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일단 매수하세요" 증권사 리포트, 이번엔 달라질까

금감원, 10개 증권사 연구센터장 소집해 논의…"매도 의견 10% 불과" 신뢰도 하락 우려

2023.06.13(Tue) 17:57:51

[비즈한국]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 관행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매수’ 위주의 보고서를 쏟아내는 가운데,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등이 불거지면서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당시 8개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락했음에도 관련 종목에 대한 보고서는 나오지 않았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가 지나치게 매수 의견을 많이 낸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감독원이 국내외 증권사 리서치센터 센터장들을 소집해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국내외 증권사 리서치센터 10곳의 센터장을 소집하고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매수 위주로 꾸려진 보고서 관행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의 애로사항과 의견을 청취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환경 개선이나 독립성 제고 방안, 리서치 보고서에서 매도 의견보다 매수 의견 비중이 월등히 높은 점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논의했다”면서도 “워낙 어렵고 광범위한 주제라 계속 논의하고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금감원이 뚜렷한 방향은 제시하지 못했지만,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를 두 번째로 언급했다는 점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3월 ‘2023년 금융투자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를 통해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성 제고’를 언급한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지난 3월 2일 14개 증권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의 객관성과 신뢰성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기준 국내 증권사 32곳이 발간한 기업분석 보고서 가운데 ‘매도’ 의견은 0.1%에 불과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금융당국이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를 재차 언급하는 까닭은 최근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가 ‘매수’ 일색이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 기준 국내 증권사 32곳이 발간한 기업분석 보고서 가운데 ‘매수’ 의견이 90.8%에 달했다. ‘중립(보유)’은 6%, ‘매도’ 의견은 0.1%에 불과했다. 국내 10대 증권사를 놓고 봐도 ‘매수’와 ‘중립’은 각각 89.6%, 10.4%인 반면 ‘매도’ 의견은 0.1%에 불과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외국계 증권사들은 ‘매도’ 의견을 ​상대적으로 높게 제시했다. 노무라금융투자가 발간한 기업분석 보고서 가운데 ‘매수’ 의견은 54.2%, ‘중립’은 27.8%, ‘매도’의견은 18.1%였다. 모건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 서울지점과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 서울지점의 ‘매도’ 의견은 각각 17.9%, 23.5%였다.

증권사들도 할 말은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을 제고하기 어려운 시장환경 탓에 양질의 보고서를 작성하기 어렵다는 것. 증권사로서는 기업이 분석 대상이면서 동시에 기업금융 고객인 만큼 ‘매도’ 의견이 담긴 보고서를 쓰기는 어렵다. 또 작성한 보고서 역시 무료로 배포되는 만큼, 수익성을 영위하기 어려운 리서치센터가 독립성을 제고할 방안도 찾기 힘들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3월 ‘2023년 금융투자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를 통해 “애널리스트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성과평가 체계를 개선하고, 독립리서치 회사(IRP)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 5월 3일 독립리서치 기업 알음은 ‘길바닥에 떨어진 10원짜리보다 못한 애널리스트 보고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양질의 애널리스트 보고서 발간을 원한다면 보고서 무료 정책 수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지적재산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고서가 무료로 제공되면 리서치부서가 ‘고비용 무수익 부서’로 낙인 찍힐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는 “애널리스트로 10년간 일하며 느꼈던 점을 쓴 것”이라며 “애널리스트들은 증권사의 방향대로 보고서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여러 금융선진국에서는 보고서를 유료로 배포하는 것을 기준으로 사업을 운영하는데, 국내에서는 보고서를 무료로 배포하도록 규정해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협회는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을 통해 “금융투자회사는 조사분석자료를 투자자들이 무료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최근에는 이차전지 관련 종목에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애널리스트가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다. 지난 4월 이차전지 테마주 급등 현상이 심화되던 시기,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이 이차전지 대장주 격인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의견을 내놓았다가 개인투자자들의 민원 제기로 금감원의 조사를 받았다. 

이처럼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도 제고 중요성이 강조되자 금감원은 ‘독립리서치’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독립리서치사는 증권사에서 설립한 리서치센터와 달리 전문적인 보고서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독립된 회사를 뜻한다. 국내에서는 리서치알음을 비롯해 밸류파인더, 퀸트케이 등이 있다. 다만 현재 자본시장법상 독립리서치는 금융투자업이 아닌 유사투자자문업으로 분류된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3월 ‘2023년 금융투자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를 통해 “애널리스트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성과평가 체계를 개선하고, 독립리서치 회사(IRP)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독립리서치 육성을 위해 제도권으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 다만 아직은 논의에 불과한 데다, 국내 독립리서치사들과 교감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의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에서는 전반적인 리서치 보고서 제도의 개선점을 논의했다”며 “방안 중 하나로 독립리서치도 언급됐으나, 그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현재 없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핫클릭]

· [단독] 지드래곤, 164억 나인원한남 펜트하우스 살면서 '최고가' 워너청담 분양
· [단독] 제주라거 생산 중단…제주맥주, 라거 시장서 1년 만에 '퇴장'
· '시멘트대란 또 오나'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 가격 인상 두고 공방
· '콘크리트에 물 붓는' 서울시 수변감성도시, '보기만 좋은 떡'?
· 금감원장 "이차전지 이상과열" 경고에 관련주 폭락…어느 기업 떨고 있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