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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독재 타도할 IT 연합군의 비밀 병기는 '클라우드 게임'

애플·구글의 차단 정책에 글로벌 게임사 반발…당장 파급력 약하지만 2022년에 판도 달라질 것

2020.08.19(Wed) 11:28:35

[비즈한국] 에픽게임즈가 화두를 던진 ‘애플 독재 타도’를 지지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MS)를 응원하는 게 좋겠다. 에픽게임즈가 글로벌 1위 배틀로얄 게임 ‘포트나이트’를 앞세워 소송과 캠페인으로 애플의 독점적 지위를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MS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엑스클라우드’ 등을 무기로 애플의 컨슈머 시장 영향력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픽게임즈는 패러디 광고 ‘나인틴에이티-포트나이트’에서 애플을 독재자로 그리고 있다. 사진=’나인틴에이티-포트나이트’ 캡쳐

 

#에픽게임즈, 애플・구글의 독점적 지배력 문제 공론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는 최근 ‘포트나이트’를 삭제했다. 에픽게임즈가 유료 아이템 가격을 영구 할인하는 이벤트를 하면서 애플과 구글에 수수료가 가지 않는 자체 결제 시스템을 모바일 포트나이트에 도입했고, 이는 가이드라인 위반이라며 애플과 구글 모두 포트나이트를 지워버렸다. 이에 에픽게임즈는 양 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두 회사가 장악한 모바일 게임 시장 패권에 도전장을 던졌다. 에픽게임즈는 애플과 구글의 독점적 관행을 지적하며 인 앱(In app) 결제 시 30%의 높은 수수료 때문에 소비자 혜택이 줄어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에픽게임즈는 이미 수수료를 12%로 대폭 낮춘 자사 게임 스토어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론칭해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에픽게임즈의 이번 소송은 승패 여부와 관계없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이 가진 독점적 지배력과 30%의 수수료가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화두를 다시 한번 공론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기 음악 스트리밍 앱 ‘스포티파이’도 애플이 불공정하다며 에픽게임즈를 지지하고 나섰다. 또한 현재 애플과 구글 모두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라 이들이 긍정적 여론을 형성하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다.

 

두 회사 모두 소송을 당했지만 구글보다 애플이 더욱 격하게 게임 업계와 대립하고 있다. 포트나이트의 경우 안드로이드폰 중 삼성 갤럭시폰에서는 갤럭시 스토어를 통해 여전히 다운로드 할 수 있지만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더 이상 새로 다운받을 수 없다. 또 안드로이드폰은 MS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지원하지만 아이폰에서는 할 수 없게 된다. 

 

앞서 MS는 iOS에서 시범 운영해온 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엑스클라우드’를 앱스토어에서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애플이 해당 앱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들 중 MS 엑스박스의 유료 멤버십 ‘게임 패스 얼티밋’ 회원은 9월 15일부터 엑스클라우드를 통해 엑스박스 대표작 ‘마인크래프트 던전’, ‘헤일로:마스터 치프 컬렉션’을 포함한 100여종의 엑스박스 게임을 이용할 수 있으며, 점차 게임의 수가 많아질 예정이다. MS는 우리나라에선 SKT와 협력해 해당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아직 클라우드 게임의 시장 내 영향력은 미미한 편이다. 구글이 지난해 선보인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야심작 ‘스태디아’가 부족한 킬러 콘텐츠, 반응 속도 지연 등의 문제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두면서 관심은 급속히 식어갔다. 구글은 최근 스태디아에 독점작 포함 20여개 게임이 추가될 것이라며 서비스 강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심상치 않은 엑스클라우드, 구글 스태디아 넘는다

 

MS의 엑스클라우드는 스태디아보다 여러모로 유리하다. 특히 MS 엑스박스와의 연계로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 수급 면에서 우위다. 엑스박스는 약 1800여 개 게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멤버십 ‘엑스박스 라이브’ 회원은 전 세계 약 9000만 명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1위 GPU 기업 엔비디아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나우’가 있으며 국내에선 LG유플러스와 함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오는 8월 24일부터 LG유플러스뿐 아니라 타 통신사 이용자들에게도 지포스나우가 개방되며 ‘리그 오브 레전드’ 등 300여개의 게임이 제공될 예정이다. 지포스나우는 에픽게임즈 스토어와 콘텐츠 제휴를 발표하기도 한 만큼, 자체 게임이나 게임 플랫폼이 없음에도 상당한 콘텐츠 확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 아마존도 지난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프로젝트 템포’ 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으나 아직 업데이트가 없다.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 4개의 거대 IT 회사 구글, MS, 엔비디아, 아마존 중 현재로 MS와 엔비디아가 가장 두드러진다. 콘텐츠면에서 지포스나우도 엑스클라우드 못지 않거나 그 이상이고, 구글과 아마존도 추후 어떻게 추격할지 알 수 없어 아직 속단하기 어렵지만, MS는 ▲게임 플랫폼(엑스박스 라이브) ▲하드웨어(엑스박스) ▲자체 킬러 콘텐츠(마인크래프트) ▲클라우드 컴퓨팅(애저) 등 전반적이며 실효성 있는 인프라를 가장 많이 갖추고 있어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리더로 도약하기에 장기적으로 가장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MS의 엑스클라우드는 구글 스태디아에 비에 낮은 지연율과 다수의 대작 게임으로 클라우드 게임 사업에서 가장 선두에 서 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제공

 

#클라우드 게임 시대, 애플・구글이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만약 MS의 클라우드 게임 사업이 대성공을 거둬 게임 시장에 새 시대를 열면, 역으로 기존 모바일 게임 시장 패권자들인 애플과 구글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클라우드 게임은 현재의 모바일 게임 대비 개발자에게도 게이머에게도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바일 장터에서도 AAA급 대작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중 상당수는 PC나 콘솔에서 먼저 흥행한 게임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모바일로 재탄생 시킨 게임들이다. 국내의 경우 ‘리니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클라우드 스트리밍을 이용하면, 대작 게임을 모바일 버전으로 또 따로 개발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다. 고사양 PC나 콘솔에서 하던 그 게임 그대로, 그 이력 그대로 하나의 계정으로 스마트폰으로 태블릿으로 아무데서나 할 수 있다. 즉 ‘크로스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진다. 

 

물론 앱장터에서 다운 받는 지금의 모바일 게임도 크로스 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발자들에 따르면, PC나 콘솔 게임이 모바일 버전과 크로스 플레이가 되려면 많은 추가 작업이 필요해 개발 역량 소모가 크다. 따로 개발하는 편이 오히려 더 간단해 대다수의 게임들이 모바일 버전을 별도로 개발하고 PC나 콘솔 버전과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클라우드를 통한 크로스 플레이 구현은 훨씬 손이 덜 간다는 게 개발자들의 설명이다. 그래서 클라우드 스트리밍은 개발자들 입장에서 PC-콘솔-모바일간 크로스 플레이 게임의 개발에 훨씬 더 편리한 시스템이다. 게이머들 입장에서도 PC나 콘솔에서 하던 게임 그대로 폰에서도 할 수 있다면 굳이 모바일 버전을 새로 다운 받아 처음부터 다시 할 필요가 없다는 면에서 클라우드 스트리밍을 더 선호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나우’는 스팀과 손을 잡고 먼저 상용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게임을 개별 구입해야한다는 점에서 약점을 보인다. 사진=엔비디아 제공

 

그렇게 된다면, 종국에는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 같은 앱 장터에는 대작 IP의 모바일 버전들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고, 퍼즐류 등 콘솔 게임보다 비교적 간단한 게임들이 주로 남게 되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사실 퍼즐류도 돈은 잘 번다. ‘게임 중독’ 프레임이 주로 PC 게임들을 겨냥해왔지만, 사실 시간과 지갑을 털어가는 진짜 범인은 중독성 강한 모바일 퍼즐류다. 예술 작품 수준의 PC나 콘솔 대작들에 비해 모바일 퍼즐류는 작품으로서 그 수준이 매우 낮다. 필자도 최근 한 퍼즐게임에 중독돼 욕하면서 계속 결제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그 게임에 쓰면서 게임 평가는 ‘싫어요’를 클릭했다.

 

이처럼 돈은 벌되 게이머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페이 투 윈(pay to win)’ 게임들이 주류인 모바일 앱 장터라면 과연 매력적일까? 명작을 폰에서 크로스 플레이 하고 실험적인 인디 게임들을 접하기도 좋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제한이 있는 아이폰이 게임 미디어로서 계속 훌륭할까? 애플은 자체 게임 플랫폼인 ‘애플 아케이드’로 그 매력을 보강하려 들겠지만, 9000만 엑스박스 라이브 이용자들에게는 엑스클라우드가 안 되는 폰인 것은 변함없다. KT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iOS에서도 가능할 예정이지만 이는 국내 서비스며 엑스클라우드나 지포스나우에 비해 킬러 콘텐츠를 얼마나 잘 수급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결국 애플 앱스토어는 포트나이트도 없고 엑스클라우드도 안되는 곳이 되고 이는 아이폰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데 일조할 것이 분명하다.

 

#연합군 수장 MS에게 달렸다

 

게임 시장 내 애플의 독점적 지배력 약화에 동참하고 싶다면, MS의 엑스클라우드가 잘되길 응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엑스클라우드가 기대에 못 미쳐서 클라우드 게임의 파급력이 앞으로도 계속 미미하다면 모바일 게임 시장 내 애플의 입지는 꿈쩍도 안할 것이다. 클라우드 게임 시대가 열리기 위해서는 탄탄한 콘텐츠 못지않게 5G 네트워크의 확산과 안정화도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클라우드 게임이 올해 당장 큰 파급력을 갖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적어도 2022년은 돼야 콘솔과 PC 못지않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보다 조금은 더 오픈마인드로 보이는 구글은, 어쩌면 이 모든 것을 내다보고 구글플레이의 게임 패권을 위협할지 모르는 클라우드 게임 시대를 먼저 리드하고자 스태디아를 앞장서 선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클라우드 게임이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라면, 당하기보다 선도하는 편이 맞는 방향이니까. 하지만 지금 상태로서는 구글보다 MS가 클라우드 게임 리더로 유력해 보인다. 그래도 구글은 경쟁사 서비스를 허용하니, 아이폰과 달리 안드로이드폰은 엑스클라우드가 되는 폰으로 남을 수 있다. 혜나를 들여 예서를 키우려던 ‘스카이캐슬’의 한 장면처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숙적을 들이는 전향적인 결단을 단행 한다는 면에서는 애플과의 차이를 보여준 셈이다. 

 

한편 MS는 게임 영역 외에도, 윈도우 노트북-안드로이드폰 간의 호환성 향상에도 신경 쓰는 모습이다. 최근 MS는 삼성 갤럭시 시리즈 내 앱들을 윈도우10 탑재 노트북에서 폰과 같은 UI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이는 최근 WWDC 2020에서 아이폰과 맥 사이의 더 높아질 호환성 예고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애플의 독자 생태계가 연합군보다 뛰어나다면 영향력은 여전하겠지만, MS는 이처럼 여러모로 애플의 막강한 독자 생태계에 도전하는 연합군 결성에 적극성을 띄며 ‘애플 독재 타도’의 복병으로 활약하고 있어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MS의 윈도우10과 스마트폰의 연동은 이제 맥과 아이폰 못지 않게 진화하고 있다. 사진=윈도우10 화면 캡처

강현주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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