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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약그룹, 문재인 정부 기업정책 기조 발 빠른 대응 속살

내부거래 통한 두둑한 총수일가 배당, 합병 후 사실상 지주회사 체제로

2020.08.28(Fri) 13:58:45

[비즈한국] 창업주 고 권동일 회장에 이어 권기범 부회장이 이끄는 동국제약그룹이 문재인 정부의 기업 정책 기조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총수일가 사기업에 대한 내부거래 규제 강화 기조가 천명되자 동국제약그룹은 논란의 중심에 선 두 관계회사를 합병 후 신설 계열사에 사업을 양도했다. 또한 동국제약그룹은 합병 법인인 동국헬스케어홀딩스 중심으로 지주회사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더니 최근 지주회사체제 규제 강화 기조에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서울 강남구 동국제약 본사. 사진=동국제약


동국헬스케어홀딩스는 지분 50.8%를 보유한 권기범 부회장을 포함한 일가와 특수관계자가 지분 100%를 소유한 총수일가 사기업이다.

 

동국헬스케어홀딩스의 전신인 동국정밀화학은 1991년 5월 설립돼 조영제 사업을 주요사업으로 하면서 매출의 대부분을 계열사들로부터 거둬 왔다. 이렇게 이 회사는 내부거래를 통해 회사 덩치를 키우고 배당을 통해 권 부회장 등 총수일가에게 배당금을 챙겨 줬다. 동국정밀화학시절을 포함해 동국헬스케어홀딩스의 배당성향은 6%대에서 40%에 육박할 만큼 꾸준했다. 배당성향은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비율로 동국헬스케어홀딩스의 배당은 지분구조상 전액 총수일가에게 돌아간다. 

 

2017년 동국정밀화학에 흡수합병된 브릿지커뮤니케이션즈 역시 권기범 부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총수일가 사기업이었다. 브릿지커뮤니케이션즈는 1997년 10월에 설립돼 건강식품 도소매업, 광고대행 및 광고기획을 주요 사업으로 동국정밀화학과 마찬가지로 내부거래 비중이 절대적인 회사였다.

 

브릿지커뮤니케이션즈는 고배당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회사 2013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그해 당기순이익은 9714만 원이었음에도 16억 2500만 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무려 1672.84%였다. 통상 배당은 당기순이익 이내에서 행해지고 30% 이상만 돼도 고배당 논란이 일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배당 수준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브릿지커뮤니케이션즈의 감사보고서는 2013년과 2014년 회계연도 등 단 두 차례만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됐을 뿐이라 정확한 배당 규모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회사에 출자한 주주들의​ 자본금 규모를 감안해 볼 때 권기범 부회장을 포함한 총수일가는 소액의 투자로 막대한 투자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동국헬스케어홀딩스는 2019년 말 기준 자본금 규모가 4억 9700만 원, 브릿지커뮤니케이션즈의 2014년 말 기준 자본금은 불과 5000만 원 수준으로 기록돼 있다. 

 

동국정밀화학이 브릿지커뮤니케이션즈를 흡수합병한 시기는 2017년 6월이었다. 두 회사의 합병 배경을 두고 견해가 분분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로 기업 정책과 관련해 총수 일가 사기업에 대한 내부거래 규제 강화를 천명하던 때였다. 

 

상황이 이러자 동국제약그룹은 동국정밀화학의 주요 사업인 조영제 제조사업부문을 같은 해 8월 동국생명과학에 넘겼다. 동국생명과학은 같은 해 5월 동국제약으로부터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된 신설 계열사였다. 

 

이를 두고 동국정밀화학과 브릿지커뮤니케이션즈가 매출의 대부분을 계열사들에 의존하는 총수일가 사기업이란 꼬리표를 떼고 바뀐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대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브릿지커뮤니케이션즈를 흡수한 동국정밀화학은 같은 해 11월 지주회사들이 주로 사명에 사용하는 ‘홀딩스’를 활용해 현재의 동국헬스케어홀딩스로 이름을 바꿨다. 

 

그렇게 동국제약그룹은 동국헬스케어홀딩스를 중심으로 하는 지주회사체제 변환에 속도를 내는 듯 했다. 지주회사제도는 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소유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김대중 정부 이후부터 기업들에게 권장되어 온 지배구조 체제다. 

 

동국헬스케어홀딩스는 올해 7월 그룹의 간판 계열사인 동국제약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동국제약의 최대주주는 이전까지 권기범 부회장이었고 동국케어홀딩스가 2대 주주였는데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구체적으로 동국헬스케어홀딩스는 19.91%에서 20.44%로 지분율이 올라갔고 권 부회장은 20.16%에서 19.82%로 내려갔다.

 

이로써 동국헬스케어홀딩스가 동국제약과 동국제약의 자회사인 동국생명과학, 멀티에셋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 제이호투자유한회사 등을 지배하게 됐다. 사실상 동국헬스케어홀딩스를 중심으로 하는 동국제약그룹의 지배구조체제가 완성되는 셈이다. 

 

하지만 동국제약그룹이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상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 성립 요건으로 자산 5000억 원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동국헬스케어홀딩스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는 909억 원 그쳐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동국제약그룹 관계자는 “당사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요건을 충족하는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여력이 전혀 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일각에선 동국제약그룹이 지주회사체제 완성에 무리수를 두지 않으려 하는 데에는 정부 정책 선회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동국제약그룹은 내부거래 규제 강화 움직임에 신속한 대응을 하더니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지주회사체제 일부 수정 움직임에도 적절히 대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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