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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공정거래 분쟁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시 유의할 점

공정위 결과 오래 걸려 민사소송도 고려해야…공정위 처분 나오면 재판에 도움

2021.04.19(Mon) 09:34:30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2017년 김상조 위원장이 문재인 정권의 첫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정권 초기 국민의 기대감이 컸던 탓인지, 김상조 위원장의 취임 이후 공정위에 접수된 민원이 1.5배 폭증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이 많은 사건을 단기간 내 처리하기는 불가능한 노릇이다. 이 때문인지 정식 신고 사건을 민원 사건으로 치부해 “공정거래법 적용 사안이 아니다”, “민사법원으로 가라”는 의견을 달아 공문 한 장으로 사건을 종결짓는 사례가 자주 발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고인인 국민, 신고의 대상이 되는 기업 모두가 불만을 갖게 됐다. 국민 입장에서는 “을의 눈물을 닦아준다더니 배신이다. 못할 것 같으면 차라리 신고할 수 없다고 법을 바꾸든지 홍보를 하지 말라”는 불만을 느끼게 된다.

 

공정거래법은 해석하기에 따라 적용 범위가 매우 넓다. 실제로 과거 공정위는 불공정거래행위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민사상 분쟁에도 한 다리를 걸치고 있는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사안을 규제했다. 그런데 다른 중요한 사건이 많다며 공문 한 장으로 사건을 종결해버리니 국민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기업 역시 불만을 지니기는 마찬가지다. 기업은 “신고인의 말이 반드시 맞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마진을 보장해달라고 떼를 쓰는 게 대부분이다. 악성 민원을 일일이 다 받아주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가진다.

 

이러한 문제는 공정위에 사건이 너무 많이 몰려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대상을 넓히고, 지방자치단체에 단속 권한을 위임하는 방안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법원을 통해 현실적인 구제를 받도록 하기 위해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됐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사인의 금지청구’란, 피해자가 공정위의 개입 없이 법원에 직접 침해행위(불공정거래행위)의 중단을 청구하는 제도다. 표절작품을 출간하려는 경우 출판금지가처분을, 소속 연예인이 전속계약을 위반하려는 경우 출연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것과 비슷하게, 어떤 기업이 갑질을 하는 경우 그 금지를 청구하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고의, 중대한 과실 등으로 불법행위를 하는 경우 실제 발생한 손해보다 더 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영미법상 제도로 어느 여성이 맥도날드에서 시킨 커피를 쏟아 화상을 입은 후 수십만 달러를 배상받았다는 미국 사례가 유명하다. 최근 손해배상의 실질화를 위해 공정거래법 등에 도입됐다.​​

 

이러한 제도가 어렵게 도입됐으나 실제 적용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앞으로도 적용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계에서는 실손해 배상을 원칙으로 하는 우리나라 법제에 맞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한다. 산업계에서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법원은 문서로 입증할 수 없는 손해를 인정하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손해배상의 요체는 장식적 조항의 원용이 아니라 손해배상의 기본 법리 및 절차에 대한 숙지에 있다. ​공정거래법상 분쟁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고려할 점은 아래와 같다.

 

공정위 신고와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인가? 공정위 신고 사건은 대부분 결과가 내려지기까지 몇 년이 걸린다. 따라서 그 결론을 기다리다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청구 자체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 신고와 별도로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후 공정위 결론이 날 때까지 심리를 미뤄달라는 변론기일 추후지정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최근에는 소멸시효 완성의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하도급분쟁조정을 신청하는 경우 소멸시효가 중단되도록 개정되기는 했다.

 

공정위 신고와 별도로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후 결론이 날 때까지 심리를 미뤄달라는 변론기일 추후지정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담합에 의해 결정된 가격과 담합이 없었을 경우 성립됐을 가상의 경쟁가격의 차액을 구한다. 이때 가상의 경쟁가격은 감정을 통해 산정한다. 

 

담합 사안의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체는 국가·지자체·대기업 등 발주자(수요기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단체는 법원의 감정을 이용할 만한 충분한 자력이 있으므로 손해액을 입증하는 데 특별한 문제가 없다. 다만 통계적 감정과 비용기반적 감정 등 감정의 방법에 대해서 복잡한 논의가 있을 뿐이다.

 

가맹사업법 위반과 불공정거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는, 그러한 행위가 없었을 경우 얻었으리라 볼 수 있는 장래의 영업이익(일실이익)을 청구하는 것이다. 보통 법 위반행위 직전 몇 개월간 매출에서 각종 비용을 공제한 순이익을 산정하고 이 순이익을 기초로 장래의 영업이익을 산정한다. 

 

예를 들어 가맹사업법상 보장되는 계약 기간은 10년이다. 그런데 가맹본부의 갑질로 5년을 남기고 계약을 해지당했다. 이 경우 계약해지 직전 3개월의 평균 월 순이익이 100만 원이라면, 이 100만 원에 남은 계약기간 5년을 곱해 손해액을 6000만 원(100만 원*5년*12개월)으로 산정할 수 있다.

 

이때 부가세·법인세 신고내역, 세금계산서, 비용·지출대장 등이 기초자료가 된다. 법원은 공정위에 기록 송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 변론전체의 취지를 고려해 상당한 손해액을 입증할 수 있다는 조항이 요긴하게 사용된다(공정거래법 제56조의 2, 제57조).

 

간혹 영세한 사업자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가족에게 급여를 주는 방식으로 순이익을 서류상 줄여 놓은 경우가 있다. 이러한 편법적인 운영은 손해액 산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비즈한국 DB


법원 심리에서 책임의 성립(불법행위의 성립)과 범위(손해액)의 비중은 각각 어떠한가?

 

재판 진행 중 공정위가 법 위반을 전제로 제재처분을 부과하면 그 후 심리의 중점은 손해액 산정, 즉 돈 계산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 처분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해 재판을 끄는 경우도 있지만, 공정위 처분까지 나온 마당에 책임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모양새가 궁색해 보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공정위 처분이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넘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경고처분의 경우 벌점 누적 외에는 특별한 불이익을 가져오지 않지만 그 기저에는 대상이 되는 행위가 위법이라는 점을 전제로 깔고 있다. 따라서 관련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책임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게 된다.

 

현재의 제도에서는 법원에서 충분한 손해배상을 받기는 어렵다. 영세한 소기업이 손해액 입증에 필요한 증빙을 확보하기는 어렵고 대기업의 완비된 법무팀을 당해내기도 어렵다. 보통 맷집 없이는 수년간 계속되는 소송을 견딜 수 없다.

 

그래서 공정위 신고가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다른 나라 국민보다 욱하는 성격이 많아서가 아니고 떼를 쓰기 좋아해서도 아니다. 민사 본안 건수는 줄어드는데 공정위 신고 건수는 증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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