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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크리스마스에 나 홀로 '솔로지옥'을 보는 불편한 재미

미묘한 감정선 대신 눈요기에 집중…넷플릭스 자본력 더해진 화끈한 연출

2021.12.24(Fri) 15:10:01

[비즈한국] 또 하나의 파격적인 데이팅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솔로지옥’은 커플들에 대항해 솔로들이 만들어낸 유행어 ‘솔로천국 커플지옥’을 뒤집고 혼자보다 둘이 좋다고 외치는 데이팅 프로그램이다. 외딴 섬 ‘지옥도’에서 젊고 뜨거운 청춘 남녀가 모여 솔직하고 화끈한 데이트를 즐긴다는 콘셉트로, 해외 인기 프로그램 ‘투 핫!’이나 ‘러브 아일랜드’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이라면 구미가 당길 만하다.

 

남녀 출연자들의 얼굴과 외모 등 외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솔로지옥’. 촬영 시기도 여름인 데다 무인도에 갇혀 진행하는 만큼 이들의 옷차림 또한 한없이 가볍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8부작인 ‘솔로지옥’은 12월 18일 시작하여 매주 토요일 2편씩 공개되는 시스템이다. 1, 2화에서는 다섯 명의 남자 출연자와 네 명의 여자 출연자가 ‘지옥도’에 입성했고, 이들은 섬 안에서는 서로의 나이와 직업을 알 수 없다. 단, 중간중간 커플이 매칭될 때마다 헬기를 타고 인근의 특급호텔 스위트룸인 ‘천국도’로 입성해 하룻밤을 보낼 수 있고, 그곳에서 서로의 나이와 직업을 공개할 수 있다. 이 말인즉, 커플이 되기 위해서 학벌이나 직업, 경제력 같은 ‘스펙’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 타고난 외모와 성격 등 본연의 매력으로 이성을 유혹하고 교감해야 한다는 소리다.

 

남성 출연자들이 웃통을 벗고 떡 벌어진 어깨와 식스팩을 자랑하는 건 기본. 덕분에 관음증처럼 몰래 보는 게 아니라 대놓고 이들을 감상하는 재미를 준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그래서인지 ‘솔로지옥’은 숱한 화제를 모았던 여러 데이팅 프로그램 중에서도 출연자들의 외모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다. 2화까지 방영된 내용에서 나이와 직업이 드러난 출연진은 넷으로, 그들 중 가장 화제를 모았던 여성 출연자 ‘송지아’는 ‘free지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뷰티 유튜버인데 화려한 외모로 등장부터 시선을 모았다. 송지아와 처음 커플이 된 ‘김현중’도 트레이너 겸 모델로 활동하고, 온갖 운동에 능숙하며 복싱 센터를 운영하는 ‘강소연’이나 테일러샵을 운영하는 ‘오진택’ 역시 빼어난 외모와 신체를 적극 활용하는 직업을 지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외모지상주의까진 아니더라도 외모우월주의가 판을 치는 곳이 ‘솔로지옥’ 속 ‘지옥도’다.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저마다 눈길을 끄는 여성 출연자들. 1, 2화에서는 송지아와 강소연의 나이와 직업이 밝혀졌는데, 이런 요소들이 향후 이성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눈여겨보게 된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덕분에 ‘솔로지옥’은 불편한 시선이 존재하면서도 시각적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청순한 미인, 화려한 미인, 건강미인 등 전혀 다른 분위기로 지켜보는 이들도 저도 모르게 ‘내 취향은 저 사람인데’ 하며 과몰입하게 되는 재미가 있고, 무인도에 갇힌 남녀 사이에 튀는 스파크에 초점을 맞추기에 지금껏 있었던 데이팅 프로그램보다 섹슈얼한 장면도 부각된다. 촬영 당시가 뜨거운 한여름이었기에 출연진들의 복장 또한 가볍디 가볍다. 첫 등장부터 초미니 원피스와 어깨를 시원하게 드러낸 드레스, 가슴팍을 풀어헤친 셔츠가 기본. 해변가에서 깃발을 가장 먼저 쟁취하는 남성에게 마음에 드는 두 여성과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혜택을 주는 장면에서는 모든 남성 출연진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떡 벌어진 어깨와 식스팩을 자랑하고, 아침에 해변가에 모여 운동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훑는 카메라의 시선은 그들의 우월한 몸매를 담기에 여념이 없다.

 

1, 2화에서 남성 출연자는 다섯 명으로, 여성 출연자보다 많게 배치해 치열한 경쟁 구도를 만든다. 요즘 MZ세대 남성들이 어떤 식으로 여성에게 어필하는지 보는 재미가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방송에 익숙하거나 방송에 친밀한 직업군이 많은 덕분인지 출연자들의 방송 적응도 빠르다. 남녀 출연자 사이 첫 호감도를 표현할 때 송지아가 김현중에게 ‘오빠?’라는 단 두 글자로 자신임을 강렬하게 어필하는 장면도 그렇고, 마음을 정한 오진택이 강소연에게 직진으로 대시하며 이를 지켜보는 MC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것을 보라. 물론 1, 2화에서 ‘솔로지옥’은 섹슈얼함이 부각되긴 했으나 그 수위는 여느 데이팅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게 사실이다. 남녀 사이 있을 수 있는 온갖 권모술수가 자행되었던 ‘투 핫!’이나 ‘러브 아일랜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야말로 유교의 나라에서 15세 관람가에 어울리는 만큼을 보여줬달까. 단, 3화 예고편에서 섹슈얼한 장면이든 심리전이든 어떤 면으로든 파란이 일어날 것을 보여준 것을 보면 수위는 높아질 것 같다. 이미 1, 2화에서 화제를 모으고 팬덤을 모은 커플들이 다른 노선을 타는 것으로 보이고, 또 다른 출연자가 등장해 혼선을 줄 전망.

 

자급자족으로 생활해야 하는 무인도인 지옥도와 특급호텔 스위트룸에 차려진 천국도. 천국도는 출연자들이 기를 쓰고 커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장치지만, 생각보다 지옥도의 컨디션도 나쁘진 않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환승연애’ ‘나는 SOLO’ ‘체인지 데이즈’ ‘돌싱글즈’ 등 올해 화제를 모은 일반인 데이팅 프로그램이 여럿이다. 심지어 스와핑 개념까지 얹으며 ‘마라맛’을 안겨줬고, 출연자의 돌출 행동으로 프로그램 자체가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솔로지옥’도 이들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일반인 데이팅 프로그램이지만, 좀 더 뜨거운 젊음의 섹슈얼에 집중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인천 옹진군 사승봉도를 통째로 빌려 촬영하는 등 넷플릭스라는 거대 자본이 투입돼 눈요기도 확실하게 책임진다. 출연자들의 마인드도 그간 보여왔던 데이팅 프로그램보다 화끈하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이미지 관리보다는 내 조건(특히 외적인)에 맞는 이성을 찾겠다는 목표가 확실하다. 하기야, 그래야 지옥도를 벗어나 천국도를 즐길 수 있으니. 

 

8박 9일 동안 커플을 매칭해야 하는 ‘솔로지옥’. 과연 출연자들은 논란을 빚었던 여타 데이팅 프로그램과 달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해 나갈 수 있을까. 사진=넷플릭스 제공

 

앞서 말했듯 ‘솔로지옥’을 보는 사람들 중 불편함을 느낄 사람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외모우월주의가 특히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전 세계로 송출되는 넷플릭스 작품의 특성상 해외 시청자들의 불편한 반응이 나오는 중이다. 여성 출연자 ‘신지연’을 보며 입을 모아 ‘피부가 하얗다, 백옥같다, 청순하다’라고 칭찬하는 장면을 보며 ‘2021년에 왜 피부색에 집착하는지 불쾌하다’라는 반응이 나온 것. 물론 번역의 뉘앙스 차이가 있었다는 평도 있지만, 한국 사회에 아직도 만연한 ‘얼평(얼굴 평가)’ ‘몸평(몸매 평가)’가 앞으로도 논란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뵌다. 이런 염려를 얼마나 잘 다듬고 편집해 보일지가 관건. 

 

그러거나 말거나 코로나로 마음껏 나다니지도 못하는 춥고 쓸쓸한 겨울, 뜨거운 태양 아래 섹시한 남녀가 농염한 기운을 발산하는 것을 지켜보는 기분이 나쁘진 않다. 그런 분위기를 터럭만큼이라도 느낀 지 너무 오래된 나 같은 사람도 나름 설레게 하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크리스마스 당일에 3, 4회가 공개되니, ‘집콕’ 예정이라면 ‘솔로지옥’을 추천해 본다. 이번 주말까지 극강의 추위라고 하니 집에서 맛있는 거 먹으며 이런 뜨거운 프로그램에 과몰입하며 수다 떠는 게 크리스마스를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일 수도.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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