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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홍길동' 가짜 신분증 무사 통과…전자담배 무인판매점 성인 인증 '구멍'

인쇄한 주민등록증 이미지로 인증 완료…청소년 흡연 급증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 강화, 모니터링 필요"

2026.03.11(Wed) 09:50:08

[비즈한국]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번화가. 초등학교에서 불과 3분 거리에 무인 전자담배 매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매장 안에는 전자담배 기기와 액상, 일회용 제품 등을 판매하는 자판기가 놓여 있고, 상주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기자가 미리 인쇄해둔 ‘홍길동’​ 명의의 가짜 종이 신분증을 자판기 스캐너에 올려두자, 화면에 “스캔 중이니 움직이지 마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떴다. 실시간 얼굴 대조나 추가 인증 절차는 없었다. 잠시 뒤 화면은 결제 단계로 넘어갔다.

 

무인 전자담배 매장에서 ‘홍길동’ 주민등록증 이미지를 인쇄해 신분증으로 스캔하자 곧바로 결제가 됐다. 사진=윤채현 인턴 기자

 

같은 날 찾은 서울 마포구의 무인 전자담배 매장도 다르지 않았다.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전자담배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벽에 붙어 있었지만, 성인 인증 절차는 형식에 그쳤다. 심지어 이 매장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배달 서비스까지 운영했다.

 

#청소년 전자담배 노출 증가, 규제 못 따라가

 

전자담배가 청소년에게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57개국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31개국에서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률이 전통적인 궐련 흡연율을 이미 넘어섰다. 전 세계적으로 최소 1500만 명 이상의 청소년이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전자담배 판매 방식이 빠르게 진화하는 반면 규제가 이를 못 따라간다는 점이다. 무인 매장과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면서 청소년 접근을 차단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대학이 밀집해 젊은 층이 많은 마포구 일대에만 24시간 무인 전자담배 매장이 총 9곳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성인 인증은 대부분 신분증 스캔 같은 간단한 확인 절차에 의존하는 수준이다.

 

실제 이용자들도 이러한 편의성을 이유로 무인 매장을 찾고 있었다. 매장에서 만난 20대 남성 A 씨는 “무인 자판기도 일반 매장과 크게 다를 게 없다”며 “​직원 눈치 볼 필요 없이 편하게 고를 수 있어서 온다”​고 말했다.

 

무인 자판기에서 일회용 전자담배를 카트에 넣은 뒤 화면 속 결제하기를 누르자 신분증 인증 절차가 진행됐다. 사진=윤채현 인턴 기자

 

#‘건강보험증’으로 신분 확인…허술한 성인 인증

 

직원이 상주하는 매장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근 전자담배 매장을 방문해 “신분증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느냐”​고 묻자 직원은 “​번거로워질까 봐 확인은 하지만 주민등록증이 아닌 건강보험증을 보여줘도 된다”​고 답했다. 건강보험증은 법적으로 성인 인증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 사진이 없어 타인의 것을 도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규제가 느슨한 탓에 연령 확인이 부실하고 청소년도 쉽게 전자담배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온라인 판매 역시 사각지대로 지목된다. 대부분의 이커머스 플랫폼은 2023년부터 합성니코틴 전자담배 유통을 제한하고 니코틴이 없는 액상만 판매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 유통 과정에서는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도 많다.

 

인터넷 쇼핑으로 전자담배를 구매한 B 씨(25)는 “무(無)니코틴 제품이라는 안내를 믿고 샀는데, 실제로는 니코틴이 포함된 상품이 배송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구매자들의 후기 사진을 보니 대부분 합성니코틴 제품이었다”​​며 “​판매자에게 문의하니 교환은 안 되고 환불만 해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액상 전자담배. 상세 정보에 들어가자 합성 니코틴이라는 설명과 함께 ‘미성년자는 절대 구매가 불가능하다’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판매페이지 화면 캡처

 

#규제 확대가 능사 아냐​

 

그동안 전자담배는 궐련 담배와 달리 담배사업법과 국민건강증진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담배를 직접 판매하려면 사업장이 위치한 관할 시장·군수 또는 자치구 구청장으로부터 담배소매인으로 지정받아야 하는데, 전자담배는 담배소매인 지정이 필요 없어 24시간 자동판매기 운영도 가능했다. ​

 

이에 지난달 26일, 액상형 전자담배를 담배 범주에 포함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9년 만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오는 4월 24일부터는 담배의 정의가 확대되면서 기존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합성니코틴 전자담배에도 일반 담배와 동일한 규제가 적용된다. 구체적으로는 △광고 제한 △온라인 판매 제한 △자동판매기 금지 △각종 부담금 부과 등이 시행될 예정이다.

 

매장에는 ‘전자담배 구매 시 신분증을 제시해달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신분증을 제대로 확인하 않았다. 사진=윤채현 인턴 기자

 

다만 규제 확대만으로 청소년 접근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소매인 지정이 가능해지면 판매점 수가 오히려 늘어나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은희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금연정책기획부 선임전문원은 “합성니코틴 전자담배 판매인의 소매인 지정이 허용되면 판매점 증가와 함께 구매 접근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시장 변화에 현행 규제가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대상 연령 확인 절차와 판매 행위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제품 성분 공개 의무 이행 여부 등이 규제 효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현장 집행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이 우선적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채현 인턴 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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