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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기부금 줄고, 재고 음식 넘쳐…불황 엿보이는 기부 문화

유통기한 임박 식품은 복지시설도 관리 어려워…자영업자 "장사 안 돼 기부, 씁쓸"

2022.09.22(Thu) 15:02:17

[비즈한국]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이나 복지시설은 불경기가 원망스럽다. 불황이 길어지면 기부나 후원이 뚝 끊긴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기부 심리는 불경기에 더욱 얼어붙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늘어나는 기부도 있다. 바로 먹을거리를 나누는 음식 기부인데, 속사정을 들여다보니 다소 씁쓸하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기부 심리는 불경기에 더욱 얼어붙는 분위기다. 사진=사랑의열매 페이스북

 

#불경기 여파로 기부 심리도 위축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분주해지는 곳이 있다. 조금 일찍 겨울 준비를 하는 연탄은행이다. 연탄을 사용해 겨울 난방을 하는 저소득층이 따뜻한 겨울을 맞을 수 있도록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연탄은행은 10월부터 연탄 배달을 시작한다. 

 

연탄은행은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가정이 8만 2000여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모든 가구에 연탄을 지원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점점 기부금이 줄고 있어 걱정이 크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2020년에는 2만 5858가구에 총 491만 5326장의 연탄을 배달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만 5249가구에 241만 5339장의 연탄을 배달했다. 연탄 지원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허기복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는 “코로나19로 대면 봉사에 대해 두려움도 생겼고, 후원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작년의 분위기가 올해도 이어지는 흐름이다. 봉사나 후원에 대한 의지가 완전히 가라앉은 상태다. 올해 경기가 위축되고 물가도 인상되면서 개인적으로 후원을 하던 분들이 타격을 받은 듯하다”고 말했다.

 

불경기 여파를 크게 받는 곳 중 하나는 사회복지단체다.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몇 년간 기부금 액수가 줄었다. 아름다운재단에 따르면 2020년 86억 원 수준이던 기부금 액수는 지난해 약 76억 원으로 10억 원가량 줄어들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20년 1월부터 9월까지의 모금액이 4085억 원이었으나 작년과 올해는 같은 기간의 모금액이 약 1000억 원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현금 기부액이 크게 줄었다. 2020년만 해도 현금 기부액이 29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815억 원, 올해는 2061억 원으로 감소했다.

 

불경기로 손님이 크게 줄어들면서 자영업자들이 남은 음식을 보육시설 등에 기부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판매 못 한 재고 음식 기부 늘어 ‘씁쓸’ 

 

불경기 여파로 기부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눈에 띄게 늘어나는 기부도 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현금이 아니더라도 물품이나 식품 등으로 기부를 하는 방식도 있는데, 올해는 유독 음식 기부가 늘어난 분위기다. 

 

기업 및 개인으로부터 식품과 생활용품을 기부 받아 결식아동, 독거노인 등 저소득 소외계층에게 지원하는 ‘푸드뱅크’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식품 기부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푸드뱅크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기부된 식품을 금액으로 환산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다소 적게 나타난다. 하지만 아직 미등록된 기부 식품이 많은 것을 고려하면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담당자들이 체감하는 식품 기부 역시 작년보다 올해 늘었다”고 밝혔다. 

 

기부금 액수가 줄어든 것도, 음식 기부가 늘어난 것도 알고 보면 모두 ‘불경기’의 여파다. 불황으로 손님이 줄어든 자영업자들이 팔고 남은 재고 음식을 지역 복지시설 등에 기부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A 보육원. 50여 명의 원아가 함께 생활하는 이곳은 항상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고무장갑부터 물티슈, 세제 등 후원 물품이 늘 부족한 상황인데, 아이들을 위한 간식은 넘친다.

 

A 보육원 관계자는 “우유나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이나 과일은 아이들이 자주 먹지 못하는 음식이다. 이런 음식을 기부해주는 분들이 있으면 정말 좋다”며 “하지만 빵 종류는 너무 많이 받을 때가 있다. 크림이 들어간 제품은 변질되기도 쉽다. 올여름엔 주겠다는 분들이 너무 많아 대부분 정중히 거절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가 주로 전달하는 품목은 제조 당일 판매되지 않으면 폐기해야 하는 빵, 도넛, 케이크류 등이다. 판매는 할 수 없지만 섭취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육시설에 전달하려는 좋은 의도지만, 비슷한 품목을 자주 받는 보육원은 난감할 때도 있다. 

 

B 보육원 관계자는 “음식 후원에 대한 문의가 많이 늘었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다 받을 수가 없다”며 “유통기한이 짧은 음식은 보관도 힘들고 비슷한 음식들의 후원도 많아 부득이하게 거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C 보육원 관계자도 “자영업자분들이 판매하고 남은 음식을 기부하겠다는 문의가 많다. 그런 식품은 늦은 저녁 시간이나 아침 시간에 받아와야 하는데 일정이 맞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며 “그래서 식품 기부는 가능하면 요일을 정해 정기 기부로만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자영업자는 “당일 제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저녁이 되면 재고가 많이 남는다.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했는데 주변에서 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줬다”며 “보육시설 관계자를 통해 다른 자영업자분들도 자주 음식을 기부하는데 너무 많아 받기 곤란할 때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다들 이렇게 장사가 안 되는구나 싶어 씁쓸했다”고 전했다. 

 

반면 불경기로 식품 후원이 끊겨버렸다는 보육원도 있다. 한 보육원 관계자는 “아이들 생일 때마다 케이크를 후원해줬던 빵집이 있었는데, 최근 장사가 잘되지 않아 폐업했다고 한다”며 “이후로는 아직 아이들 생일 케이크를 후원해주는 가게가 없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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