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농협을 대상으로 한 정부합동 특별 감사에서 조직 전반의 비위 행위가 적발됐다. 농협중앙회와 회원 조합 전반에서 공금 유용, 특혜성 대출, 분식회계 등 각종 비위가 무더기로 드러난 것. 정부는 위법 소지가 큰 14건을 수사 의뢰하고 96건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 등 후속 조치에 나선다. 이번 감사 결과에서 농협중앙회장의 독단적 운영과 내부통제 부실 사례가 문제의 근원으로 지적됐다.
정부가 9일 발표한 농협 특별 감사 결과를 두고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는 농협 비위 근절을 목표로 1월 26일부터 국무조정실, 농림축산식품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감사원 등 관계 기관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정부합동 특별 감사반을 꾸려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회원 조합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시행했다.
특별 감사반은 적발된 사항 중 위법 소지가 큰 14건은 수사를 의뢰하고, 시정이 필요한 96건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 등으로 처분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수사에 나선 사항에는 △강호동 회장과 간부가 농협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 △특혜성 대출·수의계약 △부실 회원 조합의 분식회계 등이 포함됐다.
감사 결과 중앙회·지역조합에서 다방면으로 비위 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반은 강호동 회장과 관련한 사건도 다수 적발했다. 특별 감사반에 따르면 강 회장은 2024~2025년 공금을 활용해 선거 답례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농협재단의 핵심 간부가 지출 증빙서류를 조작해 재단 사업비 약 5억 원을 빼돌리고, 이를 이용해 강 회장 당선에 도움을 준 지역 농·축협 조합원과 농협 계열사 임직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제기됐다. 감사반에 따르면 강 회장은 2025년 2월 지역 조합 운영위원회로부터 취임 1주년 기념 명목으로 황금열쇠 10돈(580만 원 상당)을 받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반환했다.
내부통제 문제도 지적됐다. 감사반은 △이사회의 조직개편 의결 미이행 △자의적 포상금 집행 △재단 자금의 불투명한 운용 등 농협중앙회장이 독단적으로 조합을 운영한 사례를 적발했다. 일례로 지난 5년간 포상금의 일종인 ‘직상금’ 75억 원어치가 객관적인 성과 평가 없이 중앙회장, 부회장 등을 통해 회원 조합·특정 부서에 무분별하게 지급됐다.
강 회장이 기준이 넘는 수준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감사반은 강 회장이 2024년 3월 전용 면적 84.98㎡, 보증금 12억 원에 사택 전세 계약을 하면서 전용 면적 기준(60㎡)과 전세 보증금 상한선(당시 5억 원, 현재 10억 9000만 원)을 모두 위반했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자회사·지역조합 전반에서 발생한 예산 운용, 인사·채용 전횡, 불공정 관행도 드러났다. 농협중앙회가 지주 요청을 받아 부적절한 신용 대출을 취급해 부실 연체가 발생하거나, 퇴직 임원이 재취업한 업체에 회수 가능성이 낮은데도 자금을 지원하는 식이다.
일부 회원 조합에서 연체 대출 금리를 마음대로 조정하고 부실 채권을 정상 채권으로 바꾸는 등의 분식회계로 부실 재정을 은폐한 사실도 드러났다. 3억 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조합에서 실적을 당기순이익 5억 원으로 허위 공시하고, 분식회계로 만든 재원으로 4억 원이 넘는 배당까지 한 사례도 있었다.
조합에서 발생한 문제가 수사 의뢰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조합 간부가 면접관에게 면접 대상자들의 신상 정보를 보내고 이들을 모두 채용한 사례나, 조합장이 광고 선전비로 지인을 위한 명절 선물 4000만 원어치를 구입한 사례 등이다. 감사반은 각각의 사건에 대해 채용 청탁과 사적 편취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이번 정부합동 특별 감사는 앞서 2025년 11월 24일~12월 19일 농식품부가 진행한 특별 감사에 대한 후속 조치다. 정부는 농협을 대상으로 수사 의뢰 건과 별개로 즉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은 시정 조치에 나선다. 더불어 11일 당정 협의 이후 농협 개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강호동 회장이 횡령,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는 것도 눈길을 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1월 농식품부의 감사 중간결과 발표 직후 사과문과 쇄신안을 발표했다. 당시 강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농협은 쇄신안에 따른 조치로 자체적으로 농협개혁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개혁위원회는 2월 말 제3차 회의를 열고 선거제도 개선, 인사제도 혁신 등의 사안을 논의했다. 제4차 회의는 3월 10일 열린다.
농협중앙회는 이번 정부합동 특별 감사 결과에 대해 “감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적받은 사항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하겠다”라며 “유사사례의 재발 방지에 힘쓰고, 조직 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을 강화해 농업인과 국민의 신뢰 회복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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