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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코로나19, 그 전쟁 같은 확산에 대처하는 방위산업의 자세

확산세 빠른 중국·이란 방산업체 발 빠른 행보…새로운 위협의 안보 전략 마련해야

2020.03.16(Mon) 10:44:31

[비즈한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몇 달 사이에 중국 일부지방에서의 전염병에서 이제 대륙과 지역을 넘어선 전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확산된 것이 분명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지난 3월 12일 코로나19의 전염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는 이른바 판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선언을 했고, 중국 대륙에서 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전 유럽에서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감염자와 희생자로 인한 피해 뿐만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 비록 하루 만에 반등하긴 했지만, 지난 3월 12일 주식시장은 수십 년 만에 유래 없는 엄청난 폭락장으로 자본시장의 불안과 혼란이 극에 달했다. 이 와중에 에너지 시장에 대한 불안과 석유 생산국들의 합의 실패로 석유 및 에너지 가격이 폭락하자 경제 불안은 최근 몇 년 내 경험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전 세계 시장경제가 패닉에 빠지는데 방위산업이라고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축구경기나 대규모 IT 쇼, 모터쇼들이 모조리 행사를 취소하는 가운데, 세계 방위산업 전시회들도 개최가 연기되거나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월16일에 폐막한 싱가포르 에어쇼 이후, 전 세계의 주요 방위산업 전시회들의 개최 여부도 확실치 않고, 여름과 가을의 방산전시회들도 현재로서는 상황을 예측할 수가 없다. 세계인이 사랑하는 축제인 올림픽조차 개최 여부를 아무도 확신할 수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대구에서 코로나19 방역 작업 중인 대한민국 육군. 사진=대한민국 육군 페이스북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세계 정부가 비상이 걸리자 안보 상황도 급변했다. 지난 1월 8일 이란은 자국의 군인이자 사실상 이란 내 서열 2위였던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미군의 공습에 의해 사망했다. 이란은 복수의 의미로 미군 시설을 미사일로 공격, 이란과 미국 양국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러 또 하나의 중동 전쟁이 터지는지 세계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이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진자가 1만 명, 사망자가 수 백명을 돌파하고 그마저 확인되지 않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몇 배나 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관측이 있는 상황에서 이란의 도발이나 전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현재 아무도 없다. 모든 이란의 정규군 및 민병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소요를 억제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진자 검사 및 방역에 동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란과 적대시하는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와 주변 이슬람 국가 역시 확진자 억제를 막기 위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에너지 문제와 코로나 문제가 같이 터졌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 협상에 실패하여 국제유가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라, 시리아 내전에 개입중인 러시아, 예멘 후티 반군과 전투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은 미국 세 나라 모두 전쟁에 대해서 신경 쓸 여력이 전혀 없어졌다. 비교적 러시아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적은 축이지만, 폭락한 국제유가로 기존의 신무기 도입 사업은 물론 전쟁비용 충당까지 위태로울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의 방위산업들은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덮어버린 현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새로운 변신과 도전에 나서고 있다. 우선 이번 코로나 19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중국 방위산업이 심상치 않다. 중국 방위산업은 산업 특성상 중국 정부의 지배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중국 정부는 자국의 방위산업체들에게 공개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무기 생산 및 전투함 건조 지연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디펜스토크닷컴 및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에 따르면 항공함과 전투함, 그리고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만드는 기업과 조선소에서는 이미 2월부터 생산 재개 및 일정 지연을 막기 위한 근로시간 연장을 실시했다. 중국 최초의 LHD(landing helicopter dock) 대형 상륙함을 건조하는 후동중화조선소(沪东中华造船集)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설날 연휴가 끝난 후 직장에 복귀하지 못한 근로자를 대신하기 위해 사람을 뽑고, 대부분의 중국 방산업체가 연장근무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도됐다.

  

다른 국영 공장이나 산업체보다 빨리 2월 중순부터 조업을 시작하고, 이것이 시진핑이 직접 관할하는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직접 명령이라는 점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타격보다, 전력증강에 더욱 큰 우선순위라는 것을 명백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중국의 이런 행보와는 달리 전 세계의 방위사업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성장세가 꺾일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전 지구적 유행이 되어버린 코로나 19 사태에서, 전염병 예방 및 경기 회복에 막대한 공공 예산이 투자될 것이고, 이는 곧 신규 무기도입 및 개발사업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들 속에서 방위산업체들의 새로운 시도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중국 다음으로 많은 확진자와 희생자가 나온 이란이 좋은 예다. 지난 3월11일 이란 방위산업체인 IREI( Iran Electronics Industrie)가 선보인 ‘스마트 적외선 카메라’는 공항이나 주요 시설에 설치해 동시에 여러 사람들의 발열 상태를 검사할 수 있는 장비이다. 물론 이러한 장비는 미국 FLIR사를 비롯해서 누구나 사용하고 있지만, 수입 제품보다 훨씬 저렴하고 대량 보급이 가능하다고 제작사는 주장했다.

 

이란 방위산업체가 개발한 발열감지용 스마트 카메라. 사진=irna.ir

 

또한 이란 국방부는 코로나19 테스트 키트, 소독제, 안면 마스크, 양압 인원 수트, 구급차, 및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특수 침대를 생산하는 데 큰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실제 양산능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지만 적어도 방위산업의 생산 기반을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 역시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3월 12일 인민망에 따르면 J-20 스텔스 전투기를 생산하는 중국항공공업그룹(AVIC)는 기존에 생산한 적 없는 전혀 새로운 장비를 공개했다. 바로 마스크 자동 생산기계다. 중국 인민망은 이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600명 이상이 근무하는 AVIC 연구소 직원들이 24시간동안 개발한 장비가 J-20 및 항공기 생산에 사용되는 디지털 목업(mock-up) 기술로 만들어 졌으며, 24대의 기계가 한 달에 300만개의 수술용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다만 이란이나 중국의 이런 발표나 신제품들이 정말로 코로나19를 이겨내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기보다는, 방위산업체와 정부가 나름대로 대응을 하고 있다는 홍보 수단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심도 있다. 현대의 발달된 산업들은 그 발달된 수준만큼이나 특정 제품, 특정 장비를 생산하는데 특화되어 있어 갑작스럽게 그 용도를 변경하고 복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AVIC가 개발한 전자동 마스크 기계. 사진=CCTV 방송 캡처

 

다행히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각종 기술혁신이 이런 어려움을 상당 부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앞서 설명한 중국 AVIC이 사용한 디지털 목업 기술은 새로운 시제품을 만드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고, 현재 눈부시게 발전 중인 3D 프린팅 기술은 점점 더 다양한 소재를 대량으로, 큰 사이즈로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대부분의 방위산업체들은 대량생산보다는 다양한 품종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제작에 필요한 공구와 장비를 만드는데 무엇보다 익숙한 장점도 있다. 

 

다만, 한국의 방위산업은 정부의 거대한 통제 하에 경직된 구조와 제도를 가지고 있어, 스텔스 전투기를 만드는 회사가 하루아침에 마스크 기계를 생산하는 것을 명령할 수도 없고 정당하지도 않다. 따라서 조심스러운 제안을 하자면, 군이 전쟁이 아닌 여러 재난 상황에서 대비하는 ‘전쟁 이외의 군사작전(MOOTW)’를 고려하듯, 방위산업체도 전쟁 이외의 재난상황에서 산업이 위협에 대처하고 상황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치 전시 동원계획처럼 마련해야 한다.

 

군사작전에서 워게임(War Game)시뮬레이션으로 어떤 방식으로 전쟁이 일어날지, 어떻게 싸워야 할지 예측하듯 국방부와 방위산업체들이 합동으로 전쟁 이외의 미래 상황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동원계획이 필요하다. 더 이상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이 전쟁과 인간의 침략만이 아니라는 것이 이번 코로나19사태에서 더욱 명백해 졌기 때문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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