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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착공 2년 앞두고 입주기업 내보내는 서울시 vs 반대 나선 직원·시민들

기업·센터 계약 연장 요구, 서울시가 거부…시민모임 "상업시설 아닌 체육·문화시설로 활용해야" 반발

2023.08.11(Fri) 12:32:40

[비즈한국]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사업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혁신파크 개발 사업이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무분별한 개발에 반대하는 시민모임이 출범해 단체 행동을 예고했고, 일자리를 잃게 된 센터 직원들은 서울시에 고용책임을 묻는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코엑스급’ 융복합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계획대로라면 50만 ㎡ 규모의 땅에 산업·문화·주거 랜드마크가 들어선다. 2년 뒤 착공을 목표로 계획 구체화를 위한 용역을 발주하는 등 사업 초읽기에 나섰지만 잡음이 커지면서 향후 사업 진행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혁신파크 개발 사업을 두고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입구. 사진=강은경 기자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쇼핑몰과 문화시설, 주거단지 기능이 결합된 복합문화 중심지를 만드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안의 작은 도시 이른바 ‘직(職)·주(住)·락(樂) 시티’다. 축구장 15개 크기에 버금가는 부지 중앙에는 60층 높이의 건물이 들어서고 인근에는 800세대 규모의 주거 단지와 여의도 더현대서울보다 큰 쇼핑몰이 생긴다. 연신내역 GTX-A 개통, 불광역세권 개발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서울 서북권의 경제생활문화거점을 조성한다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민간과 협력 개발하는 방식에 투입되는 예산만 1조 5000억 원인 만큼 명암도 두드러진다. 혁신파크는 당장 문을 닫게 됐다. 계획 발표 반 년 만에 입점 기업 상당수가 계약 만료로 방을 뺐고, 위탁 업무를 맡아 관리하는 센터 직원들도 올해 말까지 짐을 싸야 한다.

 

#방 빼는 입점기업들…센터 직원들 ‘고용책임’ 요구 나서

 

현재 ‘미래청’ 건물 내에서 사무를 보고 있는 입점 기업은 세 곳 남짓. 센터 업무가 종료되는 12월까지 계약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계약 만료 후 퇴거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전경. 사진=강은경 기자

 

결혼 이주 여성과 지역 어르신 대상으로 교육사업을 진행하는 한 입점 기업은 서울시에 약 5개월의 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전화로 반려 통보를 받았다. 양미자 이주민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교육청 지정을 받아 무료로 초등학력 인정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교육시설이기 때문에 20평 정도의 규모가 필요하고 근방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생각하면 바로 사무실을 이전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라며 “나가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사정상 연장을 요청한 것인데 거절됐다”고 말했다.

 

이주민사회적협동조합 측은 2020년 ‘2년+1년’ 계약으로 입점할 당시만 해도 기한 만료 후 재입주 신청을 통해 재계약이 가능하다고 안내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오세훈 시장이 ‘싱가포르 구상’을 꺼내 들고 연말에 공식적으로 구상을 발표하면서 재입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계약은 7월로 종료됐지만 교육 일정은 아직 진행 중이다. 12월이면 학생들이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데 갑작스럽게 사업을 중단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임대료 대신 변상금 120%가 적용된다는 공문을 받은 상황이다. 

 

지난해 4월 말 기준 사회적기업과 벤처기업 ​183곳이 임차해 사용하던 미래청과 상상청 내부는 현재 대부분 불이 꺼지고 사무실 문이 닫혔다. 그러나 착공까지는 빨라도 2년이 남은 터라 공원 내 시설은 1년 6개월 이상 폐건물로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혁신센터 직원들은 서울시에 센터 운영을 2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서울혁신파크와 입점 기업을 운영·관리하는 서울혁신센터 직원들은 착공 전까지 ‘서울혁신센터’의 연장 운영을 요구하고 나섰다. 첫 삽을 뜨기 전까지는 퇴거위기 입주기업에 대체 공간을 마련하고 안전한 시민공원의 기능을 유지·관리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 직원들은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파크와 센터 건물 곳곳에는 이들의 입장문이 게시돼 있다. 직원들은 “벌써부터 올해 말이 되면 서울혁신파크에 임시담장을 세워 주민 이용을 통제할 것이란 소문이 떠돈다. 은평의 중심부 3만여 평이 비워지고 폐허가 되는 것”이라며 서울시에 운영기간 연장을 통해 무기계약 직원 60여 명의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시민협력과 관계자는 “올해 12월 말일자로 민간 위탁이 종료되면 서울혁신센터의 사무가 없어진다. 개발 준비를 위해 사전 작업이 진행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민간 위탁을 2년 연장하고 다시 입주 기업을 받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입점 기업들의 퇴거나 과징금 조치와 관련해서는 “기존에 체결했던 계약 기한이 되어 나가는 것으로 입주 기업들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며 “​행정 자산이기 때문에 무단 점유 시 변상금이 적용된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개발 의지 확고…주민들 “의견 수렴 다시 하자”

 

서울혁신파크가 사회적기업이나 공익적 민간단체의 성장과 안착을 돕기 위해 고안된 만큼 입주 기업은 주로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단체, 사회적경제기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관할구청은 이들에게 업무 공간 연계 지원 등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은평구청은 신속한 단기계획 마련과 절차 진행에 관해 서울시와 논의 중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복합개발에 대한 타당성 조사 의뢰를 위해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주도하는 사업이라 개입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부지를 소유하고 개발 사업도 서울시가 추진한다. 구청이 조율하거나 관여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지난 7월 20일 시민모임 출범식. 사진=강은경 기자, 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 제공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20일 ‘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이 출범했다. 이들은 산책·여가 공간이자 지역 녹지로서의 가치를 지닌 부지가 수익만을 위해 민간 자본으로 개발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민모임은 서울혁신파크 내 건물의 운영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모임 측은 “이 부지를 방치해 흉물로 만들어서 호감을 떨어뜨리려는 것 아니냐”며 “얼마 전 리모델링한 공간을 시민에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민지 공동집행위원장은 “서울 시민과 은평구 주민에게 공원의 기능을 하는 곳이다. 개발을 한다고 해도 상업시설이 아닌 체육·문화시설 등 공공성을 가진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본다. 공간 이용에 대해 다시 논의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모임 규모는 현재까지 300여 명이다. 개발 반대와 센터 2년 연장에 대해서는 각각 5000여 명의 서명을 얻었다. 시민모임은 앞으로 1인 시위와 함께 서울혁신파크의 상황을 알리는 홍보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설물이 폐쇄된 미래청 앞 쉼터. 사진=강은경 기자


오세훈 시장의 서북권 대표 정책인 만큼 서울시의 사업 추진 의지는 확고하다. 박원순 전 시장의 흔적을 지우고 서북권 개발 거점을 조성하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보건원 터였던 이곳은 오 시장의 과거 재임 시절(2009년) 난개발을 막는다는 취지로 서울시가 매입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당초 목적과 달리 지난 10년간 일부 단체에 의해 저밀도로 이용되면서 부지의 잠재력에 걸맞은 거점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센터 직원들과 시민모임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올해 말 입주 기업과 센터의 퇴거가 마무리되면 2025년까지 타당성조사 및 기본설계를 거쳐 착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서부권사업과 관계자는 “지구 단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용역 시행을 준비 중이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용역 진행 과정에서 정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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