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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 범람 '인재' 뒤엔 '제각각 물관리' 있었네

국가하천 따로 지방하천 따로, 정비율 2배 차이…"중앙에서 생태계 고려해 관리해야"

2022.09.06(Tue) 17:20:14

[비즈한국] 지난 8월 폭우로 하천이 범람해 휩쓸려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등 사고가 나자 하천 관리 부실이 인재(人災)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홍수 피해가 발생한 하천이 주로 지방하천과 소하천이어서 지자체의 관리가 소홀했다는 것이다. 하천은 중앙정부에서 관리하는 국가하천과 관할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지방하천·소하천으로 분류되는데, 2020년부터 정부는 재정 분권을 기조로 지방하천 관리 사업과 예산을 지자체로 이양했다. 

 

이를 결정한 2019년 당시에도 지자체의 낮은 재정자립도와 하천 특성 등을 이유로 지방 하천사업 이양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당시 권은희 의원은 “2019년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51.4%에 그치는 상황에서 하천정비사업을 지방으로 이양한다면 예산 부족에 따른 부실관리로 사고가 더욱 증가할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서울시 우이천은 강북구, 노원구, 도봉구, 성북구 4개구를 지나 흐른다. 4개구가 구역별로 우이천을 관리하기 때문에 정비 등 관리 방식이 제각각이다. 사진=전다현 기자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2년 전국 평균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49.9%에 불과하다. 2021년 48.7%에 비해 1.2%p 올랐지만, 절반도 되지 않는다. 하천 정비율도 낮다. 2019년 1월 기준 국가하천 정비율은 81.4% 수준이지만, 지방하천은 48.1%에 불과하다.

 

지자체별로 하천을 각각 관리해 구역별 관리 방식이 다르거나 하천이 오염되더라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지난 5월에는 서울 북부의 우이천이 3급수로 오염됐는데, 관할 자치구가 구역별로 다른 탓에 서울시도 오염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관련기사 환경부·지자체 '엇박자'…우이천 오염, 강북·노원·​도봉·​성북 4개구 관할이 문제?). 

 

2년 전인 2020년 8월, 폭우로 하천 범람 등 피해가 발생하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홍수대책 중 하나로 ‘지방 및 소하천 대책 강화’를 제시했다. 기록적인 폭우로 섬진강과 금강 일부 국가하천 구간에서 제방 붕괴와 범람 등 피해가 있었지만, 대부분 피해 지역은 지방하천과 소하천 주변이라는 것이다. 2019년 환경부 ‘홍수피해 상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홍수피해가 난 하천의 96%가 소규모 지방하천이다.

 

그러나 대책이 마땅치 않다. 현재로선 정부가 지방하천 예산을 보조할 수 없다. 환경부는 8월 23일 ‘도시침수 및 하천홍수 방지대책’을 발표해 2023년 하천정비 예산을 43% 증액하고 하천범람을 방지하는 기반시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을 바로 지방하천에 투입하지는 못한다. 2023년 국가하천정비 예산으로 5010억 원을 편성해 전년 4100억 원보다 22.2% 증액했지만, 이는 국가하천에 국한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하천법 등을 개정해 중앙정부에서 지방하천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여러 각도에서 검토 중인 만큼 아직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환경부는 지자체에 하천정비사업을 이양한 탓에 하천관리가 부실해졌다는 지적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재정 운용 방식만 달라졌을 뿐 이전에도 하천 관리는 지자체에서 관할해 관리방식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환경부 하천계획과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고보조 형태로 지방하천을 관리했다가 기획재정부의 재정 분권 방침에 따라서 세원을 지방으로 전부 이전했다. 이전에는 국가가 지방에 보조하는 형태였는데, 이제 세입 자체를 지방으로 넘겨줬기 때문에 국가 보조가 사라졌을 뿐 관리 방식은 동일하다. 현재 상태에서는 국가가 다시 보조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대신 지방하천 지원 방안 중 하나로 규모가 큰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하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하천 관리 패러다임 바꿔야”


서울시 월곡천-정릉천의 모습. 성북구와 동대문구를 지나 청계천까지 흐른다. 사진=전다현 기자

 

전문가들은 지자체별로 하천을 관리하는 방식 자체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승준 부경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지방하천 관리를 지방으로 이양한 이유는 오염물질 관리가 중앙에서는 힘들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는 공장을 감시하거나 점검하는 데 제약이 있다. 그런데 관리를 나눠서 하다 보니 같은 하천도 구역별로 ‘우리 물’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같은 대한민국에 있지만, 지자체가 자기 구역만 관리하다 보니 오염 등 문제가 생겨도 상류에선 책임지지 않는 형태다. 그래서 환경은 중앙에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환경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정하지도 않을뿐더러 일부 지자체에서만 댐을 쌓고 정비하는 것은 소용없다. 하천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중앙에서 생태계를 모두 고려해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하천은 특정 자치단체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지자체를 거쳐 흘러가기 때문에 이를 특정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건 부적합한 행정이다. 오염물을 버리는 등 행위는 지자체에서 감시·감독할 수 있지만, 대규모로 하천을 정비하거나 홍수를 예방하는 역할은 중앙에서 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게 재정적으로 볼 때도 효과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천 분류 방식 자체를 지적하기도 한다. 현재 하천은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소하천 등으로 분류하는데 이 같은 방식이 하천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하천 정비의 문제는 단순히 2019년 이후 정책 방향이 지방정부로 관리가 이양돼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당장 몇 년 사이에 지자체가 정비를 잘못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하천을 관리하는 방식 자체에는 문제가 있다. 국가하천인 경우에는 옆이 논이더라도 제방을 높게 쌓는 등 집중 관리가 되는데, 지방하천은 바로 옆이 도시더라도 상대적으로 제방을 ​낮게 ​쌓는다. 단순히 국가하천이냐 지방하천이냐로 나누기보다는 하천 인근 지형 등을 따져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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