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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호가 사라졌다①] 5년간 36% 대량 감차에 벽지 주민들 '울상'

옥천행 무궁화호 하루 5대, 막차는 오후 5시 31분…"국토부서 수익성 따지며 압박" 주장

2022.04.06(Wed) 09:36:07

[비즈한국] “이제 밤기차는 옛말이죠.” 충청북도 옥천군에 사는 A 씨의 말이다. 인구 5만 명이 채 안 되는 옥천군은 그야말로 ‘벽지’다. 서울에서 옥천을 가기 위해서는 2시간 정도 걸리는 무궁화호를 이용해야 한다. 무궁화호가 없는 시간대에는 KTX를 타고 대전역까지 간 후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2017년부터 옥천으로 가는 무궁화호가 줄기 시작했다. 막차 시간도 점점 당겨지더니 2021년에 오후 5시 31분이 됐다. 서울에서 일을 보던 사람들은 더 이상 무궁화호를 이용하기 어려워졌다. 그렇게 옥천군 주민들은 서울에서 멀어졌다. 

 

2017년부터 무궁화호는 계속 감축됐다. 피해는 고스란히 벽지 지역 주민에게 돌아갔다. 사진=전다현 기자

 

#“어르신들은 병원도 제대로 못 간다” 

 

무궁화호 감축은 옥천에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전라남도 화순군에서도 용산까지 가는 직통 무궁화호 열차가 없어져 이제는 광주송정으로 가서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종합병원이나 응급실이 없는 벽지에는 열차 한 대의 감축이 큰 불편을 불러왔다. 

 

옥천군 주민 B 씨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고 행사에 가는 사람도 많았는데, 이제는 대전까지 가서 갈아타야 한다. 시골 지역을 무시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철도의 공공성이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옥천 주민들은 “대전역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다”, “인근 공사 때문이다” 등 코레일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무궁화호를 감축했다고 성토한다. 이에 국토교통부(국토부)는 “무궁화호 감축은 미미한 수준이며, 장거리에서는 무궁화호 이용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감축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단축된 것은 장거리 노선만이 아니다.

 

서울에서 옥천으로 가는 무궁화호 막차는 ​2021년 ​오후 5시 31분으로 조정됐다. 사진=코레일앱 캡처


2021년 1월 코레일은 경기도 양평군 상·하행 무궁화호를 양평역 기준 10회, 용문역 기준 3회 감축했다. 막차 시간도 두 시간가량 당겨졌다. 2018년도에는 객실 차량을 6량에서 4량으로 줄였다.

 

양평군에 사는 C 씨는 “서울까지 가는 기차를 일주일에 2~3번 정도 이용한다. 무궁화호가 점점 없어지고 KTX로 대체되고 있는데, 걸리는 시간은 똑같지만 가격은 3배 정도 비싸다. 막차도 줄었다”고 말했다. 

 

무궁화호 감축과 함께 추억도 사라지고 있다. 2021년 8월부터 용산역에서 여수EXPO역을 잇던 전라선 무궁화호 야간열차가 사라졌다. 이 열차는 밤 10시 45분 용산역을 출발해 새벽 3시 58분에 ​여수EXPO역에 ​도착했다. 지리산 등반이나 일출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자주 이용하던 노선이다. 


#표면은 ‘이용률 저조’ 속내는 ‘영업이익 손실’…범인은 국토부?

 

코레일의 무궁화호 감축 시도는 2017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용률 저조와 장거리 노선 개편’이다. KTX가 생겨나면서 장거리 노선 무궁화호 이용률이 줄었고, 이에 따라 개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비즈한국이 입수한 코레일 내부 자료에 따르면, 실제 이유는 ‘장거리 무궁화호 등 효율화를 통한 영업손익 개선 추진’이다(관련 기사 [무궁화호가 사라졌다②] 코레일 '수익성' 이유 아니라더니 내부 문건선 인정). 

 

2021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2017년부터 2021년 8월까지 무궁화호의 경부선, 호남선, 중앙선 3개 노선을 36%나 감축했다.

 

“돈 때문이죠.” 철도노조 관계자는 한탄했다. 코레일이 철도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고 수익성만을 따​져 무궁화호를 쉽게 감축한다는 설명이다. 철도노조 관계자 D 씨는 “무궁화호 폐차 시기가 다 됐는데, 이때 새 차를 구입하지 않고 아예 열차를 감축하는 방향으로 해결했다. 무궁화호 자리에 아예 새로운 차종을 들여 요금을 올려 받기도 한다. 수익 논리에 따른 결과다”고 비판했다. 

 

국토부의 압박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속철도만을 운영하는 SR은 흑자가 날 수밖에 없는데, 국토부가 이를 코레일의 영업 적자와 비교하며 무궁화호 감축에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서울역 광장 전광판. 출발하는 열차 6대 중 무궁화호는 1대뿐이다. 사진=전다현 기자

 

요금이 높은 KTX는 흑자를, 요금이 낮은 무궁화호는 적자를 낳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공성을 위해 KTX에서 얻은 흑자로 무궁화호 적자를 메웠는데, 지금은 이조차 어려워진 현실이다. 코레일 관계자 E 씨는 “철도 민영화 시도도 있었다. 국토부에서는 지속해서 비수익 노선들을 정리하라는 입장이다. SR과 비교하며 왜 수익을 못 내느냐고 이야기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철도노조는 공공성의 복귀와 SR과의 통합을 주장한다. 철도노조 관계자 F 씨는 “SR이 현재 자회사 형태로 분리돼 있다. 이를 코레일과 통합하지 않으면 수익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G 씨는 “수익도 중요하지만 무궁화호를 일방적으로 감축하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공기업이라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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