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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싸라기땅 건물주들 반대 거세…역삼동 모아타운도 삐걱

다가구·전원주택·상가 소유주 "보상가 낮고 매매도 어려워"…지난해 고배 마신 강남구 "재공모 도전"

2024.01.18(Thu) 17:27:07

[비즈한국] 서울시가 규제완화 카드를 꺼내들며 모아타운 띄우기에 나섰지만 강남권 일대에서는 파열음 커지고 있다. 강남 일원과 서초 반포 등에서 반대 주민 연합이 결성된 데 이어 모아타운을 추진 중인 강남구 역삼2동에서도 찬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랐다. 찬성파들은 도곡동 대장주 도곡렉슬, 강남세브란스 맞은편 알짜배기 땅에 지어질 새 아파트를 기대하며 빠른 사업 추진을 주장하는 반면 반대 주민들은 재산권 방어가 불가능하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과 수인분당선 한티역 사이에 위치한 역삼동 모아타운 추진지역. 사진=네이버지도


#환골탈태 꿈꾸는 역삼동 빌라촌

 

정비업계와 강남구청에 따르면 역삼동 774번지 일대(7만 1604㎡)는 올해 상반기 모아타운 대상지 선정을 목표로 사업 신청을 준비 중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과 수인분당선 한티역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서울시내 모아타운 추진 지역 가운데 손꼽히는 입지로 평가된다.

 

현재 역삼2동 모아타운 추진위원회(가칭) 등 두 개의 추진위가 꾸려져 각각 동의서를 걷고 있다. 그동안 구청 공모신청과 주민제안 방식이 함께 진행됐는데, 지난해 8월 구청 공모에서 고배를 마시며 최근 주민제안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주민제안 방식으로 신청하려면 구역별 토지면적의 66.7% 동의가 필요해 구청 공모(구역별 토지등소유자의 30% 이상)보다 동의율 요건이 까다롭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주택 공급 정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여러 개의 소규모 주택이나 필지를 묶어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 정비 방식이다. 지하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공유하는 형태로 정비계획 수립,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 일부 단계를 줄이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한 게 특징이다. 노후도 요건​(57%)이​ 일반 재개발 사업(67%)보다 낮고, 높이 규제 완화, 용적률 혜택 등까지 장점이 강조되면서 2년 전부터 호응을 얻었다.

 

역삼동 774번지 일대 주택가 곳곳에 부착된 모아타운 반대 게시물. 사진=강은경 기자

 

#강남권 ‘줄이탈’​ 조짐 속 역삼동서도 반대 여론 결집

 

사업 추진 초읽기에 들어간 역삼동은 대상지에 지정되기 전부터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모아타운 신청을 주도하는 역삼2동 모아타운 추진위원회(추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9일 기준 주민동의율은 56.1%다. 반대 주민들 역시 전체 토지 면적의 34%에 해당하는 동의율을 확보한 상태다. 역삼2동 모아타운 개발 반대 대책위원회(반대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4일과 20일, 12월 18일 세 차례에 걸쳐 반대동의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했다.

 

여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이 일대 주택과 상가 건물 상당수에 ‘생존권 침해하는 모아타운 결사반대’, ‘보상적고 갈곳없고 임대소득 사라진다’ 등의 포스터가 부착돼 있었다.

 

주로 대지지분이 큰 다가구와 전원주택, 상가 소유주들의 반대가 극심하다. 반대위 측이 말하는 핵심 근거는 임대 수익 등 재산권 침해다. 30년 넘게 역삼동에서 살고 있다는 전원주택 소유주 A 씨는 “은퇴자 등 임대소득밖에 없는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소득을 뺏기는 구조”라며 “자산이 저평가되는 문제 말고도, 주택담보대출이 막혀 현금을 충분히 가진 사람이 아니면 임대보증금 반환 등에 필요한 자금을 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가구 주택 소유주인 70대 주민은 “오랫동안 이곳에 터를 잡고 생활했다. 1층에 세를 주고 있는데 이 집이 유일한 노후 자산”이라고 하소연했다.

 

역삼동 모아타운 추진 지역 건물에 부착된 반대 게시물(위). 현대그룹 은퇴자들이 거주하는 현대빌라도 추진 지역에 포함됐다. 사진=강은경

 

근린생활시설 건물을 소유하고 사업체를 운영하는 B 씨는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해도 이 건물이 팔리지 않으면 불가능한데 모아타운이 추진되는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매매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제로 헐리게 된다면 사업상 지장이 불가피하다”며 “가장 큰 문제는 재산권 훼손이다. ​보상가가 ​시세의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될 것으로는 예상되는데, 8년 전 건물 매입가보다도 못한 가격이고 대출금도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업 시행하려면 조합 설립에 주민 80% 동의해야

 

앞으로 주민 갈등이 거센 지역의 경우 대상지 선정위원회에서 가로막힐 가능성이 커져 역삼동 모아타운과 같이 찬반이 갈리는 곳에서 잡음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모아타운은 노후도 기준이 20년으로 재건축(30년)에 비해 짧고, 주민 동의율 30%로 신청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참여도가 높았지만, 막상 대상지로 지정된 후 갈등이 터져나오는 사례가 반복됐다. 사업을 시행하려면 조합 설립에 주민 동의 80%가 필요해 조합 설립이 무산돼 좌초될 여지도 있다.

 

서울시는 모아타운을 수시공모로 전환한 이후 ​지난해 9월과 11월 ​대상지 선정위 심의에 ​주민갈등 및 투기우려 요소를 ​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첫 철회 사례는 광진구 자양4동이었다. 최근 서울시는 투기 우려가 거셌던 삼전동에 대해서도 “노후도 요건이 충족하지 않아 공모 신청이 불가하고, 공모요건에 맞춰 신청하더라도 투기우려 및 주민갈등 등 지역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정위원회에 심의 예정”이라고 밝히며 모아타운이 주민갈등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진화하고 나섰다.

 

역삼동 모아타운 추진 구역 맞은편에 위치한 강남세브란스 병원과 도곡렉슬. 사진=강은경 기자​


역삼2동은 지난해 공모 당시 노후도나 시급성 측면에서 밀려난 것으로 파악된다. 강남구청은 올해 다시 한번 서울시 공모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지난 8월 신청한 공모는 10월 떨어진 것으로 통보 받았고 재공모를 준비 중”이라며 “다가구주택 등의 소유주들과도 계속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진위 관계자는 “​구청공모와 주민제안을 병행하고 있는데 2월쯤 설계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다가구주택 소유자들이 감정평가 등 형평성 차원에서 불리하다는 점은 이해한다. 대상지 선정 후 조합 정관을 만들 때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대표는 “통건물을 가지고 있어 아파트 두 채 입주권에 상가까지 받더라도 단독 건물일 때의 프리미엄과는 비교할 수 없다”며 “강남권은 건물 소유주들의 반발이 격렬하고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해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운 곳”이라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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