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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이탈자 찾기' 포기 상태인데…적발 건수 늘어난 이유

확진자 관리 행정력 무력해지자 무단이탈자 급격히 늘며 적발률 높아져

2022.03.29(Tue) 12:39:50

[비즈한국]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서 방역 당국도 재택치료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민원에만 의존해 확진자 격리 이탈을 찾아내고 있는데, 자가격리 앱으로 관리할 때보다 오히려 적발 건수는 늘고 있다.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 받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자가격리 앱 폐지 후 신고에만 의존한 이탈자 적발, 관리 포기한 지자체도

 

김 아무개 씨는 3월 초 업무상 협업을 위해 인천의 한 공장에 방문했다. 그는 평소 친분이 있던 직원과 미팅을 한 뒤 잠시 공장을 둘러볼 것을 요청했지만 직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김 씨는 “직원이 머뭇거리다가 ‘사실 지금 확진자 몇 명이 회사에 나와 있다. 급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 불가피하게 직원들이 출근했으니 동선이 겹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며 “인근 공장 단지를 돌며 벌써 몇 번째 목격한 일이다.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박 아무개 씨도 18일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격리 중 증상이 완화되자 3일 만에 사무실에 출근했다. 그는 “직원들에게는 단순 몸살감기라고만 말했다. 일주일 동안 격리를 해 영업을 하지 못하면 손해가 너무 크다”면서 “생계가 걸렸으니 어쩔 수 없지 않나.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고 조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자가격리 관리도 소홀해지고 있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사실상 확진자 관리에 손을 놓은 상태다. 자가격리자가 격리 장소를 무단이탈 하더라도 찾아낼 방법이 없다. 

 

현재 격리자 이탈은 신고를 통해서만 적발할 수 있다. 확진자 가족이나 주변인이 무단이탈을 신고할 때만 현장조사에 나선다. 서울 강남구 관계자는 “자가격리 앱이 폐지되고 자기기입식 역학조사로 변경됐다. 현장조사가 중단되면서 현재는 확진자 무단이탈의 경우 주변인의 신고로만 적발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관계자도 “자가격리 앱의 GPS 기능이 폐지되면서 사실상 이탈 여부 관리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격리 이탈 적발을 포기한 지자체도 있다. 서울시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관내에 코로나 격리 이탈을 담당하는 직원이 없어 적발 건수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탈 관리를 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확인이 어렵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1월까지만 해도 방역 당국은 자가격리 앱을 통해 확진자를 관리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휴대전화에 GPS 기반 자가격리 앱을 설치하도록 했고, 담당 공무원이 관리하며 무단 이탈자를 적발했다. 하지만 2월 9일 방역·재택치료 체계가 달라지며 자가격리 앱도 폐지됐다. 유선상 문답으로 진행하던 기초역학조사도 확진자가 직접 웹페이지에 응답하는 자기기입식으로 변경됐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인력 부족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관내 일일 확진자가 200명에서 2만 명 수준까지 올라갔다. 격리 위반자 적발보다 확진자의 신속한 완치에 중점을 두고 행정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들의 자율 책임에 중점을 두고 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이비인후과 의원을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경각심 떨어져 무단이탈 급증, 적발 건수 오히려 늘어

 

카드 사용 내역으로 격리 이탈자를 적발한다는 일부 시민들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자가격리 중 신용카드 등을 사용할 경우 외부 이탈이 확인돼 적발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개인의 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할 권한이 없지 않나”라며 “다만 무단이탈 신고를 받고 현장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사용 내역을 확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 관리가 불가능해진 상태지만 오히려 확진자의 무단이탈 적발 건수가 늘었다는 지자체도 있다. 자가격리 앱으로 확진자 관리를 하던 때에는 무단이탈을 시도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관리가 느슨해지다 보니 경각심이 떨어져 무단이탈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치료 중인 확진자가 무단으로 이탈해 적발된 사례가 최근 5건이다. 확진자 주변인의 민원으로만 무단이탈자를 찾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자가격리 앱으로 관리를 하던 때보다 오히려 적발 건수가 늘었다”며 “경각심이 낮아지고 관리가 소홀하다는 틈을 타 무단이탈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관리조차 어렵다 보니 정부는 격리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3월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의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하향하는 방안이 언급된 바 있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유행 정점이 지나면 법정 감염병 2급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2급으로 낮아지면 격리 의무가 사라진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탈자가 소수 발생하더라도 이를 조치하기 위한 행정력이 쓰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안 그래도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시민의 자율과 책임에 격리 의무를 맡긴 만큼 이탈자 적발에 쓰이는 행정력을 유증상자의 신속한 치료와 완치에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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