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Story↑Up > 덕후

[미국음악일기] '조연에서 주연으로' 틀을 깬 베이시스트 썬더캣

베이시스트지만 베이스에 머물지 않아…실험적이면서도 대중성을 놓치지 않는 '모던 재즈 음악가'

2020.04.16(Thu) 11:32:21

[비즈한국] 밴드의 연주자는 아무래도 보컬에 비해 주목도가 덜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는 건 리듬을 담당하는 드럼과 베이시스트일텐데요. 드럼은 악기가 커서 그나마 주목도가 높다면 베이스는 정말 관심도가 낮습니다.

 

오늘은 현재 가장 주목받는 실력파 베이시스트이자 보컬, 재즈 아티스트이기도 한 썬더캣(Thundercat)을 소개하려 합니다.

 

썬더캣은 1984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부모는 모두 음악가였습니다. 아버지는 다이애나 로스, 템테이션 등 전설적인 흑인음악가의 드럼을 맡았지요. 썬더캣은 고등학교 때부터 재즈 밴드에서 음악을 배웠습니다.자신과 함께 세계적인 색소폰 연주자가 된 카마시 워싱턴, 음악적 동지가 된 힙합 프로듀서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 등과 이 시절 교류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성인만 갈 수 있는 재즈클럽에서 몰래 음악을 들으며 꿈을 키웠지요.

 

베이시스트 선더캣(Thundercat). 사진=선더켓 페이스북

 

그는 15세에 이미 ‘노 커퓨(No Curfew)’라는 밴드에서 프로 베이시스트로 활동해 독일에서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후에는 형 로날드와 함께 LA의 펑크 밴드 수어사이덜 텐던시스(Suicidal Tendencies)에 가입했습니다. 메탈과 펑크 모두를 완벽히 소화하는 전설적인 밴드였지요. 최고의 밴드에 베이시스트로 영입될 정도로 썬더캣은 이미 주목받는 음악가였습니다.

 

이후 그는 전설적인 흑인음악가에게 ‘세션(고정이 아닌 외주) 베이시스트’로 영입됩니다. 스눕독부터 라파엘 사디크까지 말이죠. 그들에게 썬더캣의 재능은 꼭 달갑지만은 않았습니다. 지나치게 화려하고 주목도를 뺏는 썬더캣 스타일이 ‘튀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너한테 그런거 연주하라고 하지 않았어.”

 

“​원곡대로 해.”​

 

흔히 썬더캣이 들은 말이었습니다. 프로 베이시스트에게는 맞는 충고였습니다. 하지만 썬더캣은 그 말을 듣지 않기로 했지요.에리카 바두는 유일하게 썬더캣을 아티스트로 대우해줬습니다. 그의 음악을 좋아해줬을 뿐 아니라 그와 함께 앞으로 나와서 노래하라 해주기도 했지요. 덕분에 썬더캣은 자존감을 쌓았습니다.

 

2011년, 썬더캣은 1집 ‘더 골든 에이지 오프 아포칼립스(The Golden Age of Apocalypse)’를 만듭니다. 자신의 음악적 동료인 플라잉 로터스와 함께 말이죠. 2013년에 발표한 2집 ‘아포칼립스(Apocalypse)’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두 앨범 모두 1970년대의 재즈 음악과 실험적인 최신 힙합을 조합한 시도였습니다.

 

2015년, 켄드릭 라마가 역대 최고의 흑인음악 중 하나라 불리는 2집 ‘투 핌프 어 버터플라이(To Pimp A Butterfly)’를 발표합니다. 힙합뿐 아니라 재즈, 펑크, 소울 등 흑인음악 요소가 짙은 앨범이었지요. 썬더캣은 켄드릭 라마 못지않게 이 앨범에 적극 관여하며 단숨에 흑인음악계에서 주목을 받습니다. 과거의 음악을 화려하게 재해석한 이 앨범은 큰 화제를 낳았죠.

 

썬더캣의 ‘쇼 유 더 웨이(Show You The Way)’. 마이클 맥도날드, 케니 로긴스가 참여했다.

 

그의 음악에 수많은 과거의 흑인음악가들이 관심을 보입니다. 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2016년, 썬더캣과 함께 연주했습니다. 케니 로긴스, 마이클 맥도널드 등 1970년대 음악가들도 썬더캣과 기쁜 마음으로 협업했지요. 2017년 발표한 3집 ‘드렁크(Drunk)’까지 이 관계는 이어졌습니다.

 

2020년 4월, 썬더캣은 4집 ‘잇 이즈 왓 잇 이즈(It Is What It Is)’를 발표합니다. 이 앨범이 나오기까지 썬더캣은 우울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였고, 꾸준히 협업했던 래퍼 맥 밀러가 약물 과용으로 사망한 일이 가장 컸습니다. 결혼까지 생각할 만큼 진지한 관계를 맺었던 연인과는 이별했지요. 썬더캣은 유독 우울한 감정을 가지고 이 앨범을 작업했습니다.

 

썬더캣의 ‘드래곤볼 듀렉(Dragonball Durag)’.

 

덕분에 이 앨범은 기존의 어떤 앨범보다 슬픈 앨범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썬더캣은 기존 투어 일정조차 취소했습니다. 그는 이번 음악의 주제가 ‘슬픔을 없애는 게 아닌, 영원히 함께할 슬픔과 살아가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의 개인적인 비극이 현재의 시국과 만나 더 많은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음악이 돼버린 듯합니다.

 

썬더캣의 음악은 복잡합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화려한 베이스 연주가 음악 전체를 좌우하지요. 보컬이 있기는 하지만 연주 위주의 재즈 음악이기 때문에 히트 싱글도 뚜렷하게 없습니다. 대신 썬더캣에게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실험정신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감싸는 정서가 있지요. 자세히 들어보면 그의 음악은 실험적이면서도 대중성을 놓치지 않습니다.

 

썬더캣의 ‘이너스텔라 러브(Innerstellar Love)’. 우주로 간 듯한 로맨틱한 느낌이 느껴진다.

 

재즈 음악은 죽었다고들 합니다. 어쩌면 재즈 음악은 죽은 게 아닐지 모릅니다. 재즈의 ‘실험정신’을 추구하는 사람은 과거의 재즈 음악을 재현하기보다 재즈의 정신과 요소에 힙합, 블루스, 소울 등의 요소를 뒤섞어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음악을 탐구할지 모르지요. 그게 바로 베이시스트 썬더캣 음악의 매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베이스 연주자는 조용하게 베이스 연주만 하면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를 부정하고 틀을 깨는 개성을 가진 이가 있습니다. 스팅(Sting)이 그랬고, 폴 맥카트니가 그랬지요. 지금은 썬더캣이 자신의 베이스 연주 능력을 무기로, 베이스 위주로 새로운 음악을 멋지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혼과 실험정신을 모두 갖춘 이 시대의 모던 재즈 음악가, 썬더캣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베를린·나] 코로나 지원금 '초스피드' 지원, 이게 선진국 클라스?
· '아직 날개도 못 폈는데' 신규 LCC 4월 도산설 현실화되나
· [단독] 최태원 SK 회장, 티앤씨재단 옛 사무실 용도 외 사용 내막
· [단독] 서울시 청년주택에 근저당 975억, 세입자 보증금 무사할까
· [재개발·재건축] 반포3주구, 대우-삼성 입찰제안 비교해보니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