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장흥 여행② 고인돌과 청태전, 돌과 차의 문화사

[비즈한국] 장흥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차와 돌이다. 그 중심에는 청태전과 고인돌이 있다. 삼국시대부터 장흥 일대에서 만들어온 청태전은 ‘푸른 이끼가 낀 동전 모양의 차’를 뜻한다. 찻잎을 쪄서 동그랗게 빚은 다음 가운데 구멍을 뚫어 엽전처럼 꿰어 말리는 청태전은 ‘장흥돈차’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발효차로 항아리에 넣고 1년간 숙성시킨 후 마시면 더욱 그윽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장흥의 야생 찻잎으로 만든 청태전은 2008년 일본 녹차의 메카 시즈오카현의 세계녹차콘테스트에서 ‘최고금상’을 차지했다. 이 청태전을 출품한 장인이 운영하는 평화다원에서 청태전을 만들고 마시는 체험이 가능하다. 사진=구완회 제공

#천년고찰을 감싸는 ‘청태전 티로드’

장흥 청태전의 역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선종 사찰인 보림사에서 시작했다. 통일신라 시대 중국에서 들어온 선종은 전국의 9개 산에 사찰을 세우면서 ‘선문구산(禪門九山)’을 이루었는데, 그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가지산파의 중심 사찰이 바로 보림사였다.

그 뒤로 끊임없는 중창과 중수를 거쳐 선종을 대표하는 대찰로 자리 잡았으나 한국전쟁 때 대부분 소실되었다가 지금은 상당 부분 옛모습을 되찾았다. 다행히 보림사삼층석탑 및 석등(국보 제44호), 철조비로자나불좌상(국보 제117호), 보림사동부도(보물 제155호)와 서부도(보물 제156호) 등 국보와 보물들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초의 선종 사찰인 보림사는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유 차인 청태전의 고향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최초의 선종 사찰인 보림사는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유 차인 청태전의 고향이다. “당나라에서 선과 차를 가지고 귀국한 도의선사가 보림사 주변에 차를 심어 엽전 모양의 굳은 차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고려시대 차를 만드는 마을인 ‘다소’가 가장 많은 곳이 장흥이었고, 그 중심에는 주변에 야생 차밭이 즐비한 보림사가 있었다. 지금도 아름드리 비자림 아래 야생 차밭이 이어지는 보림사 뒤편으로 청태전 티로드가 조성되었다. 보림사에서 출발하는 청태전 티로드는 상록수인 비자나무와 차나무 덕분에 한겨울에도 푸른 숲을 즐길 수 있지만, 찻잎이 새로 돋은 5월 무렵이 특히 아름답다. 수백 그루의 비자나무는 군에서 관리하는 보호림으로 나무마다 일일이 번호표가 달려 있다. 조금 가파른 언덕길이지만 곳곳에 벤치와 누울 수 있는 나무 의자도 마련되어 있어 쉬엄쉬엄 산책하기 좋다.

지금도 아름드리 비자림 아래 야생 차밭이 이어지는 보림사 뒤편으로 청태전 티로드가 조성되었다. 사진=구완회 제공

이 찻잎으로 만든 청태전은 2008년 일본 녹차의 메카 시즈오카현의 세계녹차콘테스트에서 ‘최고금상’을 차지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때 청태전을 출품했던 장인이 운영하는 평화다원에서는 청태전을 만들고 마시는 체험이 가능하다.

#고인돌 구경하고 편백나무 숲 걷고

장흥 돌의 역사는 차보다 더 오래되었다. 고조선이 태어난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이 그 증거다. 장흥에는 모두 2250여 기의 고인돌이 있는데, 장흥선사문화유적공원에 140여 기, 방촌리 지석묘군에 94기가 자리 잡았다. ‘고인돌 왕국’으로 불리는 한반도에서도 고인돌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다.

장흥선사문화유적공원은 장흥댐 수몰지역에 있던 고인돌 250여 기 중 140여 기를 이전해 조성되었다. 넓은 들판에 거대한 고인돌이 줄지어 선 모습이 장관이다. 덮개돌의 길이는 대체로 3~5m, 무게는 10~20톤이지만 ‘배바위’라는 별명의 고인돌은 무게 100톤에 이를 만큼 거대하다. 이동 중 훼손될 우려 탓에 진짜 고인돌은 수몰지역에 그대로 두고 유적공원에는 복제본을 전시하고 있다.

장흥선사문화유적공원은 장흥댐 수몰지역에 있던 고인돌 250여 기 중 140여 기를 이전해 조성되었다. 이동 중 훼손될 우려 탓에 진짜 고인돌은 수몰지역에 그대로 두고 유적공원에는 복제본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고인돌이 만들어진 시기는 청동기인 기원전 8세기에서 3세기경으로 추정된다. 고인돌에서는 민무늬토기, 돌칼, 돌낫, 청동창편과 그물추, 가락바퀴 등의 유물이 발굴되었다. 고인돌 땅속 무덤의 형태는 크게 판석을 사용해서 무덤칸을 만드는 돌널무덤과 자갈돌을 이용하는 돌덧널무덤으로 나뉘는데, 이 지역의 고인돌은 돌덧널무덤이 주류다. 고인돌 주변에는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부여 송국리형 주거지가 대규모로 발견되었다.

고인돌 구경을 마친 뒤에는 편백나무 숲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장흥 9경’ 중 으뜸인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는 대한민국 최고의 힐링 숲이자 생태체험의 메카다. 억불산 자락 100ha의 규모에 들어선 아름드리 편백나무 숲을 중심으로 목재문화체험관, 목공 및 생태건축 체험장, 숲 치유의 장, 산야초 단지, 말레길 등이 조성되었다.

고인돌 구경을 마친 뒤에는 편백나무 숲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장흥 9경’ 중 으뜸인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는 대한민국 최고의 힐링 숲이자 생태체험의 메카다. 사진=구완회 제공

입구에 들어서면 편백나무 향이 물씬 풍기는 목재문화체험관은 아이들이 보고, 만지고, 만들면서 나무와 숲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목공 및 생태건축 체험장은 목공예부터 전통 한옥 건축까지 익히고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숲에서 온몸으로 즐기는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임신 부부를 위한 태교숲, 청소년을 위한 ‘희망랜드’, 가족을 위한 ‘가족숲’ 등 연령대와 구성원에 맞는 프로그램을 갖췄다. 자연물로 여행을 떠나고 맨발로 숲을 걷고 가족 모두 짚신을 신고 걷다 보면 생태교육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여행메모>

보림사

△위치: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 보림사로 224

△문의: 061-864-2055

△운영 시간: 일출~일몰, 연중무휴

평화다원

△위치: 전라남도 장흥군 장흥읍 외평길 170

△문의: 061-863-2974(사전 예약 필수)

△운영 시간: 09:00~20:00, 연중무휴

장흥선사문화유적공원

△위치: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 신풍리 287-6

△문의: 061-860-0224(장흥문화관광)

△운영 시간: 24시간, 연중무휴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위치: 전라남도 장흥군 장흥읍 진흥로 891

△문의: 061-8864-0063

△운영 시간: 08:00~18:00,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