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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부동산 플랫폼 2년, 버티기냐 손절이냐

메타버스 세계 더 확장했지만 거래 급감…전문가 "수익모델 불분명, 위험도 높아"

2022.12.16(Fri) 16:42:06

[비즈한국]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가상자산. 세 가지 ​‘뜨거운 감자’를​ 모두 합친 투자처가 있다. 바로 가상 부동산이다. 현실 지도와 연동해 가상공간에서 토지를 거래하는 가상 부동산 플랫폼은 비판과 관심을 동시에 받았지만 지금은 열기가 한풀 꺾였다. 시장 침체 속에 자포자기한 투자자도 나오는 상황이다.

 

가상 부동산 플랫폼 디센트럴랜드에서 지난 9월 거래된 부동산 매물은 0.7%에 그쳤다. 사진=디센트럴랜드 블로그


메타버스 플랫폼 ‘어스2’는 지난해 국내에서 가상 부동산 열풍을 일으켰다. 어스2는 구글 위성 지도를 기반으로 지구를 복제한 가상 세계에서 토지를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토지를 타일이라는 단위로 거래하며 결제는 페이팔(신용카드)로 가능하다. 세계 각국의 땅 주인이 될 수 있지만, 실체 없는 데이터를 실제 화폐로 거래한다는 점에서 사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토지를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막상 출금하려면 운영진에게 메일을 보내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한 데다, 서비스 초기에는 환금도 제대로 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관심이 줄어든 사이 어스2는 지난 11월 프로젝트 출범 2주년을 맞아 서비스를 확장했다. 플랫폼에서 채굴하는 가상자산인 에센스 토큰을 올 초 거래소에 상장한다는 계획을 공개했고, 17일에는 어스2를 3D로 구현한 게임 ‘어스2 버전 1(E2V1)’의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E2V1는 유저 아바타가 ​지구를 본뜬 3D 공간을 ​활보하며 건물을 짓는 등 메타버스 개념에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어스2 외에 국내 가상 부동산 플랫폼으로는 ‘오픈메타시티’와 ‘메타버스2’가 있다. 오픈메타의 오픈메타시티는 가상 아파트를 청약하고 등기부등본 개념의 NFT 카드를 발급받는 플랫폼이다. 카카오맵을 기반으로 실제 서울 아파트를 가져와 청약을 진행하며, 청약에 당첨돼 아파트를 분양받은 유저는 임대이익을 얻거나 개인 간 거래로 매매이익을 얻을 수 있다. 아파트 가치는 현실의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라 정해지며 임대수익은 가상 입주민(NPC)을 배치해 자체 코인(OMC)으로 매일 1회 지급한다.

 

오픈메타시티가 그동안 청약을 진행한 지역은 서울 송파구, 성동구, 양천구, 중구, 마포구, 용산구 등 다양하다. 현재도 서울 전역에서 1000개가 넘는 아파트 청약을 진행하고 있다. 분양은 무료로 이뤄지며 등기를 하면 NFT를 지급한다. 시세 등급이 높은 아파트의 NFT를 보유하면 플랫폼 측이 매일 일정량의 코인을 지급해 유저가 수익을 얻는 구조다.

 

실제 유명한 아파트 중 분양 세대 수가 적은 곳은 가상 세계에서도 청약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 16일 기준 가장 경쟁률이 높은 아파트는 중구 회현역 인근의 ‘남산SK리더스뷰’로, 분양 세대 수는 1개인데 청약 신청 수는 2만 1994건(16일 오전 11시 기준)을 기록해 경쟁률이 무려 2만 1994 대 1에 달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최근 3개월 실거래가는 13억 6500만 원이다. 이 외에 용산구의 고급 아파트 ‘나인원 한남’의 청약 경쟁률은 1만 125.8 대 1, 영등포구 샛강역 인근 ‘여의도 자이’의 경쟁률은 7468 대 1을 기록했다.

 

국내 메타버스 게임 업체 더퓨쳐컴퍼니가 만든 가상 부동산 게임 메타버스2 거래 화면. 사진=메타버스 2 캡처


지난해 9월 메타버스 게임 업체 더퓨쳐컴퍼니에서 출시한 메타버스 2는 어스2를 떠올리게 한다. 서울, 뉴욕 등 도시 지도 위에서 토지를 타일 단위로 매매하고 자원을 채굴하는 등 이용 방법이 어스2와 거의 동일하다. 업체의 행보도 비슷하다. 메타버스2 생태계에서 쓰는 화폐인 메타 토큰을 해외 거래소에 상장했고, 유저가 직접 건물을 제작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2 에디터’를 만들었다. 12월 중 건물에 광고를 넣는다는 계획도 밝혔다. 

 

더퓨쳐컴퍼니는 고문 영입, 파트너십 체결, 투자 유치 등 외형을 키우는 데 적극적이다. 특히 고문 라인업이 정치, 금융, 학계 인사로 화려하다.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선동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 금융감독원 출신인 정기승 한국품질재단 이사장, 동국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을 맡은 박성준 교수 등이다.

 

이 밖에도 메타버스 시장에서 가상 부동산 플랫폼은 우후죽순 늘어난 상태다. 더 샌드박스·디센트럴랜드·복셀 등 글로벌 플랫폼이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국산 플랫폼으로는 트윈코리아·토지월드·메타렉스 등이 있다. 현실을 기반으로 가상공간을 만들어 건물을 사고팔고, 자원을 창출하고, NFT를 거래하는 등 사업 모델은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향한 기대감이 줄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투자 열풍까지 식으면서 가상 부동산 투자를 향한 관심도 꺾였다. 거품이 빠지자 거래량도 크게 줄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디앱레이더(DappRader)의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상 부동산의 토지 매매 건수는 2분기 대비 37.5% 감소했다. 디센트럴랜드에서 9월 한 달간 거래된 부동산은 전체의 0.7%에 불과했다. 

 

디앱레이더는 “현재 메타버스 부동산 가치는 최저가에 가깝다. 가상자산 시장의 엄청난 가격 하락이 원인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메타버스 부동산 투자는 위험해 보이지만 기업이 잠재적인 소비자를 모으기 위해 개발에 나서면서 믿을 만한 수입원이 됐다”라고 분석했다.  

 

국내 가상 부동산 투자자도 얼어붙은 시장에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상 부동산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자금을 묻고 버티기에 들어갔거나, 몇 푼이라도 건지기 위해 마켓에 저렴하게 매물을 내놓았다. 어스2의 마켓 플레이스(개인 간 거래)에 올라온 한국 타일 매물을 보면 시세 대비 할인율은 70~80%까지 형성됐다. 당일 환금한다는 후기가 나오는 등 환금성은 개선됐지만, 지금 상황에 신규 투자자가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스2의 개인 간 거래창인 마켓플레이스에 나온 한국 매물. 70~80%대 할인률 매물이 올라와 있다. 사진=어스2 캡처

 

메타버스2의 커뮤니티에서는 자포자기한 투자자도 나온다.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최근 “그냥 드리겠다. 제발 가져가라”거라 “떨이로 팔 테니 사달라”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어스2 투자자는 “CEO가 자꾸 말을 바꾸는 등 운영 방식이 불안하지만 E2V1 영상이 공개되면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 중”이라며 “다른 투자자들과 버텨보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 투자금을 잃을 가능성도 커진다. 가상공간에서 거래하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법적으로 보장할 수 없는 만큼, 플랫폼이 생태계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운영사가 서비스를 종료할 경우 투자자는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상 부동산 플랫폼이 기존 사용자가 신규 사용자를 할인 코드로 끌어오는 피라미드식으로 투자자를 모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가상 부동산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들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플랫폼 운영사가 대부분 작은 회사고, 투자자가 예치금이나 부동산 소유권의 실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투자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잃으면 책임지는 곳도 없다”라며 “여전히 수익모델이 불분명하다. 기존 투자자가 신규 투자자를 데려와야 이익을 얻는 구조다. 기업이 광고해도 광고 대상이 플랫폼 이용자다. 투자자가 자금도 넣고 소비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청사진을 기대하기 어려워 투자 위험도가 높다”라고 지적했다. ​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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