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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 '소액주주 운동' 나쁜 선례 남기나

배후 지목된 투자카페 운영자 과거 주주활동 전력 주목…5개 종목 불공정거래 '확인 사항 없음' 공시

2023.06.15(Thu) 16:59:51

[비즈한국]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다시 한번 발생한 가운데 배후로 지목된 온라인 주식 투자카페 운영자 강 아무개 씨가 해명에 나섰다. 강 씨는 주주행동주의를 위해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기업가치가 훼손된 회사들에 투자했으나, 증권사들이 신용대출 연장을 거부한 탓에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고 주장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소액주주 운동가로 이름을 알린 강 씨는 지난해 3월 성신양회의 황금낙하산 조항을 부결하기 위해 ‘​재능기부​’에 나서기도 했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지난 4월 말 발생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두 달도 안 돼 다시 벌어졌다. 지난 14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방림,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과 코스닥 종목인 동일금속 등 총 5개 기업의 주가가 정오를 전후로 일제히 하한가에 진입한 것. 가장 먼저 오전 11시 46분 방림이 전 거래일 대비 29.9% 급락한 이후 동일금속과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이 낮 12시 15분경까지 차례로 하한가에 진입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제2의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급락 사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최근 꾸준히 주가가 상승했으나 거래량이 적은 종목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비슷한 시각 하한가를 기록한 점이 SG증권 사태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다만 하한가 종목들의 매도 창구가 여러 증권사들에 분포돼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이들 종목에 대해 15일부터 해제 필요시까지 매매거래를 정지하기로 하고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5개 종목은 15일 ‘조회공시요구(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답변(부인)’ 공시를 통해 “불공정거래와 관련해 확인된 사항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무더기 하한가 원인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5개 종목을 추천해온 한 온라인 주식 투자카페를 주목했다. 지난 2012년 개설된 이 투자카페는 소액주주 운동을 표방하는 곳으로, 가입자가 6500명에 이른다. 카페 운영자 강 아무개 씨는 가치투자를 위해 장기간 이들 주식을 매수해왔다며 분석글과 소식을 꾸준히 공유해왔다. 

 

일각에서는 강 씨가 카페를 통해 통정매매(주식매매 당사자가 부당이득을 취득할 목적으로 종목·물량·가격 등을 사전에 담합, 지속적인 거래를 하는 행위) 및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강 씨가 지난해 시세조종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억 원을 선고받은 과거 또한 이 같은 의혹에 불을 지폈다. 

 

이에 강 씨는 15일 오전 카페 게시글을 통해 “오늘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이 예정돼 있어 연락을 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상황을 알렸다. 그는 “모욕적인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며 “만호제강과 방림은 이 카페에 제대로 추천한 적이 없어 회원들 중 이 두 종목 보유자는 3% 미만”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강 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하락은 SG사태 이후 증권사의 소형주에 대한 무차별적 대출 제한과 만기연장 거부에 의해 촉발됐다. 강 씨는 “보유하고 싶어도 팔수밖에 없게 된 분들의 물량이 수급을 악화시키고 있었고 저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으나 부상으로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주주행동주의를 위해 자신과 함께했던 이들의 계좌가 대출 연장에 실패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으나, 강 씨는 부상으로 이에 대처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강 씨의 소액주주 활동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 2022년 3월 성신양회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한 사례다. 강 씨는 성신양회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재​능기​부’를 통한 주주행동에 나섰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카페 회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강 씨를 지지하며 쾌차를 기원하는 회원들과 피해 상황을 언급하며 강 씨를 질타하는 회원들로 나뉜 것. 한 회원은 “대출을 일으켜 주주운동을 벌인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강 씨를 비판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모습이 기대와는 다르다”면서도 강 씨의 쾌유를 비는 회원도 있었다. 

 

강 씨의 해명대로 이번 하한가 사태가 소액주주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실패라면, 소액주주 운동에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가능성도 있다. 강 씨는 2017년 대한방직의 소액주주 운동을 이끌며 개인투자자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가 이끈 소액주주연합은 설범 회장이 횡령 및 배임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며 ​오랜 기간 ​오너 일가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강 씨는 대한방직 이외에도 방림, 삼양통상, 성신양회 등에서 소액주주로서 주주활동을 펼쳐왔다. 지난해 11월에는 다른 ‘슈퍼개미’들과 함께 소액주주연합으로서 방림에 주주제안서를 발송한 바 있다. 

 

강 씨의 소액주주 활동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22년 3월 성신양회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한 일이다. 다른 상장사에서의 활동과 달리, 성신양회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재능기부’를 통해 주주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강 씨는 당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를 통해 “기업가치 훼손행위의 광범위한 전염을 차단하기 위한 재능기부”라고 명시했다. 

 

강 씨가 나선 까닭은 당시 성신양회가 정기주주총회에 황금낙하산 조항이 포함된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기 때문이다. 강 씨는 “소수주주들을 대리해 주총에 참석해 황금낙하산 조항의 불법성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진술하고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부결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주총 표대결 결과 사측이 내놓은 원안대로 안건이 의결됐다. 

 

황금낙하산은 적대적 M&A(인수합병)으로 경영진이 비자발적으로 해임될 경우를 대비해 일반적인 퇴직금 외에 거액의 특별 퇴직금이나 보너스, 스톡옵션 등을 주도록 하는 제도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 분쟁 조짐을 보이는 상장사들에게는 적대적 인수합병을 어렵게 하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지만, 소액주주들에게는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성신양회는 적대적 M&A로 인해 해임될 경우 퇴직금 외에 보상액으로 대표이사에게 200억 원, 이사들에게 각각 50억 원을 해임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지급한다는 안건을 신설했다. 당시 유진그룹 지주사인 유진기업이 적대적 M&A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데에 따라 방어수단을 강화한 것이지만, 보상액이 과도하고 소액주주 권익을 침해한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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