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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나] 귀국 준비하다 서울 집값에 깜놀 '한국서 무슨 일이?'

6개월 남은 베를린 생활, 한국 부동산 알아보다 '미친 집값'에 매일 극도의 좌절

2020.01.24(Fri) 17:20:46

[비즈한국] “이사를 가야 하는데 요새 집 구하기가 어렵네요. 집주인들이 다 임대를 거둬들이고 상황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임차인들에게 희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저런 부작용도 없지 않네요.”

 

얼마 전 만난 지인은 이사를 하고 싶어도 나온 집이 없다며 한숨을 지었다. 올 하반기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나 역시 집 문제로 고민하던 터라 남일 같지가 않으면서도, 한편으론 그래도 베를린 시 당국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지인의 고민은 한국 부동산 상황에 비하면 나은 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베를린은 10년 새 임대료가 2배 이상 폭등하는 등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박진영 제공


베를린의 상황은 이렇다. 지난 10년간 베를린은 부동산 임대료가 2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세입자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상대적으로 싼 임대료와 저렴한 물가 등이 매력인 베를린으로 전 세계 인구가 몰려들고 투기 자본까지 들어오면서 부동산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다 보니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생겨났다. 

 

2018년 하반기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한 베를린 시민들의 반대로 구글의 베를린 창업캠퍼스 설치 계획이 철회되는 일까지 있었다. 구글 캠퍼스가 들어설 예정이던 크로이츠베르크는 과거 베를린의 핵심이 아니었으나, 예술가 등이 대거 입주하며 가장 핫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그러다 보니 주거 비용 상승, 상권 임대료 급등 등으로 최근 몇 년 가장 많이 거론되는 지역이었다. 

 

당시 한 컨설팅 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베를린 부동산 가격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상승하는 와중에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은 같은 기간 상승률이 70%가 넘을 정도였다.

 

베를린의 한 주택가. 오른쪽 아파트는 최근 전면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로 입주 중이다. 임차인 보호가 잘 돼 있는 독일에서는 오래된 집이나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후 새로운 임차인을 받으면서 임대료를 올리는 경향이 있다. 사진=박진영 제공


크로이츠베르크뿐만 아니라 베를린 전 지역에서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이 폭증하자, 지난해 6월 베를린 시는 임대료를 기준으로 향후 5년간 임대료 동결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택을 개보수한 사례에 한해 제한적으로 인상을 허용하고 2022년에는 물가 인상 등을 반영해 약 1.3% 수준의 인상만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해 승인되면서 주택 시장은 희비가 엇갈렸다. 부동산 임대업체와 소유주들은 반발했고 임차인들은 환영을 표했다.

 

한 해 동안 임대료가 20% 이상 상승한 2017년 베를린에 자리를 잡은 우리 역시 매달 적잖은 비용을 임대료로 내면서 ‘3년 거주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는데, 5년 동안 임대료가 동결되면 수많은 임차인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 법안이 발표된 시기가 막 임대료를 올려준 다음이었기에 더더욱. 법안 내용 중 특정 조건으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돼 있었지만 그걸 따지고 다퉈가며 임차료를 낮추기 위해 도전할 만큼 우리에겐 베를린에서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글로벌 도시답게 수많은 외지인들이 유입되는 베를린엔 공사 중인 신축 아파트들이 넘쳐난다. 사진=박진영 제공​


우리는 혜택을 보지 못했지만 새로운 법안이 잘 진행 중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인의 토로한 것처럼 또 다른 부작용도 있는 모양이었다. ‘개보수 사례에 한해 제한적 인상’이 어느 정도 제한적인지, 개보수의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리모델링 후 임대료를 올리려던 임대인들이 상황을 지켜보느라 집을 내놓지 않는다거나, 아예 리모델링 자체를 미루며 향후 진행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임대나 매매할 집 자체가 없는 품귀 현상이 초래된 것이다.

 

세입자들의 주거 권리가 큰 베를린의 경우 한 번 입주하면 임대료 상승 없이 10년 이상 오래 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우리나라처럼 ‘임대 만기’ 등의 이유로 합법적으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권한도 집주인들에게 없었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대체로 주택을 리모델링한 후 임대료를 올리는 방식 등으로 인상을 해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 임대료가 폭증하고 개인이 아닌 부동산 임대업체가 아파트 건물을 소유하고 임대하는 방식을 많이 취하면서 우리나라처럼 1~2년마다 임대료를 몇 % 올린다는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우리가 딱 그 케이스.

 

임대업체는 계약 당시 ‘거주 후 1년마다 인상’이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그나마 업체와 조율 끝에 ‘2년 후 인상’으로 합의를 봤다. ‘울며 겨자 먹기’로 조건을 받아들이며 계약할 수밖에 없던 이유 중 하나가 공급 부족이었다. 골라서 갈 여건이 되지 않았던 것.

 

어쨌거나 미친 집값으로부터 임차인들을 보호하고 부담을 덜겠다는 베를린 시의 의지가 강한 만큼 해당 법안이 자리 잡기를 바랄 뿐이다. 

 

문제는 우왕좌왕하는 베를린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나다. 한국을 떠나 있던 2년 6개월 사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컴백하는 아이 때문에 학교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나는 동네를 옮기는 방안을 고민하게 됐고, 한국 부동산 상황을 본격적으로 알아보며 극도의 좌절의 맛보고 있다. 운이 좋았건 전략이 좋았건, 시절 좋을 때 부동산 투자를 잘 한 사람은 일 년 혹은 몇 달 새 몇 억씩 뛰는 집값을 보며 쾌재를 부르고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실패자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상황이랄까.

 

분명히 비슷한 수준의 집값이었던 곳들이 그 새 격차를 벌리며 이제는 ‘언감생심’이 돼버렸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서 살던 거주지를 옮기고 싶어도 옮길 수 없게 돼 버렸고, 하루 하루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자 한숨만 늘고 있다.

 

집이 거주 목적이 아닌 투기의 대상이 돼 버린 대한민국. 이전에도 특별히 달랐던 건 아니지만 한국을 떠나 보니 심각성을 절감하게 된다. 최소한 여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은 집을 거주로 바라보니까, 지금의 이 상황을 지극히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니까. 

 

오늘도 잠이 오지 않고, 한국 돌아갈 생각과 한국 부동산 상황을 떠올리니 절로 말이 새어 나온다. ‘미쳤다, 진짜.’

 

글쓴이 박진영은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에 입문, 여성지 기자, 경제매거진 기자 등 잡지 기자로만 15년을 일한 뒤 PR회사 콘텐츠디렉터로 영역을 확장,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실험에 재미를 붙였다. 2017년 여름부터 글로벌 힙스터들의 성지라는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또 다른 영역 확장을 고민 중이다.

박진영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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