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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소행성에 탐사선 충돌시키는 현실판 '딥 임팩트', 성공은 했지만…

나사 '다트' 미션의 완수와 그 한계에 관하여

2022.10.24(Mon) 11:17:31

[비즈한국] 지난 9월 27일 NASA는 우주에서 역사적인 실험을 진행했다. 작은 탐사선을 소행성에 충돌시켜 인위적으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실험, 바로 ‘다트’(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다. 언젠가 지구를 위협할지 모르는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방어하기 위한 예행연습이었다.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 그리고 최근의 ‘돈 룩 업’ 같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시도를 현실에서 시도한 것이다. 

 

놀랍게도 탐사선은 정확히 소행성에 명중했다. 소행성에 탐사선이 부딪히면서 사방으로 파편이 튀어나가는 모습까지 지구 전역의 지상 망원경과 허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으로 포착되었다. 얼핏 보면 DART 미션과 지구 방어 테스트는 완벽한 성공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이 다가왔을 때 이 같은 방식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거라 낙관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역사적인 DART 미션 이후 변화된 소행성 궤도 데이터와 그 분석 결과가 자세하게 발표되었다. 과연 지구 방어 테스트는 성공일까? 실패일까? 무작정 지구의 미래를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이번 시도의 진짜 의미와 그 내막을 소개한다.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번 소행성 타격 DART 미션의 진짜 의미와 그 내막을 알아보자.

 

화성 궤도 안팎을 넘나들며 타원 궤도를 그리는 소행성 디디모스. 이 소행성의 궤도는 지구 궤도와도 아주 가깝다. 그래서 잠재적으로 지구를 위협할 후보로 거론된다. 독특하게도 이 소행성은 그 곁에 훨씬 작은 위성도 함께 거느리고 있다. 2003년 발견된 이 위성은 디모르포스라 불린다.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는 약 100 대 1의 질량비를 갖고 있다. 소행성 자체가 워낙 작기 때문에 소행성과 그 위성이라기보단 작은 소행성과 훨씬 더 작은 소행성이 서로의 곁을 도는 이중 소행성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이번 역사적인 지구 방어 테스트의 대상으로 선정된 곳이 바로 이 ‘훨씬 더 작은 소행성’ 디모르포스다. 

 

탐사선이 충돌하기 직전 디모르포스에 접근하면서 촬영한 사진. 왼쪽 아래 크게 보이는 것이 디디모스, 사진 가운데 작게 보이는 것이 이번 실험의 목표인 디모르포스다. 사진=Doug Ellison & NASA(Original)


약 500kg의 작은 탐사선 DART는 초속 6.6km로 디모르포스를 향해 날아갔다. 충돌 직전 탐사선에 탑재되어 있던 작은 큐브샛 LICIACube가 분리되어 나왔다. 큐브샛은 멀리서 충돌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그 모습을 포착했다. 디모르포스가 움직이는 정반대 방향으로 탐사선이 정면충돌하면서 속도를 미세하게 낮추었다. 이를 통해 디디모스 주변에서 디모르포스가 그리는 궤도를 살짝 더 작게 만드는 시도였다. 

 

탐사선은 빠르게 소행성 표면으로 향해 날아가며 충돌 직전까지 그 생생한 과정을 담아냈다. 점점 목표 지점에 다가가면서 소행성 표면이 더 크게 보이기 시작한다. (약간 통통한 새우튀김처럼 보인다.) 표면의 자갈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충돌 순간 교신이 끊기면서 화면이 나간 장면까지 모두 지구로 전송되었다. 인류의 작은 인공 물체가 지구 바깥 머나먼 다른 작은 천체에 정확히 명중한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탐사선이 충돌한 이후 정말 디모르포스의 궤도에 변화가 생겼을까? 이런 작은 탐사선의 충돌만으로 거대한 천체의 궤도를 바꾸는 게 가능할까? 

 

충돌 직전 탐사선이 마지막으로 촬영한 디모르포스의 표면. 오동통한 새우튀김 같은 느낌이 든다. 사진=Doug Ellison & NASA(Original)


디디모스 주변을 더 작은 디모르포스가 맴돌면서 태양빛을 반사하는 소행성 전체 면적에 주기적인 변화가 생긴다.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 둘 모두의 표면에 태양빛이 반사될 때는 가장 밝게 보인다. 작은 디모르포스가 디디모스 앞을 가리고 지나가면 살짝 어둡게 보인다. 태양빛을 가리고 있는 디디모스의 그림자 속으로 아예 디모르포스가 숨어버리면 밝기는 좀 더 어둡게 보인다. 이는 크기가 다른 두 별이 맴돌며 서로의 앞을 주기적으로 가리면서 밝기가 변화하는 식 쌍성과 같은 원리다. 천문학자들은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의 밝기 변화를 통해 디모르포스가 곁을 맴도는 공전 주기를 파악했다. 

 

충돌 전 소행성 전체의 밝기 변화는 약 11시간 55분을 주기로 반복되었다. 그런데 이번 DART 미션의 충돌 이후 확연한 변화가 포착되었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관측 데이터에 따르면 밝기 변화의 주기가 11시간 23분이었다. 디모르포스가 디디모스 곁을 맴도는 공전 주기가 무려 30분이나 짧아졌다는 뜻이다! 탐사선이 디모르포스에 정면으로 충돌했고 이로 인해 디모르포스의 속도가 느려졌다. 디모르포스의 궤도도 더 작아졌고 공전 주기도 더 짧아졌다. 겨우 30분 차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작은 탐사선의 충돌 한 번으로 훨씬 거대한 우주 돌멩이의 속도와 궤도가 크게 바뀐 놀라운 결과다. 

 

DART 미션의 개요를 보여주는 그림. 디모르포스가 움직이는 정반대 방향으로 탐사선이 정면충돌해 궤도를 더 작게 만드는 시도였다. 이미지=NASA/DLR


충돌 직후 막대한 양의 파편이 우주 공간으로 튀어나왔다. 수만 km의 아주 기다란 먼지 기둥이 솟아올랐다. 순식간에 막대한 양의 먼지가 뿜어 나오면서 그 먼지에 태양빛이 반사되어 잠시 밝게 보였다. 그 모습은 충돌 과정을 살짝 멀리서 지켜본 큐브샛 LICIACube로도 포착했다. 허블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도 연이어 먼지 기둥이 솟구쳐 나오는 모습을 확인했다. (제임스 웹은 여기에서도 그 독특한 여섯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회절 잔상을 함께 보여준다.) 

 

사실 탐사선이 소행성에 충돌할 때 소행성의 궤도가 바뀌는 것은 바로 이 막대한 양의 먼지 기둥 덕분에 가능하다. 단순히 소행성을 들이받는 탐사선의 속도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충돌 이후 많은 양의 먼지, 파편이 날아가면 이는 로켓이 엔진을 분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다. 파편 하나하나는 모래알보다 더 작은 입자에 불과하지만 충돌 이후 뿜어져나간 파편을 모두 모으면 수 톤에 달한다. 무시할 수 없는 양이다. 

 

디모르포스의 파편은 디모르포스가 움직이던 방향을 방해하는 쪽으로 날아가 소행성의 속도를 줄이는 역추진 로켓처럼 작용했다. 이번 미션을 통해 최종적으로 디모르포스에 얼마나 강한 에너지가 전달되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선 탐사선 자체의 운동량뿐 아니라 충돌 직후 뿜어져 나온 먼지 기둥의 정확한 양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충돌 과정 내내 수많은 망원경이 이 먼지 기둥의 모습과 변화를 계속 모니터링한 것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왼쪽)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오른쪽)으로 포착한 소행성 타격 순간. 사진=SCIENCE: NASA, ESA, CSA, Jian-Yang Li(PSI), Cristina Thomas(Northern Arizona University), Ian Wong(NASA-GSFC) IMAGE PROCESSING: Joseph DePasquale(STScI), Alyssa Pagan(STScI)


사실 인류의 탐사선이 작은 천체를 들이받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05년 7월 NASA는 혜성 템펠 1에서도 비슷한 일을 벌였다. 600kg의 탐사선이 지구를 떠나 6개월 뒤 혜성에 접근했다. 그리고 혜성 근처에서 370kg의 충돌체 하나를 분리해 날려보냈다. 충돌체는 무려 초속 10km로 빠르게 혜성에 돌진했다. 충돌 당시 위력은 TNT 4.7톤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엄청난 파편이 우주 공간으로 솟구쳐 날아갔고, 충돌 이후 혜성 표면에서 지름 150m 크기의 새로운 크레이터도 확인되었다. 

 

이 과정에서 탐사선은 혜성 핵으로부터 약 500km 거리를 둔 채 파편 속을 비행하며 4500여 장의 사진을 찍었다. 튀어나온 파편의 성분을 분석한 천문학자들은 이 혜성이 태양계 끝자락 가상의 구조, 오르트구름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미션은 ‘딥 임팩트’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당시 미션의 주목적은 혜성 표면에 일부러 작은 충돌체를 충돌시킨 뒤 튀어나오는 파편을 분석해 혜성의 성분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충돌 과정에서 혜성의 속도, 궤도에도 미세한 변화가 생겼겠지만 소행성의 궤도 자체를 바꾸는 것이 주목적인 이번 DART 미션과는 큰 차이는 있다. 

 

2005년에 진행된 ‘딥 임팩트’ 미션 당시. 혜성 템펠 1에 충돌체가 부딪치면서 발생한 섬광을 볼 수 있다. 사진=NASA

 

이번 DART 미션은 성공적이다. 하지만 이것을 완벽한 지구 방어 기술을 얻었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조심스럽다. 우리가 앞으로 방어해야 하는 건 지구처럼 태양을 중심으로 별도의 훨씬 큰 궤도를 도는 소행성들이다. 그런데 이번 실험의 타깃은 작은 소행성 곁을 도는 더 작은 소행성이었다. 바꿔야 하는 궤도도 크지 않고, 적은 에너지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목표였다. 물론 탐사선을 이런 작은 천체에 명중시키는 건 아주 까다로운 기술이다. 하지만 명중만 한다면 디모르포스의 궤도를 바꾸는 건 성공이 보장된 도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첫 연습으로 (상대적으로) 쉬운 디모르포스를 선정한 건 물론 이유가 있다. 더 큰 소행성 디디모스 곁을 맴돌면서 이중 소행성 전체의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므로 손쉽게 궤도 주기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스트 결과를 빠르게,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만약 태양을 중심으로 훨씬 큰 별도의 궤도를 도는 단일 소행성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테스트 결과 정말 유의미하게 궤도가 틀어졌는지를 검증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변화 여부도 쉽게 확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 큰 소행성에서도 이 방법으로 지구를 방어하는 게 가능할까? 

 

궤도가 지구 궤도와 겹치는 위협 천체는 아주 많다. 크기가 작은 소행성은 적은 에너지로 궤도를 틀 수 있지만 미리 발견하기가 어렵다. 반면 크기가 큰 소행성은 미리 발견할 확률은 높지만 궤도를 틀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사진=NASA


여기에서 중요한 딜레마가 생긴다. 소행성의 크기가 더 크면 더 밝게 보이기 때문에 좀 더 일찍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지구에서 미리 대비할 시간적인 여유가 더 생긴다. 하지만 크기가 크고 질량도 더 무거운 만큼 궤도를 바꾸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탐사선을 단 한 대 충돌시켜선 궤도를 충분히 바꿀 수 없다. 여러 대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계획적으로 충돌시켜서 궤도를 바꿔야 한다. 설령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히기 1년도 더 전에 발견해 대비를 시작하더라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크기가 아주 작은 미니 소행성은 가벼운 만큼 단 몇 번의 충돌만으로도 충분히 궤도를 틀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작고 어두워서 미리 발견하기가 아주 어렵다. 사실상 지구와 충돌이 임박해서야 발견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탐사선을 딱 한 대만 날려 충돌시켜도 충분히 지구를 구할 수 있지만 충돌 하루 전에야 발견하는 바람에 시도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종말을 맞을 수도 있다. 

 

결국 지구를 완벽하게 방어하기 위해 더욱 중요한 건 가능한 빨리 위협 천체를 발견하는 것이다. DART 미션을 통해 입증한 소행성 충돌 방어 기술도 결국엔 그 위협 천체를 얼마나 빨리 발견하는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이번 역사적인 테스트의 성공이 경이로우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주 시대를 살게 될 호모 사피엔스는 앞선 공룡 선배들의 슬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참고

https://www.nasa.gov/dart/

https://www.nasa.gov/feature/nasa-dart-imagery-shows-changed-orbit-of-target-asteroid/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PSJ/ac7566

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515/2/2178/6634251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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