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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 1500만 명인데 펫보험 가입률은 1%, 정부까지 나섰지만…

규제 완화에 전문보험사 설립 움직임도…진료수가 표준화 등 수의업계와 협력 쉽지 않아

2023.11.28(Tue) 16:44:07

[비즈한국] 이달 농림축산식품부와 금융위원회가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금융위가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이다. 정부는 지난해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추진하기 위해 TF를 구성한 후 관계기관과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취합해왔다. 손해보험업계도 반려동물보험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만큼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진료수가 표준화’와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매력적인 상품을 내놓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달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한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수의업계와의 협력이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사진=픽사베이

 

#가입 건수, 지난해보다 22% 늘어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펫보험 가입 건수는 8만 7911건으로 지난해(7만 1896건)보다 22.3% 증가했다. 다만 전체 추정 개체수 대비 보험 가입률은 1.1% 정도로 미미한 편이다. 2007년 현대해상을 시작으로 여러 손해보험사들이 펫보험을 선보였지만 가입률은 나아지지 않았다. 현재 펫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는 5대 손보사(메리츠화재·삼성화재·KB손해보험·DB손해보험·현대해상)를 포함해 11곳이다.

 

2020년 기준 0.4%에 불과했던 펫보험 가입률이 오른 것은 정부가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정하면서다. 정부는 그동안 펫보험이 종이나 연령 등 반려동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보장한도와 보험료만 일부 다르게 운영한다고 보고 진료비·상품개발·기타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 노력을 기울여왔다. 진료항목 표준화를 추진 중인 정부는 내년부터 진료내역·기록 발급 시행 및 맞춤형 보험상품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펫보험 가입률을 보는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은 나뉜다. 증가 속도를 살펴봤을 때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보험상품 수가 증가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이 활성화된 스웨덴, 영국, 프랑스에 비해 가입률이 낮지만, 2018년 이후 가입률의 증가 속도를 보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최근 장기 펫보험 등 새로 상품이 출시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보험사 등장 “긍정적이지만 영향 크지 않을 수도”

 

정부의 펫보험 활성화 로드맵과 함께 보험업계는 새 상품을 출시하거나 펫보험 전문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등 다방면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그간 보험사에 적용되던 1사 1라이선스 규제를 완화하면서 기존 보험사는 펫보험 등 전문 분야에 특화된 보험 자회사를 둘 수 있게 됐다. 손해보험사만 판매할 수 있던 것이 생명보험사도 자회사를 설립해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펫 전문보험사 설립을 두고도 경쟁이 치열하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핏펫은 펫 전문보험사 설립을 위해 예비인가 심사 접수를 앞두고 있다. 핏펫은 그동안 쌓아온 반려동물 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교보생명의 온라인판매담당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지분 투자한 펫테크 업체 ‘스몰티켓’도 펫 전문보험사 설립 인가를 신청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펫 전문보험사 진출을 준비 중인 기업에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자회사를 설립한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지분 투자 형식의 참여”라고 전했다. 다수 보도를 통해 펫보험 전문 자회사를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던 DB손해보험 역시 “자회사 설립은 사실무근으로,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내부적으로 다양한 부분을 협의 중이다”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기존에 펫보험을 운영해오던 손해보험 업계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손보업계는 만성질환이 있거나 큰 병을 앓았던 반려동물도 가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가입 연령을 기존 만 8세에서 만 10세까지로 확대한 상품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펫 전문보험사 진출이 펫보험 시장에 긍정적이라면서도 그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손해보험 업계 관계자는 “펫보험 가입률이 1%니 아직 99%가 남아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불확실한 시장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펫 전문보험사도 결국 진료 데이터 등 숫자가 필요한데 현재로선 이를 제공받기 쉽지 않아 상품 개발 단계부터 어려울 수 있다. 오히려 기존에 상품을 개발하던 보험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관계자는 아직 인력이나 자본 규모, 상품 구성, 보험료 수준 등이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업계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진료수가 표준화 등 선결 쉽지 않아

 

손해보험 업계는 진료수가 표준화와 펫보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전환 등을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과제로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보험 상품은 통계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얼마나 정확하게 산출하냐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합리적인 보험료의 매력적인 상품을 제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객, 수의업계, 보험사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록을 바탕으로 보험상품 개발이 돼야 고객에게 최적의 펫보험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며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는 사람보다 짧지만 건강한 삶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장치가 없다. 반려인은 반려동물의 건강한 모습만 봤기에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단순히 비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으로서 반려동물의 행복한 삶을 위해 펫보험이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최근 정부가 정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1%라는 낮은 가입률은 결국 펫보험에 대한 제도 구축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여러 이해관계자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제도개선방안을 논의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이 세부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요도 적고 협력 체계도 미흡한 상황인 만큼 정부에서 나서서 이야기를 한 덕분에 관심을 받고 진료수가 표준화와 같은 문제가 해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수의업계와의 협력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수의업계는 진료부 발급을 두고 약물의 오남용 우려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해왔다. 정부는 수의사법 개정 등으로 차근차근 수의업계와 협력을 해나가겠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큰 틀에서는 보험업계와 협력 관계를 만들어 펫보험 활성화를 꾀하는 것에 찬성한다”​면서 “​어느 정도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동물의약품 오남용 문제 등이 있어 그대로 공개하는 것은 현 체계에서는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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