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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종교집회 소음에 점령당한 '서울의 관문' 서울역광장

15여개 종교 단체, 연중무휴 경쟁적 소음 발생…"광장이 가지는 지향점 다시 고민해야"

2026.03.06(금) 15:43:56

[비즈한국] “여러분이 말씀을 믿으면 신령한 복이 있을 것입니다.”

 

지난 3일 서울역 앞. 종교단체의 전도 소리가 광장을 메웠다. 집회 주최자는 마이크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 불과 20m 떨어진 다른 구역에서는 찬송가가 울려 퍼지며 소리가 뒤엉켰다. 캐리어를 끌던 관광객들은 처음 보는 광경인 듯 신기해하며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 걸음을 재촉해 지나쳐 갔다.

 

서울역광장에서는 매주 평균 15개 안팎의 종교단체가 집회와 전도 활동을 벌이면서 소음과 혼잡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김재은 인턴기자

 

#서울역 1번 출구 앞, 반복되는 소음과 충돌

 

명당으로 불리는 서울역 1번 출구 앞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최근에는 천리교 집회자와 예수아세계선교회센터 집회자가 영역을 두고 의자까지 집어던지며 큰 소란이 벌어졌다. 결국 경찰이 출동해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서울역에서 매주 평균 집회·시위를 벌이는 종교단체는 약 15개에 달한다. 이날 서울역광장에서는 △선샤인교회 △예수전도회 △예수아세계선교센터 △천리교가 각각 자리를 잡고 집회를 벌였다. 한 집회자가 10분씩 발언하면 다른 집회자가 뒤이어 발언하는 식이다.

 

일부 종교단체는 천막을 설치해 자리를 선점하고 마이크와 스피커를 크게 켠 채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김재은 인턴기자

 

서울역 앞 종교단체의 전도 활동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져왔다. 집회에 참여한 예봉한 선교사는 “천리교가 가장 먼저 서울역광장 중앙에서 20년 넘게 포교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보고 열정 많은 목사들이 천리교 바로 앞에서 집회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천리교에 대응하고자 시작된 집회를 계기로 점차 다른 교단들도 서울역광장에 모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종교단체가 늘어나면서 이들은 서로 상대 단체의 소리를 덮기 위해 음량을 더 높이는 식으로 맞불 대응에 나섰다. 인근 상점 직원은 “문을 닫고 영업해도 손님과 대화가 안 될 정도”라고 토로했다. 에스컬레이터 앞을 지키는 보안 직원은 “너무 시끄러워서 직원들과 직장인 501명이 탄원서를 올린 적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역 앞 종교단체의 결집은 노숙인들을 유인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한 노숙자는 “수·금·일에 예배를 마치면 간식을 받을 수 있다”며 서울역광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조례도 있고 집시법도 있지만…현장선 단속 쉽지 않아

 

서울역광장 앞 집회 소음과 노숙인 문제가 불거지자 재작년 3월 서울시는 ‘서울역광장의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 조례’를 발의했다. ‘서울시의 이미지 제고와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 조성, 시민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겠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변화가 없어 조례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로 관련 기관조차 이 조례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서울역광장은 △국가철도공단 △코레일 △문화재청이 소유한 부지다. 그러나 실질적인 관리 주체는 경찰이다. 조례 발의 이후 서울시는 경찰과 코레일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통해 광장 관리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지만, 2년이 돼가는 동안 논의는 여섯 차례에 그쳤다. 올해는 아직 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역광장 소음 문제를 규제할 법이나 조례는 있지만 실제 단속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사진=김재은 인턴기자​

 

규제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회 소음은 평균값인 ‘등가소음도’와 측정 당시 최고값인 ‘최고소음도’를 기준으로 규제할 수 있다. 등가소음이 10분 동안 70dB을 넘거나, 1시간 내 3회 이상 최고소음 90dB을 초과하면 행정명령 조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에서 종교단체의 소음을 측정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이 출동해 측정하는 동안에만 단체가 잠시 소리를 낮춰 등가소음도 70dB을 넘지 않는다는 것. 최고소음도로 측정할 때도 사정은 비슷하다. 게다가 여러 단체가 동시에 확성기를 사용해 소음이 겹치는 경우 ‘중복 소음’으로 판단된다. 이 경우 소음을 발생시킨 단체를 특정할 수 없어 규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행정적 관리 체계가 미비한 가운데 법적 단속 역시 현장의 한계로 인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법적·행정적 공백 메워야 ‘머무는 공간’ 가능

 

결국 종교집회 소음을 규제하려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소음 기준을 개정해 제도적 사각지대를 메워야 한다. 현행 집회 소음 규제는 ‘평균 소음’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순간적으로 음량을 낮췄다가 다시 높이는 방식의 대응을 막기 어렵다. 또 음량이 커지더라도 중복 소음이라는 이유로 단속 대상을 정할 수 없다는 기준 역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역 광장이 이동 거점을 넘어서 다수의 시민들이 머무는 공간이 되기 위해선, 종교단체의 소음 문제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김재은 인턴기자

 

이와 함께 서울시 조례 역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복적으로 소음을 유발하는 단체를 규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관리 권한을 행사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선이 필요한 과제는 관련 기관과 연계해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필요시 검토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사무처는 “서울역광장은 이동 편의 수단으로만 존재할 뿐, 현재 어떤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명확한 정의가 수립되지 않은 상태”라며 “앞으로 시민들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광장이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할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은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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