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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면 지른다" 삼전·하이닉스 '억대 성과급'에 부동산 들썩

양 사 직원들 현금 앞세워 부동산 매수 대기 중, 정부는 "상승 막겠다"지만…

2026.06.22(Mon) 11:25:59

[비즈한국] 대한민국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실적과 성과급 훈풍이 경기 동남부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수억 원대 성과급 지급이 가시화되면서, 반도체 벨트 임직원들의 거대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주변에 집을 사기 위해 알아보는 이들이 많고, 이미 샀던 이들은 주택담보대출을 갚고 상급지로 ‘점프’하려는 이들이 다수”라고 입을 모은다. 동탄과 용인부터 안양, 과천, 성남(분당)과 위례, 송파와 강남까지, 1시간 안에 출퇴근이 가능한 동네가 주요 매수 후보지라는 게 공통된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의 10.5%를 반도체 부문 특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는데 3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박정훈 기자

 

#“더 무리해서 살걸” 

 

삼성전자에 2년째 재직 중인 30세 A 씨. 그는 올해 2월 4억 원가량의 은행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을 받아 용인 성복역 인근에 84제곱미터 아파트를 7억 원 초반에 매수했다. 무리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아파트는 9억 원 중반대에 거래되며 2억 원 이상 올랐기 때문. 하지만 ‘아쉬움’이 적지 않다. 내년 성과급으로 최소 2억 원 이상을 받을 것이 예상되면서 ‘더 비싼 집’을 구매하지 않았던 것이 아쉬운 것.

 

A 씨는 “거래를 해보니 취·등록세와 수리비용까지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드는 경비가 한두 푼이 아니더라”며 “성과급을 받을 줄 알았다면 대출을 최대한 일으켜서 지하철역에 더 가까운 아파트를 매수했을 것이다. 역에 가까운 아파트는 호가가 더 많이 올랐더라”고 설명했다. 

 

경기 화성 동탄과 용인시 기흥구, 성남시 분당구 등 이른바 ‘반도체 셔세권(셔틀버스 출근 권역)’으로 꼽히는 지역의 부동산 상승세가 식을 줄을 모른다. 특히 화성 동탄구는 이달 들어 불과 2주 만에 아파트값이 4% 이상 올랐다. 성과급과 사내 대출을 합치면 내년에 40조 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부동산 매수세’가 제대로 불 붙었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올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의 10.5%를 반도체 부문 특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영업이익 전망치(360조 원)을 반영할 때 성과급 규모는 38조 원에 달한다. 이 중 세금과 자사주 처분 기간 제한 등을 고려하면 7조~8조 원가량이 시장에 풀리게 된다.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주기로 한 SK하이닉스도 실적 전망치(영업이익 260조 원, 성과급 규모 26조 원)와 세금을 적용하면 15조 원가량이 된다. 삼성전자는 이에 더해 노사 합의를 통해 최대 5억 원까지 연 1.5% 저금리로 빌려주는 주택 자금 대출 제도도 새롭게 도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 캠퍼스와 SK하이닉스 이천·용인 캠퍼스로의 출퇴근이 용이한 이른바 ‘경기 동남부 반도체 벨트’ 라인의 집값이 ‘먼저’ 상승한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30대 초반 직원들도 ‘부동산 열공’ 

 

부동산을 매수하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에겐 ‘공통 관심사’가 됐다. 특히 30대 초반 직원들도 부동산 매수에 적극적이다.

 

SK하이닉스에 다니는 40대 초반 B 씨는 “결혼을 앞둔 30대 초중반 동료들 대부분이 부동산에 관심이 많더라. 셔틀버스가 어디에 서는지 알아보고, 근처에 어느 아파트가 좋은지를 많이 묻곤 한다”며 “대부분 직원들이 용인과 분당에 거주하다 보니 ‘출퇴근과 교육’을 다 잡을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회사 셔틀버스가 집 앞까지 오고, 학군과 인프라가 갖춰진 분당이나 동탄에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수요가 단단하게 받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경기 화성 동탄 등 이른바 ‘반도체 셔세권(셔틀버스 출근 권역)’으로 꼽히는 지역의 부동산 상승세가 식을 줄을 모른다. 사진=비즈한국 DB


삼성전자 반도체 파트에 근무하는 30대 초반 C 씨도 “기흥에 위치한 삼성 계열사에 다니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보니 결혼 전에 동탄역 인근 아파트를 매수하려 한다”며 “원래 매수할 생각이 없었지만 성과급이 나오면 무리하지 않고 매수할 수 있어 부동산을 공부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집을 보유한 직원들도 ‘갈아타기’를 고민 중이다. 분당 정자역 인근에 아파트를 매수한 40대 후반 D 씨는 3년 만에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고, 보유한 현금을 동원해 ‘상급지 갈아타기’를 고민 중이다. 매수할 때에는 4억 원가량 대출을 받았지만, 맞벌이를 하면서 꾸준히 갚아나간 덕분에 3년 만에 대출금을 모두 상환했다. 재직 기간이 20년에 달하는 그는 내년 성과급을 최소 5억 원 예상하는 상황. D 씨는 서초나 반포 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해 엑셀 파일을 만들어 ‘리스트 정리’에 나섰다.

 

D 씨는 “알아보니 강남은 대출이 사실상 나오지 않지만 회사 대출이 있다 보니 성과급이 2~3년 정도만 나온다고 가정하면 충분히 매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현재 부동산을 매도하고 모아둔 돈과 성과급 5억~6억 원을 보태면 매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출퇴근이 용이한 서초나 반포를 매수하려고 임장을 다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기업 성과급 발 부동산 과열 조짐이 포착되자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들의 성과급 유동성을 묶어둘 방안을 고심 중이다. 국토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경기 화성 동탄 등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지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을 통해 집값 상승을 묶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접근만으로는 불붙은 상승세를 끌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내 반도체 업체의 성과급 지급에 따른 내 집 마련 수요 유입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기 때문. 토허제의 목적인 외부 투기수요 유입 억제 카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풍부한 현금(성과급)과 회사 대출 프로그램을 활용하다 보니 DSR 등을 엄격하게 적용하더라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선 A 씨는 “대출이 어렵다고 하지만, 회사 부동산 관련 대출 프로그램과 회사 내 신용 대출 등이 잘 돼 있어 집을 살 때 다들 그걸 최우선으로 활용한다”며 “지금이야 대출을 이용해서 집을 매수하지만 내년 초 성과급이 나오고 나면 현금으로 매수하는 이들이 늘어나지 않겠나. 올해보다 내년에 더 많이들 집을 사려고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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