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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너는 나의 봄',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

'로코퀸' 서현진과 '믿고보는' 김동욱 꿀조합…로맨스와 스릴러 사이 줄타기로 결말 예측 불허

2021.08.06(Fri) 15:42:18

[비즈한국] 궁금하다. ‘너는 나의 봄은 대체 어떻게 끝날까? tvN 월화드라마 너는 나의 봄로코퀸서현진과 믿고 보는김동욱의 조화로 주목받은 드라마다. 지난 8310회를 방영하며 16부작 중 반환점을 돌고 절정을 향해 나아가는 시기인데, 아직도 종잡을 수가 없다. 원체 로맨스와 스릴러를 오가는 하이브리드형 드라마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 10화가 끝났는데? 그렇다고 너는 나의 봄이 볼 만하지 않다는 소리는 아니다. 가끔 무척 처지는 느낌도 들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는 아직 궁금증을 일으킨다.

 

성시경의 OST ‘너는 나의 봄이다’와 드라마 ‘도깨비’ OST로 유명한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작사한 작사가 출신 이미나 작가와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더 킹: 영원의 군주’를 연출한 정지현 PD가 손을 잡은 ‘너는 나의 봄’. 작사가 이력 덕분인지 심금 울리는 감성적인 명대사가 돋보인다. 사진=tvN 제공

 

너는 나의 봄의 한 줄 소개를 보자. ‘저마다의 일곱 살을 가슴에 품은 채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살인사건이 일어난 건물에 모여 살게 되며 시작되는 이야기. ‘저마다의 일곱 살을 가슴에 품은 채라는 설명처럼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어릴 적 상처가 있다. 여주인공 강다정(서현진)은 어릴 적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맞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하고도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나 멀고도 먼 동화 속 공주의 아버지가 아니라, 평범하게 귤 한 봉지 사서 돌아오는 옆집 아저씨의 딸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지녔다. 남주인공 주영도(김동욱)는 어릴 적 골수와 림프구와 백혈구와 고립구가 필요했던 아픈 형을 위해 마취를 하고 굵은 주삿바늘을 여러 번 맞아야 했다. 끝내 급성신부전이 찾아온 형에게 신장까지 내줘야 할 상황이 되자 아버지는 영도를 숨겼고, 결국 세상을 떠난 형을 위해 우느라 어머니는 장례식장에서 영도를 외면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미친 짓을 해도 괜찮다. 한밤중에 꽃을 보러 낯선 동네에 가거나, 머리에 꽃을 달아도 기꺼운 마음으로 응해줄 수 있다. ‘너는 나의 봄’은 춥디추운 겨울 같은 어린 시절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이 서로를 봐주고 안아주며 봄이 되고 꽃이 되어주는 광경을 만날 수 있다. 사진=tvN 제공

 

상처를 안은 사람들끼리 만나서 사랑하는 이야기일까? 그렇긴 하다. 강다정과 주영도는 다정의 친구 박은하(김예원)와 영도의 절친한 동생인 박철도(한민) 쌍둥이 남매가 운영하는 구구카페의 건물 구구빌딩에서 만난다. 정신과 전문의인 주영도는 구구빌딩 3층에 병원을 운영하고, 호텔 컨시어지 매니저 강다정은 구구빌딩 4층에서 산다. 아래위층에 사는 남녀가, 그것도 지인들이 운영하는 건물에서 지인들과 함께 툭하면 시간을 보내게 되니 자연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눈썰미 좋고 실력 좋은 정신과 전문의 주영도는 한눈에 다정의 상처와 외로움을 알아봤으니까.

 

그런데 여기에 채준(윤박)이란 남자가 끼어들며 드라마는 스릴러로 변한다. 초반부터 강다정에게 끊임없이 대시 중이던 이 호감가는 남자가 소시오패스 기질을 지닌 것을 주영도가 먼저 감지하고 경고에 나선다. 채준이란 인물이 빌런인가 싶었는데, 2회에서 연쇄살인을 자백하는 문서를 남기고 자살해 버린다. 내심 채준에게 마음을 열어가던 강다정이 충격을 받은 것은 당연지사. 그 충격을 주영도가 잘 달래주는가 싶더니, 어느 날 채준과 똑같은 얼굴을 지닌 쌍둥이 이안 체이스(윤박)라는 인물이 서늘한 얼굴로 나타난다. 그리고 강다정과 주영도, 이안 체이스와 죽은 채준은 모두 같은 아동 보호 시설에서 마주쳤던 적이 있다.

 

연쇄살인을 하고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채준과 쌍둥이인 이안 체이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을 떠나 의사가 된 그는 채준의 죽음과 전혀 연관이 없을까? 어린 시절 아동 보호 시설에서 강다정과 마주쳤던 인물은 채준과 이안 중 누구일까? 힐링 담은 로맨스의 여운이 짙지만 윤박이 맡은 캐릭터들이 빚는 스릴러의 영역도 궁금하다. 다만 로맨스와 스릴러의 연결과 조화가 가끔은 어색한 게 아쉽다. 사진=tvN 제공

 

다정과 영도는 어느덧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는 사이가 됐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마음껏 내달리지 못하고 있다. 심장이식을 받은 전력이 있는 영도가 심장이식환자의 10년 후 생존율이 50%쯤 되는 현실 때문에 섣불리 다정에게 직진하지 못하는 문제가 가장 크다. 채준과 같은 얼굴로 다정 앞에 나타나 어느덧 다정에게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칼을 흔들며 난동을 부리는 남자의 칼날을 무미건조하게 잡으며 제압하는 이안 체이스의 존재도 불안하다. 점을 보러 간 강다정의 엄마 문미란(오현경)에게 박수무당이 딸이 뒷전엔 저승사자를 등지고, 앞전엔 칼 쥔 놈을 마주 섰는데, 그놈이 칼을 거꾸로 쥐었어라고 말한 것도 심상치 않으며, 죽은 채준과 이안 체이스 앞에 수상한 종이꽃을 남긴 한 노숙자는 채준을 죽인 것이 아닌가 의심을 받으며 긴장을 자아내는 중이다. 그리고 10회 엔딩에서 이안 체이스는 위스키를 마시고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가 깨어나 자신의 개인 변호사가 죽어 있는 상황과 마주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다정과 영도가 마음껏 사랑할 수 있겠느냐고. 시청자 또한 떨리는 마음으로 드라마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채준과 이안 체이스에게 어떤 비밀이 있는지, 이 쌍둥이를 노리는 노숙자는 대체 어떤 인연으로 얽혀 있는지 밝혀야 하고, 결정적으로 누가 또 죽거나 다칠 것인지 이쯤 되면 슬며시 예상되어야 어느 정도 안심하며 드라마에 푹 빠져들지 않겠는가. 문제는 다정과 영도 위주로 등장할 때는 세상 따스하고 달달한 것은 물론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감성적인 대사와 연출에 보는 이의 마음도 노곤히 풀어지는데, 이안 체이스와 그 주변부 인물들이 등장할 때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돌변해 감정의 파고가 크다는 점이다. 한껏 따스해지다가 갑자기 얼어붙어 버리는 느낌. 긴장감 넘치는 것도 좋고, 채준과 이안 체이스를 연기하는 윤박의 서늘한 얼굴을 보는 것도 좋은데, 그래도 이젠 끼영도끼다정이 서로의 끼를 막 분출하면서 사랑했으면 좋겠다.

 

악의적인 동영상 루머 때문인지, 그 외의 다른 상처가 있는 건지 모르겠으나 사랑하는 데 서투르고 두려워하는 안가영. 남규리가 연기한 안가영은 남자주인공인 영도의 전부인이라는 심상치 않은 전력에도 빌런과는 거리가 먼, 사랑스럽고 짠한 캐릭터로 눈길을 끈다. 사진=tvN 제공

 

너는 나의 봄에서 마음껏 사랑했으면 좋겠는 사람들은 다정과 영도 외에도 많다. 가정 폭력 피해자지만 씩씩하기 이를 데 없는 다정의 엄마 문미란이 귤과 떡과 꿀과 신을 선물하며 조금씩 다가오는 홍 사장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했으면 좋겠고, 영도의 전부인이자 톱스타인 안가영(남규리)이 한참 연하인 톱 아이돌 패트릭(박상남)과의 관계에서 암초를 만나도 도망치지 않았으면 좋겠으며, 20대를 통틀어 사랑했던 가난한 남자친구에게 차인 뒤 그 상처가 아직도 시리게 아픈 박은하도 그만 아팠으면 좋겠다. 사랑스럽고 짠해서 응원하고 싶은 인물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스릴러의 단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갈 길이 멀고 머니 보는 내가 답답할 수밖에.

 

다음 주에는 이 답답함이 조금 가시길 바라며, 그래도 끝까지 이 드라마를 볼 것이라는 다짐으로 응원을 보낸다. 사랑하기 어려운 이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찾아 어루만져주는 이 캐릭터들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설마 이러다 뒤통수 맞는 건 아니겠지.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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