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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지구의 생명체는 달의 지배를 받고 있다

사람의 수면 패턴과 월경 주기, 산호초·물고기의 산란까지 달의 움직임 따라

2021.02.08(Mon) 11:11:04

[비즈한국] 루나틱(Lunatic). 미치광이 또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을 지칭하는 이 말은 달을 의미하는 루나(Luna)에서 기원한 말이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달빛이 사람의 정신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다.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정신질환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달을 오래 바라보거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을 나라에서 금지했다. 의사들조차 달빛이 들어오지 못하게 밀폐된 방 안에 환자를 가두는 것을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로 받아들일 정도였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치광이 취급을 하는 루나 러브굿 가문의 이름 역시 달(Luna)의 의미로 작명한 이름이다. 사진=WARNER BROS


이처럼 달이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왔다. 중세 의사들은 사람의 몸 대부분이 수분, 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마치 달의 중력에 이끌려 바닷물이 밀물과 썰물을 겪는 것처럼 달의 주기에 맞춰 사람의 건강, 생체 리듬도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달 주기에 맞춰서 수술 날짜를 잡기도 했다. 

 

여성은 약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한다. 생리의 다른 이름인 달거리, 월경(月經)이라는 단어에 이미 녹아 있듯이 절묘하게도 그 주기는 지구 주변을 공전하는 달의 공전 주기와 비슷하다. 그래서 많은 원시 부족에서는 달의 모양이 초승달인지, 보름달인지에 따라 여성의 임신 가능성이 달라진다고 생각했고 달의 주기에 맞춰서 라면 먹는 날짜를 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달이 아무리 거대하다 한들 지구에서 38만 km가 넘게 떨어져 있는 달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람의 생체 리듬이 달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민간의 이야기는 뚜렷한 과학적 근거가 없는 단순한 우연의 일치, 민간요법 정도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최근 저널 ‘사이언스’에 과학자들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사람의 생체리듬이 달의 공전 주기에 맞춰 움직이고 있을까?

 

놀랍게도 이 연구에서는 여성의 생리 주기가 꽤 정확하게 달의 공전 주기에 맞춰서 ‘동기화’되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과연 사람의 생체 시계, 호르몬은 정말 먼 하늘에 떠 있는 달의 지배를 받고 있는 걸까? 

 

#여성들의 생리 주기와 달의 움직임

 

같이 생활하는 자매나 룸메이트끼리 생리 주기가 비슷해진다는 경험을 이야기하는 여성들이 많다. 보통 같이 살면서 식습관이나 수면 패턴이 닮아가면서 생리 주기도 비슷하게 동기화된다고 설명한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어쩌면 여성들의 생리 주기를 지배하는 건 바로 지구의 유일한 자연 위성, 달일지 모른다. 

 

연구진은 독일에 사는 다양한 연령의 여성들의 생리 일지를 분석했다. 평균 15년이 넘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여성들이 매달 기록한 생리 주기의 패턴과 변화를 분석했다. 모든 여성의 생리 시기를 35세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서 연령에 따른 생리 주기의 변화 양상도 비교했다. 약 한 달간 달이 보름달에서 초승달을 거쳐 다시 보름달로 돌아오기까지 달이 주로 어느 모양일 때 가장 빈번하게 생리가 찾아왔는지를 비교했다. 

 

달이 지구 주변을 공전하는 동안 지구에서 보게 되는 달의 위상 변화. 달이 공전하는 동안 지구 자체도 태양 주변을 공전하기 때문에 달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에 놓이기 위해서는 달이 조금 더 살짝 돌아야 한다(그림 가장 오른쪽 녹색으로 색칠된 부분). 그래서 달이 공전 궤도상 같은 위치로 돌아오는 회귀월보다 태양-지구-달이 다시 일직선으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삭망월이 살짝 더 길다. 이미지=wikimedia commons

 

조사에 참여한 모든 여성의 전체 조사 기간에 기록된 모든 생리 날짜를 보면, 놀랍게도 주로 달이 초승달(삭, new moon)이나 보름달(망, full moon)이었을 때 가장 빈번하게 생리를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두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으로 놓이는 시기다. 특히 보름달이 뜬 날에 생리가 찾아오는 빈도가 가장 높았다. 반면 태양-지구-달이 수직으로 놓이는 반달(상현/하현)이 뜨는 날에는 생리가 가장 적게 찾아왔다. 생리 주기가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에 놓였다가 다시 일직선에 놓이기까지 걸리는 약 29.53일의 삭망월(synodic month) 주기와 잘 들어맞는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 여성들의 매달 생리 날짜를 초승달/보름달이 뜨는 날짜에 맞춰 비교한 그래프. 가장 아래 한 달 동안 매일 생리가 찾아온 빈도를 누적해서 그린 원형 그래프를 보면 보름달이 뜨는 날(노란점)과 초승달이 뜨는 날(파란점)에 가장 높은 빈도로 몰려서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생리 주기가 짧아지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생리가 달의 움직임에 맞춰 동기화되는 경향은 계절과 나이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났다. 보름달이 뜨는 날에 맞춰서 생리가 찾아오는 이러한 경향은 특히 밤이 짧은 봄/여름보다는 밤이 긴 가을/겨울에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또 비교적 젊은 사람들에게서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35세 이하의 여성들은 전체 생리 중에서 약 24퍼센트가 정확하게 초승달이나 보름달이 뜨는 날 찾아왔다. 반면 35세 이상의 여성들은 전체 생리 중에서 9퍼센트만 초승달이나 보름달이 뜨는 날 찾아왔다. 나이가 들면서 삭망월 주기에서 조금씩 벗어나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계절에 따른 생리 주기와 달 움직임 사이 동기화 경향을 비교한 그래프. 위에서 아래로 순서대로 회귀월, 근점월, 회귀월 주기에 맞춰서 비교한 생리 발생 빈도를 나타낸다. 특히 밤이 길어서 달을 오래 볼 수 있는 겨울 계절에 동기화 경향이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건 전체 조사 기간 중에서 월식이 찾아온 시기(1961년, 1979년, 1997년, 2015년)의 생리 기록이다. 월식이 진행되기 전까지 임신이나 개인적인 건강 문제, 생활 패턴으로 인해 조금씩 초승달-보름달이 뜨는 시기에서 벗어나 있던 조사 대상자들의 생리 주기가 월식을 기점으로 다시 초승달-보름달 날짜에 맞춰서 새롭게 동기화되는 듯한 경향을 보였다. 마치 태양-지구-달이 정확하게 일렬로 배치되는 월식 날 달의 영향이 가장 강해지면서 살짝 벗어났던 생리 주기가 새롭게 달 주기에 맞춰지면서 리셋이라도 되는 듯 말이다. 

 

개기월식은 달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오는 현상으로 달이 정확하게 태양 반대편에 놓이는 보름날 찾아온다.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진입하면서 월식이 진행되는 달은 붉게 물든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혈액을 상징하는 붉은 달(Blood moon)과 여성의 생리를 연관 짓는 문화가 많았다. 사진=GABBY RAYMOND


한편 삭망월뿐 아니라 달이 공전 궤도에서 정확하게 동일한 위치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회귀월(tropical month)인 27.32일의 주기와도 생리 주기가 어느 정도 동기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달의 공전 궤도가 지구의 적도와 황도면에 대해 약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달이 상대적으로 적도보다 위에 놓이는지 아래에 놓이는지에 따라 지구의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느끼는 달의 중력이 미세하게 달라진다. 그래서 달이 적도를 기준으로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북반구와 남반구의 밀물 썰물 세기도 조금씩 달라진다. 

 

특히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에 놓이는 초승달이나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 지구에서 느끼는 태양과 달에 의한 중력, 기조력이 가장 강해진다. 그래서 이때 밀물 썰물의 차이도 더 강해진다. 반면 태양-지구-달이 수직으로 놓여서 반달이 뜨는 시기는 기조력이 가장 약해지고 밀물 썰물 차이도 약해진다. 따라서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에 놓이는 시기에 여성들의 생리 주기가 어느 정도 맞춰져 있고, 삭망월뿐 아니라 회귀월과도 동기화되어 있다는 것은 과거 중세 시대 의사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여성들의 신체가 달의 중력 변화에 반응한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마치 바닷물이 달의 중력에 붙잡혀 주기적으로 밀물과 썰물을 겪는 것처럼 말이다. 

 

#달빛에 맞춰 번식하는 생태계

 

사실 달의 주기에 맞춰서 짝짓기나 산란 시기가 찾아오는 경향은 많은 다른 생물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해안을 따라 펼쳐진 산호초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매년 10월에서 12월 사이 겨울 보름달이 뜨는 날이 되면 바닷물 속에 난자와 정자를 배출한다. 해안을 따라 산호초가 산란을 하는 환상적인 모습은 우주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장관으로 유명하다. 이 외에도 많은 철새와 물고기, 식물까지 다양한 생물종들이 보름달이 뜨고 바닷물이 차오르는 날 번식을 하는 경향이 있다. 

 

호주 해안의 산호초가 산란하는 모습을 우주 정거장에서 찍었다. 해안을 따라 민트색으로 밝게 빛나는 영역이 바로 산란이 벌어지는 영역이다. 이 장관은 매 겨울 보름달이 뜨는 날마다 펼쳐진다. 사진=ESA/NASA

 

물론 이런 생물들의 번식 활동에 달 자체가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는 보기 어렵다. 달이 움직이면서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이 발생하거나 지구 자기장의 변화, 수온의 변화 등 다른 부가적인 현상으로 인해서 생물들의 생활이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런 점에서 여성들의 생리 주기가 달의 주기와 맞춰져 있다면 이 역시 달 자체가 어떤 영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기보다는 달의 움직임에 따른 미세한 중력이나 지구 자기장의 변화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철새나 돌고래 같은 동물들은 몸속에 내재된 감각기관으로 지구 자기장이나 중력의 방향을 느끼고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한다. 따라서 사람 역시 그런 감각기관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동안 지구 자기장이나 중력을 느끼는 다른 동물들을 바라보면서 마냥 신기하다고만 생각해왔지만 어쩌면 우리 인간 역시 그들과 똑같이 주변 환경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그에 따라 호르몬이 분비되는지도 모른다. 

 

약 40억 년 전 지구에 일어난 거대한 충돌로 인해서 우리는 수십억 년째 곁을 맴도는 거대한 자연 위성을 거느리게 되었다. 원래 달은 지금보다 지구에 훨씬 가까웠지만 서서히 에너지를 잃으면서 현재의 거리까지 밀려났다. 수억 년 전 달이 훨씬 가까웠던 과거에는 달이 지금 보다 더 짧은 주기로 지구를 공전했다. 만약 그런 먼 옛날 살았던 초기 포유류나 영장류가 있었다면 그 선배들의 암컷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빈번하게, 2~3주에 한 번씩 찾아오는 생리로 엄청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래전 지구에 화성 크기의 천체가 충돌했고 그 결과 지구는 달을 갖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지=ESA/NASA


반대로 앞으로 수억 년 뒤 달이 더 느려진다면, 우리 후손들은 1년에 서너 번 정도만 생리가 찾아오는, 지금 우리보다 스트레스가 줄지 않을까 하는 부러운 상상도 해볼 수 있다. 만약 목성이나 토성처럼 위성 수십 개가 복잡하게 맴돌고 있는 행성이라면 그곳에 사는 생명체는 불규칙한 생리 주기로 고통받고 있을까?

 

행성 곁을 맴도는 거대한 위성의 존재가 주기적인 산란과 짝짓기를 유도하면서 생태계가 존속할 수 있도록 재생산 활동의 컨트롤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굉장히 흥미롭다. 오래전부터 달의 모양을 신경 쓰면서 라면 먹는 날짜를 조절했던 원시 부족의 풍습이 나름 과학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했던 셈이다. 

 

그대여 보름달이 뜨는 날

그대 사랑을 줘요

-선미 ‘보름달’ 중에서 

 

#점성술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걸까?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천체의 움직임과 사람의 바이오리듬 또는 운명을 연결짓는 점성술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연구는 수천 년간 논란이 되고 있던 달의 움직임과 생체 리듬의 흥미로운 상관관계를 확인한 것일 뿐 아직 이 두 가지의 명확한 인과관계는 밝히지는 못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점성술을 과학으로 입증한 것이 아니다.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되었을 때 그 현상에 대한 점성술적인 해석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차이를 알 필요가 있다. 이미지=cosmic insights


점성술은 이런 흥미로운 상관관계에 다양한 신화 속 이야기들을 대입하며 나름의 스토리텔링으로 현상을 설명한다. 하지만 그건 단지 겉으로 보이는 현상에 잘 들어맞는 이야기를 취사선택해서 끼워 맞추는 잘 만든 동화일 뿐, 그 현상의 과학적인 인과관계(causality)를 설명한다고는 볼 수 없다. 아이들이 태어나는 출생 시기와 황새가 자주 목격되는 시기가 비슷하다고 해서 아기들이 황새가 물어다 준 아기씨로 태어난다고는 할 수 없다. 

 

과학은 다르다. 흥미로운 상관관계가 있을 때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관계를 단순히 재밌는 옛날이야기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두 가지가 어떤 단계를 거쳐서 서로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각 단계의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더 다양한 실험과 관찰을 한다. 그리고 명확하게 그 인과관계를 설명하지 못하면 그저 ‘인상적인 상관관계’로만 현상을 바라볼 뿐 그 이상의 해석을 함부로 시도하지 않는다. 연구진도 그러한 한계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처음으로 십수 년에 걸친 장기간의 생체 기록 데이터로 제기된 이번 연구 결과는 그간 간과한 달의 움직임과 호르몬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걸까? 사람도 다른 철새나 물고기들처럼 미세한 지구 자기장과 중력의 변화를 감지하는 감각기관이 있을까? 달의 주기적인 움직임이 정말 그런 변화를 통해서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일까? 이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통해서 결론이 날 것이다. 

 

참고

https://advances.sciencemag.org/content/7/5/eabe0465

https://advances.sciencemag.org/content/7/5/eabe1358

https://www.aaas.org/news/moon-cycles-exert-influence-menstruation-and-sleep-patterns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960982213007549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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