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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견훤의 눈물, 왕건의 행운 서린 모악산 금산사

전북에서 가장 큰 절…국보 미륵전 외에 금강계단, 육각다층석탑 등 보물 여럿

2021.12.01(Wed) 15:45:10

​[비즈한국] 전라북도 김제 모악산 자락에 자리한 금산사는 전라북도에서 가장 큰 절이다. 백제 법왕 때 지어졌는데, 후백제의 견훤도 평소에 금산사를 중요하게 여겨서 크게 다시 지었다고 한다. 그런 금산사에 견훤이 큰아들 신검에 의해 감금당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곳을 탈출한 견훤이 고려에 투항한 것은 왕건에겐 뜻밖의 행운이었다. 이처럼 유서 깊은 금산사엔 미륵전, 금강계단 등 국보와 보물들이 즐비하다. 

 

전라북도 김제 모악산 자락에 자리한 금산사에는 미륵전, 금강계단 등 국보와 보물들이 즐비하다. 큰아들 신검에 의해 이곳에 감금됐다 탈출한 견훤은 왕건에게 투항했다. 국보로 지정된 금산사 미륵전. 사진=구완회 제공

 

#비로나자불을 모시는 화엄 사찰

 

다른 오래된 절이 그렇듯이, 미륵사 입구도 울창한 숲길이다. 꽃 피는 봄이나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에 걸으면 더욱 좋지만, 초겨울 조금 쓸쓸한 풍경도 운치 있다. 절의 첫 관문인 일주문에는 ‘모악산금산사(母岳山金山寺)’라는 현판이 보인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호남의 4대 절경 중 하나로 꼽히는 모악산은 너른 호남평야에 우뚝 솟은 산이다. 미륵신앙의 중심지인 모악산에는 곳곳에 미륵불을 모시는 기도처가 자리 잡았다. 

 

일주문을 지나 다시 숲길을 조금 더 걸으면 금강문과 천왕문이 이어진다. 보통 절에는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을 모신 천왕문 하나만 있는데, 규모가 큰 금산사에는 또 다른 수호신인 금강역사를 모시는 금강문을 따로 두었다. 이렇게 세 개의 문을 지나면 보물로 지정된 당간지주가 보인다. ‘당’이란 절 입구에 걸어두는 깃발을, ‘당간’은 당을 거는 장대를, ‘당간지주’는 당간은 지탱해 주는 돌기둥을 가리킨다. 금산사의 당간지주는 당간을 걸기 위한 구멍이 셋인데, 이는 통일신라 시대의 양식적 특징이라고 한다. 

 

절 입구의 당간지주. 금산사의 당간지주는 당간을 걸기 위한 구멍이 셋인데, 이는 통일신라 시대의 양식적 특징이라고 한다. 사진=구완회 제공

 

당간지주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절의 중심건물인 대적광전이다. 금산사는 국보로 지정된 미륵전이 워낙 유명해서 이것을 중심 건물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사찰의 ‘공식적인’ 중심 건물은 대적광전이다. 이는 금산사가 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불을 본존불로 모시기 때문이다. 사찰은 본존불로 모시는 부처님의 종류에 따라 중심건물의 이름이 바뀌는데,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건물은 대웅전, 비로자나불은 대적광전 혹은 비로전, 서방정토를 다스리는 아미타불을 모신 건물은 극락전이라 부른다. 조선 시대 중건된 대적광전은 원래 보물로 지정되어 있었으나, 1986년 화재로 소실되어 다시 짓는 바람에 아쉽게도 문화재 지정이 취소되었다. 

 

#우리 불교 건축의 대표선수, 미륵전

 

대적광전 옆에는 여전히 보물로 지정된 금강계단이 보인다. 금강계단이란 거대한 기단 위에 종모양의 사리탑을 세우고 수계자에게 계율을 전수하던 곳이다. 금산사의 금강계단을 특별히 ‘방등계단’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계율의 정신이 온 세상에 평등하게 미친다는 뜻이라고 한다. 통일신라 때 만들어져 고려 시대에 중창된 것으로 추정되는 방등계단 위에는 사리탑과 함께 고려 초에 만들어진 오층석탑이 자리했다. 

 

금산사의 ‘공식적인’ 중심 건물인 대적광전과 보물로 지정된 금강계단(오른쪽). 금강계단이란 거대한 기단 위에 종모양의 사리탑을 세우고 수계자에게 계율을 전수하던 곳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금강계단 맞은편에는 금산사를 대표하는 웅장한 미륵전이 있다. 미륵전은 미래의 부처님인 미륵불을 모신 불당이다. 밖에서 보기에 3층짜리 목조 건물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뻥 뚫린 통층으로, 법주사 팔상전과 함께 우리나라 불교 건축을 대표하는 건물로 손꼽힌다. 통일신라 때 처음 지어졌으나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은 인조 때 중건해 오늘에 이른다. 그래서 지금 모습에도 통일신라 시대의 건축양식이 남아 있다. 미륵전 안에는 11m 높이의 미륵불이 있는데, 실내에 있는 불상 중에서는 가장 크단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금산사에는 미륵전과 금강계단 말고도 보물이 여럿이다. 원래 목탑이던 것을 조선 시대에 전각으로 개조한 대장전과 석등, 고려 시대 승려인 혜덕을 기리는 혜덕왕사탑비, 대적광전 앞에 있는 육각다층탑 등이다. 이 중에서도 특이한 색깔과 모양의 육각다층석탑이 눈길을 끈다. 

 

금산사 육각다층석탑은 흑백의 전판암을 조밀하게 쌓아서 만들었다. 그래서 자그마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11층에 이른다. 사진=구완회 제공

 

우리나라 탑들이 대부분 밝은 회색 화강암으로 만든 정사각형 모양인데 비해, 육각다층석탑은 흑백의 전판암을 조밀하게 쌓아서 만들었다. 덕분에 보통 석탑은 3층, 5층, 7층이 대부분인데, 이 탑은 자그마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11층에 이른다. 

 

이 밖에 연꽃 모양의 석련대와 고려 시대 작품으로 보이는 노주, 부속 암자인 심원암 삼층석탑 등도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여행메모> 


금산사

△위치: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모악15길 1

△문의: 063-548-4441

△이용시간: 상시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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