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거품 꺼진 수제맥주시장, '상장 1호' 제주맥주 '혹한기' 이겨낼 방법은…

'곰표' 효과 미미, 협업도 줄어 손실 늘고 매출 감소…"논알콜, 프리미엄 제품 강화"

2024.01.11(Thu) 11:31:43

[비즈한국] 비상경영에 돌입한 제주맥주가 적자 폭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마케팅 비용도 크게 줄이는 긴축 모드를 이어가는 중이다. 제주맥주는 올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제주맥주는 비상경영 돌입을 선언하고 전체 인력의 40%를 감축했다. 직원들의 급여부터 복리후생비는 물론이고 마케팅 비용까지도 축소했다. 사진=제주맥주 페이스북

 

#구조조정·비용 감축으로 3분기 적자 폭 줄였지만…

 

‘수제맥주 시장 매출 1위’, ‘수제맥주 1호 상장사’ 등의 타이틀이 붙었던 제주맥주가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제주맥주는 2021년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기업공개(IPO)를 거쳐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으나, 법인 설립 후 줄곧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72억 원이던 영업손실액은 2022년 116억 원으로 불어났다. 특히 2022년에는 그간 꾸준히 늘던 매출마저 감소세로 돌아서 위기감이 커졌다. 전년에 288억 원이던 매출액이 ​약 17% ​줄어든 240억 원을 기록했다.

 

결국 제주맥주는 비상경영 돌입을 선언했다. 지난해 7월 전체 인력의 40%를 감축하는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문혁기 대표는 손익분기점 도달 시까지 급여를 받지 않기로 했다. 120명 규모였던 직원 수는 현재 70여 명 수준으로 줄었다. 고정비 감축을 위해 직원들의 급여부터 복리후생비는 물론이고 마케팅 비용까지 축소했다. 제주맥주의 판관비는 지난해 3분기 39억 원으로 전년 동기(44억 원)보다 11% 줄었다.

 

비상경영 돌입 후 제주맥주는 영업손실액이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액은 17억 원으로 전년 동기(30억 원)와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3분기까지 누적 적자액이 93억 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곰표밀맥주 생산을 시작하며 실적 개선을 기대한 바 있다. 3년 누적 판매량이 6000만 캔 이상을 기록할 정도의 인기 제품인 곰표밀맥주 생산 기회를 잡으며 안정적 매출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간 곰표밀맥주는 경쟁사인 세븐브로이에서 생산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대한제분이 곰표밀맥주의 파트너사로 세븐브로이 대신 제주맥주를 선택했고, 6월 말부터 곰표밀맥주는 제주맥주에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했던 ‘곰표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제주맥주의 매출액은 65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64억 원)과 견주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수제맥주 시장이 침체기에 빠졌고, 같은 기간 경쟁사인 세븐브로이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가량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나름 선전했다는 평도 나온다. 제주맥주 측은 곰표밀맥주의 판매 추이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블루보틀과 협업해 운영하던 제주시 구좌읍의 제주맥주 코너샵은 지난해 문을 닫았다. 사진=제주맥주 페이스북


#‘콜라보 맛집’ 명성은 어디에, 협업도 끊겨

 

제주맥주는 지난해 하반기 중 수익성 개선을 위한 신사업을 구체화할 것이란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아직 방향을 잡지 못했다. 외식업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해 달래에프앤비를 인수하려다가 3개월 만에 철회하면서 신사업에 공백이 생긴 상태다. 제주맥주 측은 “현재 외식사업 진출 및 신사업과 관련해 별도의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사업 발굴에 난항을 겪는 와중에 기존 사업도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수제맥주 인기가 사그라들며 기업들의 협업 요청도 끊겼기 때문이다. 제주맥주는 그간 트렌디한 제품에 신선한 마케팅을 더하는 시도로 많은 기업과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출시해왔다. 2018년 배틀 그라운드, 2019년 이니스프리와 에어비앤비, 2020년 현대카드와 협업 제품을 출시해 성공을 거뒀다. 2021년에는 BBQ, 블루보틀커피 등과 손잡았고, 2022년에도 CJ제일제당, 존쿡 델리미트, 힙합레이블 AOMG 등과 협업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파파이스와 치맥세트를 선보인 이후에는 컬래버레이션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맥주 성수기인 여름 시즌 외에도 꾸준히 협업을 진행하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블루보틀과 협업해 운영하던 제주시 구좌읍의 제주맥주 코너샵도 지난해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맥주는 2021년 블루보틀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코너샵 운영 및 프리미엄 스페셜티 맥주 출시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제주맥주는 블루보틀 제주 카페 바로 옆에 제주맥주 코너샵을 차리고 블루보틀 협업 제품과 자사 제품 및 각종 MD 상품을 판매해왔다. 하지만 이 매장은 ​지난해 9월 운영을 중단했다.

 

제주맥주 측은 “코너샵의 운영 계약 기간이 끝남에 따라 매장 운영을 종료하게 됐다”며 “현재 브랜드와 협업해 판매했던 맥주 제품은 모두 판매가 완료돼 더 이상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 추가적으로 컬래버레이션 제품의 생산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제주맥주는 브랜드 협업이 줄어든 상황에 대해 “시장 분위기와 관련 있다”며 “한동안 수제맥주 시장에서 협업 맥주가 굉장히 인기였는데, 요즘은 그런 트렌드가 급격히 바뀌는 추세”라고 전했다. 

 

다른 기업과의 협업이 줄어들면서 제주맥주는 자사 제품만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제주맥주 페이스북

 

자사 제품만으로 승부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수제맥주 열풍이 꺼지면서 맥주 판매량은 계속 줄어간다. 제주맥주는 2025년까지 ​​주력 제품인 제주위트에일을 롯데칠성음료에서 위탁 제조하기로 ​OEM 계약을 맺었으나, 최근 판매 부진에 따라 OEM 계약을 중단하고 ​자체 생산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제주맥주 측은 “올해 수익성을 강화해 적자 폭을 줄이고 매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수제맥주 시장에서 자체 제품력이나 브랜드 파워를 가진 회사는 제주맥주가 거의 유일하다. 오리지널 라인인 위트에일 중심으로 판매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또 논알콜 제품이나 한정판 프리미엄 라인 등 고부가 가치 상품 등도 계속해서 판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핫클릭]

· '워크아웃 청신호' 채권단 마음 돌린 태영그룹 지주사·SBS 지분 가치는?
· [단독] 한샘 상암 본사·방배 사옥 가압류…협력업체와의 갈등이 원인
· 컬리가 '2023년 흑자 전환'에 사활 건 이유
· 이수만 벗어난 SM, 카카오 사법리스크에 발목 '시너지는 언제쯤…'
· [단독] GS25 내부자료 '상생안' 보니…폐기지원금 없애고 신상 밀어내기·가맹점 줄 세우기 논란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