄절이다. 성탄절은 서양에서 들어온 명절이지만 이제는 우리가 직접 휴일로 지정하여 절에 가는 사람이든 정화수를 떠 놓고 복을 비는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즐기는 날이 되었다. 

 

양금 또한 서양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국악기가 되었다. 18세기 중순에 중국을 거쳐 조선으로 들어왔으며 금속으로 만들어진 현, 현을 채로 두들기는 연주법은 국악기 중 양금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공연 때마다 타악기 한 트럭을 들고 다니며 아름다운 긴 머리와 함께 세 사람 분량의 연주를 혼자 해내는 장도혁과 베이스를 기타처럼 연주하는 최우영은 양금 연주자를 추천받기 위해 윤은화를 찾아간다. 그리고 윤은화는 이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대신 자신이 직접 하기로 결심한다. 이 셋은 ‘동양고주파’가 된다. 

 

동양고주파 – 혼

 

윤은화가 연주하는 양금 앞엔 자신의 이름이 영어로 적혀있다. 이 양금은 한국, 북한, 중국 양금의 장점을 합쳐 개량한 양금으로, 윤은화 본인이 직접 발명한 것이다. 

 

양금은 대나무로 만든 얇은 채로 현을 두들기며 소리를 내기 때문에 현악기와 타악기의 특성 모두를 갖고 있다. 음 하나하나가 뚜렷하게 찍힌다. 이러한 특징은 절정의 순간에 거세고 빠르게 휘몰아칠 때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흡사 빛의 속도로 칼을 휘두르며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는 검객을 보는 듯하다. 

 

동양고주파 – 빛의 속도

 

슈톨렌은 성탄절, 양금처럼 서양에서 들어와 매년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리기 시작할 무렵부터 많은 사람이 찾는 케이크다. 독일에서는 12월 초에 슈톨렌을 만들어 매주 주말마다 한 조각씩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하지만 이렇게 맛있는 것을 어떻게 고작 한 조각만 먹고 돌아설 수 있는지 궁금하다.

 

리치몬드의 슈톨렌. 사진=이덕 제공

 

장도혁이 악기를 설치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압도적인 물량에 입이 떡 벌어진다. 위에 걸터앉아 손으로 두들기는 카혼, 젬베, 스네어 드럼, 플로어 탐, 하이햇 심벌즈를 비롯한 여러 장의 심벌, 오른 발목에 묶인 방울, 카우벨, 손가락 끝으로 쓱 훑으면 촤라라랑 소리가 나는 윈드차임, 그 외에도 여기저기 주렁주렁 달려있거나 어느 순간 갑자기 장도혁의 손에서 등장하는 타악기 등이 있다. 장도혁은 이 많은 타악기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며 밴드의 소리를 풍성하고 재미있게 만든다. 

 

동양고주파 – 틈

 

리치몬드의 슈톨렌에서는 럼의 향이 그윽하게 난다고 하여 수많은 슈톨렌 중에서 리치몬드의 슈톨렌으로 골랐다. 뿐만 아니라 카르다몸, 넛맥, 계피 등 강한 개성을 가진 향신료들이 화려하게 교차한다. 건포도와 럼에 절인 과일, 아몬드 등 오물오물 씹히는 녀석들도 많다. 무엇보다 가운데 동그란 모양의 달콤하고 고소한 마지판(아몬드와 설탕을 갈아 만든 페이스트)에서 크리스마스의 풍요로움을 만끽 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대로 한 조각씩 먹으려 했지만 다시 한 조각 더 썰고 있는 나의 오른손. 

 

동양고주파 – 먹이

 

장도혁의 타악기와 윤은화의 양금 모두 툭툭 끊어지는 소리의 특징을 갖고 있기에 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역할은 오롯이 베이스를 연주하는 최우영의 몫이다. 덕분에 최우영은 노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마치 화려한 기타 솔로처럼 베이스를 연주하는 고된 노동에 시달린다.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과연 저렇게 연주하고도 무사한지 자꾸 최우영의 안위를 확인하게 된다. 

 

동양고주파 – 검은 사막

 

동양고주파는 최우영이 장도혁에게 양금 소리를 들려주면서 시작됐다. 동양고주파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최우영에게 자꾸 감사하는 마음이 샘솟는다. 크리스마스에 그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슈톨렌을 다 먹었으면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먹어야겠지? 

 

예고편 케이크. 사진=이덕 제공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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