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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병행상품의 시장 규모가 좀처럼 커지지 않는 이유

병행상품 판매와 상표 노출 행위는 적법…공식 수입업자의 감정 결과 보고서 객관성·공정성 떨어져

2021.02.08(Mon) 11:10:30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병행상품이란 독점 수입권자의 허락 없이 다른 유통경로를 통해 국내에 수입된 진정상품을 말한다. 병행상품은 어디까지나 진정상품, 즉 정품이다. 그러나 상표권자와 계약을 맺은 공식 수입업자가 아닌 다른 경로로 유통된다는 점에서 시빗거리를 낳는다.

 

공식 수입업자는 해외 상표권자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국내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한다. 공식 수입상품은 이러한 비용을 고려해 상품 가격을 책정하는데 병행상품은 선전·광고 등의 노력 없이 상표권의 인지도에 편승해 판매되므로, 다소 저렴하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배경에서 공식 수입업자는 병행상품의 유통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병행상품을 눈엣가시로 여기며 병행상품 유통이 불법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병행상품 취급은 적법하다. 대법원 99다42322 판결은 ‘버버리’ 상표 사건에서 ‘병행수입 그 자체는 위법성이 없는 정당한 행위로서 상표권 침해 등을 구성하지 않으므로 병행수입업자가 상표권자의 상표가 부착된 상태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당연히 허용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같은 판결은 병행수입업자가 상표권자의 상표와 똑같은 표지를 크게 부각해 제작한 간판을 매장 입구 외부에 설치하고, 직원들의 명함에 상표와 동일한 도안을 넣는 행위 등은 일반 수요자들이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으므로 부정경쟁방지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병행상품이란 독점 수입권자의 허락 없이 다른 유통경로를 통해 국내에 수입된 진정상품을 말한다. 병행상품은 어디까지나 진정상품, 즉 정품이다.


대법원판결을 요약하면 병행상품 판매 자체는 적법하고 그 판매 과정에서 상표를 노출하는 행위도 적법하다. 단 상표를 간판과 명함 등을 통해 외부에 노출해 마치 공식 수입업자인 것처럼 오인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만 금지될 뿐이다.

 

대법원판결이 명시적으로 병행상품의 적법성을 인정한 이상 공식 수입업자가 직접적으로 병행상품 단속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병행상품의 적법성을 인정한 판례 하에서 함부로 병행상품의 취급을 방해할 경우 병행수입업자로부터 업무방해죄·신용훼손죄·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역공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식 수입업자의 대응은 병행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AS를 거부하고, 공식 수입상품과 병행상품의 품질상 차이를 강조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자본력이 충분한 공식 수입업자는 해외 상표권자와의 긴밀한 협의로 대법원판결을 극복하고자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공식 홈페이지에 시리얼 넘버를 입력하여 정품 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국가별로 조회 결과에 차이를 둔다. 즉 한국에서 접속하면 한국 유통 상품만 정품으로 표시되고 미국, 일본 등 해외 유통상품은 짝퉁으로 표시된다.

 

해외 유통상품도 진정상품이며 단지 상표권자와 수입업자 간의 계약조건에 반하여 국내에 유통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공식 홈페이지는 이러한 구별 없이 무조건 짝퉁으로 표시함으로써 일반 소비자들의 민원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병행상품을 단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식 수입업자가 법무법인 등을 통해 병행상품의 진정성 여부를 자체적으로 감정하고, 짝퉁으로 단정한 감정 결과 보고서를 기초로 상표권 침해로 형사고소하는 경우도 있다.

 

공식 수입업자가 법무법인 등을 통해 병행상품의 진정성 여부를 자체적으로 감정하고, 짝퉁으로 단정한 감정 결과 보고서를 기초로 상표권 침해로 형사고소하는 경우도 있다.


공식 수입업자의 감정 결과 보고서는 그 실시 주체가 공식 수입업자라는 점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 그러나 병행수입업자가 짝퉁이 아님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보통 수사 절차에서는 고소인의 동의가 없는 한 고소인의 서류가 공개되지 않으므로, 병행수입업자가 고소인(공식 수입업자)의 감정 결과 보고서를 반박하기는 쉽지 않다.

 

감정결과 보고서의 내용은 바르다고 치고 감정 대상이 된 샘플은 누군가가 바꿔치기하거나 다른 상품과 혼입됐다고 주장해 감정 방식을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상황상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진정성을 입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보이스 등 유통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 그 상품의 출처가 상표권자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사건이 터지더라도 인보이스를 제출하기는 쉽지 않다. 인보이스를 제출하면 유통경로가 노출되고 유통경로가 노출되면 해외 상표권자는 병행상품을 막기 위해 거래처에 제재를 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병행수입업자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거래처를 노출하거나 거래를 계속 이어 나가기 위해 형사처벌을 감수하는 경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게 된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병행수입업자가 국내 유통을 포기하는 각서를 제출하고, 공식 수입업자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사건이 무마되는 경우가 많다.

 

2010년대 중반부터 물가 안정을 위하여 병행상품이 장려됐으나 그 후 최근까지 시장규모는 그다지 차이가 없다. 공식 수입업자가 병행상품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행수입업자가 앞으로 효과적인 대응책을 내놓을지 아니면 지금과 같이 음지의 역할에 만족할지 지켜볼 문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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